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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 젊은이가 없다"…한인교계 위기감

한인 교계의 청년 사역 현실

2000년대 중반 들어 감소
청년부 없는 교회도 많아
어설프게 시대만 좇은 결과
주일학교까지 도미노 현상
기독교에 대한 실망·반감 여파
예배구성 및 시간 바꿔보기도


기독교에 허리(청년)가 없다. 현실은 암울하다. 교계 관계자들은 "교회에서 청년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그 가운데 한인 1.5세 청년들을 위한 HYM 연합 집회가 오는 18~19일 은혜한인교회에서 열린다. 이는 1년에 두 번씩 열리는 미주 지역 유일의 청년 집회다. HYM이 처음 시작됐던 해와 비교하면 지금은 집회 규모가 급격히 줄었다. 이번 집회를 계기로 한인 교계의 청년 사역 현실을 들여다봤다. 혹자는 "위기를 넘어 붕괴 수준"이라고 했다.

1999년은 남가주 지역에서 HYM 집회가 처음 시작됐던 해다.

HYM 더글러스 김 대표는 "그 당시 집회를 열면 각 교회로부터 청년들이 1000명 넘게 몰렸다"며 "지금은 이틀간 열리는 집회를 모두 합해도 200여 명이 채 안 된다"고 했다.



한국의 경우 1990년대 초반은 대학 캠퍼스 사역의 전성기였다. 수백, 수천 명이 모이는 건 쉬웠다. 캠퍼스 청년들은 고스란히 교회로 이동했다.

송병주 목사(선한청지기교회)는 당시 상황을 두고 "교회는 캠퍼스 부흥에 무임승차를 한 것"이라고 표현했다.

송 목사는 "그 분위기는 2000년 대 초반까지 이어졌고 당시 청년 사역은 교회에서 소위 '황금알을 낳는 사역'이었다"고 말했다.

이민교회는 한국교회의 모판이다. 미주 한인교계도 한국처럼 청년 사역이 활기를 띠었다. LA지역에는 1990년대 후반 청년층을 위한 '경배와 찬양' 집회가 있었다. 인기는 대단했다. HYM과 청년 사역자 모임인 '카약'이 구성된 것도 이때쯤이다. 카약은 이후 'R제너레이션'이란 이름으로 바꿨다. 당시 R제너레이션은 남가주 지역 중대형교회를 중심으로 대규모 집회들을 수차례 개최했다.

2000년대 중반 들어 '경배와 찬양', '카약', 'R제너레이션' 등 LA지역을 대표했던 청년 사역은 흐지부지 사라졌다. 현재는 HYM만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각 교회 청년 사역이 하향세에 접어드는 것과 맥락을 같이한다.

미주 한인교계 관계자들은 "요즘은 수백 명이 모이는 소수의 대형교회를 제외하면 20~30명 미만의 청년부가 다수"라고 했다.

LA지역 갈보리믿음교회 청년부 김대성 목사는 "현실상 '청년부' 자체가 없는 교회도 너무 많다"며 "10년째 청년 사역을 했는데 과거와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고 말했다.

큰 교회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아직까지 200~300명 정도 모이는 대형교회 청년부가 일부 존재하지만, 사실상 서로간의 수평이동으로 유지된다. 혹은 작은 교회 청년들이 큰 교회로 옮겨갈 뿐 새 신자 유입은 미미하다.

윤대혁 목사(사랑의빛선교교회)는 "OPT(현장취업실습) 규정이 3개월로 변경되다 보니 신분적, 경제적으로 불안한 청년들이 미국 정착을 못 하고 한국으로 떠나는 사례가 급증한 것도 감소 원인"이라며 "내부적으로는 교회가 청년들에게 진리(복음)에 대한 부분을 제대로 나누지 못했고, 오늘날 기독교에 대한 실망이나 반감도 교회를 떠나는 이유"라고 말했다.

수년 사이 대형교회 청년부 규모는 급격히 줄었다. 올해 들어 남가주사랑의교회는 청년부와 대학부 예배를 합쳤다. 담당 사역자까지 교체했다. 2000년대 중반 청년 출석만 700명에 이르던 이 교회 청년부는 현재 절반 이상 감소했다.

젊은층을 끌기 위해 예배 시간도 변경하고 있다.

남가주사랑의교회는 성인예배를 3부로 줄였다. 대신 기존 4부를 청년부와 대학부를 합쳐 '젊은이 예배'로 개편했다. 나성영락교회는 지난주(12일)부터 전체적인 예배 시간을 변경했다. 청년부 예배(오후 2시30분) 외에 3부 예배를 현대적 감각으로 꾸민 '컨템프러리 워십(Contemporary Worship)'으로 편성했다.

지금은 '허리 부실' 아닌 '하체 부실'
전문 사역자 부재 심각해
이벤트 위주 질적 하락 불러


미국교계에선 위기에 대한 목소리가 오래전부터 제기됐다.

지난 2004년 '이머징 호프(Emerging hope)'라는 청년 사역 책을 냈던 지미 롱 목사는 "포스트모던 사회는 진리에 대한 주장을 불신하고 진리를 개인의 기호 문제로 대처했기 때문에 상대주의적 특성이 있다"며 "과연 오늘날 목회자들이 포스트모던을 살아가는 청년들과 현시대를 얼만큼 심도있게 이해하고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휘튼대학 릭 리처드슨 교수는 "청년 사역자들이 시대를 어설프게 좇다 보니 '신앙의 여정'보다 '이벤트로서의 회심'만을 추구한 결과"라며 "복음의 진정성을 알리는 최고의 변증은 언어적 유희나 이벤트를 통한 관심 끌기가 아니라 복음대로 사는 게 무엇인지 실제로 이해시키고 경험케 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교회 사정에 따라 청년들이 갖는 불만도 다르다.

대형교회 청년부에 다녔던 박성준(33)씨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성경에 대한 배움보다는 이벤트 위주였다"며 "재미는 있었지만 뭔가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이 있다 보니 여기저기 청년부를 옮겨다니는 이들도 많았다"고 말했다.

반면 미자립교회 청년부에 출석했던 오준상(26)씨는 "작은 교회는 사정이 어렵다 보니 이것저것 맡아야 할 사역이 많다"며 "신앙 생활을 하는 것인지, 노동을 하러 교회에 가는 것인지 혼란스러울 때도 있다"고 밝혔다.

교계의 구조적 문제도 있다. 보통 청년부 사역은 목회자들에게 '성인 사역'을 맡기 전 단계로 인식된다. 주로 신학생(전도사), 예비 목회자들이 현장에 배치된다. 이는 전문 사역자의 부재다.

권태산 목사(올림픽장로교회)는 "세계적인 대학의 노교수들이 젊은 학생과 소통을 못하는가. 얼마든지 학문적 깊이와 연륜으로 젊은이들과 교류하는데 유독 교회만 다르다"고 운을 뗐다.

권 목사는 "청년의 중요성을 외치지만 정작 현장에는 경험 없는 사역자를 배치한다"며 "이는 청년 사역의 수준을 낮췄고, 이를 반짝하는 스타 강사 초빙, 이벤트 등으로 메우려 했다"고 전했다.

대형교회 청년부에서 사역했던 한 전도사는 "청년 사역에 특별히 사명을 갖고 평생을 섬기려는 이는 거의 찾기 힘들다"며 "청년 사역은 일종의 능력을 평가하는 시험대로 여겨지기 때문에 거쳐가는 사역이 되기 쉽고, 성과를 못 내면 금방 교체되기도 한다"고 전했다.

문제는 지금보다 미래다. 교계에서는 주일학교에 대한 위기의식이 팽배하다. 청년부터 유년까지 도미노 현상이 감지된다. 세대별로 엄밀히 보면 '허리 부실'이 아닌 '하체 부실'이다. 역삼각형 구조의 고착이다.

주일학교 교사 서니 유(28)씨는 "각 학년별로 100명~200명씩 아이들이 모이는 교회는 거의 없다"며 "아이들이 부모 때문에 고등학교까지는 교회에 다닌다 해도 막상 대학을 가면 교회를 떠나는 경우가 많아 미래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한편 남가주 지역에서는 최근 'LA청년사역자모임(멘토 권태산 목사)'이 결성됐다. 매달 정기모임을 통해 청년 사역에 대한 방향 등을 나누고 있다.

▶LA청년사역자모임:(213) 820-7646

송병주 목사 인터뷰…"리바이벌 보다 서바이벌 먼저"
생태계 개념 바꿔야할 때
청년부 아닌 교회 다녀야


송병주 목사(선한청지기교회·사진)는 "현재 이민교회 차세대 상황은 '리바이벌(revival)'은 고사하고 '서바이벌(survival)'이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 기독교와 함께 청년 시기를 보낸 이들을 ▶산업화 세대(70년대) ▶민주화 세대(80년대) ▶문화 세대(90년대~2000년 초반)로 구분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런 시대적 특징이 없는 '무세대'로 규정했다.

오히려 그는 "청년들이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교회는 과거의 영광만 떠올리며 그들에게 아무런 복음적 영향력을 미치지 못했다"고 전했다.

송 목사는 "교회 교육의 위기, 교회 팽창의 한계, 교회를 떠나는 사람 증가, 교회에 대한 사회적 인식 악화 등 각종 문제가 상황을 더욱 어렵게 한다"며 "이제는 교회들이 과거를 모두 지우고 생태계 개념을 바꿔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예전처럼 수백 명 모이는 청년부를 만들려 하지 말고, 10명이 있어도 그 소수에게 교회 공동체의 가치를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젊은 세대를 위한 관계적 참여와 환경 조성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송 목사는 "청년들이 교회를 다니게 해야지, '청년부'를 다니게 해서는 안 된다"며 "청년들이 기성세대와 함께 교류하고 관계성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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