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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TALK] 콩쿨의 아이러니

김동민 / 뉴욕클래시컬플레이어스 음악감독

2013년 독일 뮌헨에서 낭보가 날아들었다. 당시 순수 국내파 바이올리니스트였던 김봄소리가 ARD 콩쿨에서 1위 없는 2위를 차지했다는 소식이었다. 특별상과 더불어 현대음악 연주상까지 거머쥔 쾌거였다. 사실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한 문화재단 영재 연주자로 선정되어 미래가 예측되었던 연주자였다. 지도교수의 권유로 국내외 콩쿨에서 입상하면서 이름이 알려졌고 지금은 세계 최고 권위를 가진 대회의 문턱을 넘나드는 실력파로 주목을 받고 있다.

콩쿨은 누가 심사하는지를 보면 그 수준을 짐작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역 경력 인종 성별 등을 고려해서 최대한 다양한 심사위원단을 구성한다. 요즘은 상금도 꽤 커서 우승자에게 5만 달러를 주는 대회도 수두룩하다. 여기에 주요 음반사에서 레코딩과 마케팅을 해주는 것을 부상으로 걸기도 하고 수상자가 경력을 쌓아갈 수 있도록 크고 작은 연주 기회를 연결시켜주는 매니지먼트 협약을 하기도 한다. 그밖에도 미국과 유럽의 유명 콘서트홀에서 데뷔 연주를 주선해주고 주요 언론에 평론 기사가 나올 수 있도록 해준다. 이런 이유 때문에 저명한 콩쿨에서 입상하는 것이 가장 빠르고 확실하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길이라고 말할 수 있다.

수 년 전 필자의 지인 H가 한 국제 콩쿨에 참가했다. 워낙 실력있는 피아니스트라 예선을 거쳐 결선무대까지 무난하게 진출했지만 아쉽게도 입상자 명단에 오르는 데는 실패했다. 그녀는 아쉬움을 달래며 결과를 받아들였다. 콩쿨이라는 것이 그렇다. 듣는 사람의 귀가 다르고 높이 평가하는 부분도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회를 마친 후 심사위원 한 명으로부터 믿을 수 없는 소견을 들었다. 다름 아닌 그녀의 외모에 관한 부분이었다. H는 일반인들에 비해 체격이 큰 편이었는데 당사자 앞에서 상품성을 운운하면서 독주자로서의 자질을 논했다는 것이다. 아무리 비주얼이 중요한 시대라지만 매니지먼트도 아닌 실력을 겨루는 콩쿨에서 '실력은 둘째'라고 대놓고 인정하는 것이 못내 씁쓸하다.

콩쿨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부분은 '콩쿨식'으로 연주하는 것이다. 또 다른 지인 S가 국제 콩쿨 결선무대 문턱에서 좌절을 맛본 후 한 심사위원이 그를 위로하며 격려했던 이야기는 이렇다. "당신의 모차르트 연주는 참 좋았습니다. 그런데 콩쿨에서는 단정하고 순전한 해석보다는 공격적인 표현에 사람들은 더 열광합니다. 콩쿨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미안합니다." S는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뭔가 특별한 소리를 가졌다. 바로 이 점이 S의 장점임에도 불구하고 콩쿨에서는 잘 통하지 않을 수 있는 부분이라는 것이 아이러니다. TV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화려한 편곡과 극강의 고음을 뿜어내는 가수들만이 끝까지 살아남는 것처럼….



사실 이름있는 음악가들 가운데 콩쿨을 거치지 않고 활발한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이들 대부분은 이런 저런 이유로 콩쿨을 거부하기도 한다. 콩쿨로 인해 음악가들이 좌절하기도 하고 자신의 역량을 스스로 제한해버리는 폐해가 있기도 하고 입상자들 가운데는 시간이 흘러 새로운 입상자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또 다른 굴레에 빠지기도 한다. 어떤 이들은 화려한 입상 경력을 운운하며 웬만한 음악가가 아니면 상대를 하지 않겠다며 스스로 노골적인 선긋기를 하기도 한다. 이 정도라면 콩쿨은 해악이다. 적어도 음악가들에게는. 콩쿨이 또 다른 차원에서 자신을 증명하고 음악 자체에 집중하게 하는 순기능이 더 부각되고 많아져야 하는데 말이다.

지난 달에 현재 뉴욕에서 공부하는 유학 초년생인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와 함께 연주할 기회가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기량을 뽐낼 독주 무대가 아닌 앙상블 단원으로 비슷한 또래 20여 명과 함께 연주했다. 연주를 마친 후 그녀로부터 좋은 사람들과 알게 되고 즐거운 분위기에서 유쾌하게 연주할 수 있어서 좋았다는 연락을 받았다. 문득 한 언론 인터뷰에서 미국에 있는 동안 좋은 연주자들과 함께 '어울려' 연주하고 싶다는 그녀의 이야기가 교차되며 팀 안에서 조화로운 모습으로 연주에 임했던 그녀의 모습이 떠올랐다. 콩쿨을 통한 득과 실이 있지만 연주를 즐길 수 있는 음악가라면 그 양면성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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