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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 흑인 옆에 '검은 물체' 떨어뜨린 이유는…

'백인 경관, 비무장 흑인 사살' 문답식 정리

브레이크등 깨져 있어 걸려
네 자녀 양육비 체납한 상태
테이저건 실랑이 확인 안돼
2년전에도 남용 고발되기도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노스찰스턴에서 또 '백인 경관에 의한 비무장 흑인의 총격 사망 사건'이 발생하면서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사건 배경부터 앞으로 수사 방향까지 문답식으로 정리했다.

-사건의 발단은. 숨진 월터 스콧(50)은 어떻게 마이클 슬레이저(33) 경관과 맞닥뜨렸나.

▶스콧이 몰던 벤츠 스용차의 후미등이 깨진 게 문제였다. 사건이 발생한 4일 오전 8시 50분쯤 노스찰스턴 경찰국 소속 슬레이저 경관은 동료와 순찰중 스콧의 차량을 발견했다. 스콧 차량은 왼쪽 브레이크 등이 깨져있었고, 슬레이저 경관은 정차를 명령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는 차량 브레이크 등이 깨진 상태에서 운전하는 것은 도로교통법 위반이다. 스콧은 슬레이저 경관의 지시에 따라 도로에서 벗어나 한 상가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슬레이저와 스콧의 갈등은 어떻게 시작됐나.

▶노스찰스턴 경찰국은 사건 당시 순찰차의 대시보드 카메라에 녹화된 영상을 9일 공개했다. 영상에서 스콧의 차량이 멈추자 슬레이저 경관은 순찰차에서 내려 스콧의 차량으로 다가가 스콧과 대화를 나눴다. 슬레이저 경관은 창문을 통해 약 2분 동안 스콧과 대화를 주고 받은 뒤 스콧에게서 면허증으로 보이는 카드를 받아들고 순찰차로 돌아왔다. 이후 스콧은 차 문을 열고 순찰차를 돌아본 뒤, 잠시 후 다시 차 문을 열고 달아나기 시작했다. 이후 슬레이저 경관은 스콧을 뒤쫓아 뛰었으며 곧 총성이 들렸다.

-슬레이저 경관은 스콧이 먼저 테이저건(전기충격기)을 빼앗아 위협했다고 주장했다. 사실인가.

▶목격자가 찍은 동영상으로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슬레이저 경관은 총격 직후 무전을 통해 "총을 쐈고 용의자는 쓰러졌다"고 말하고 잠시 침묵하고는 "그가 내 테이저건을 빼앗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동영상에서는 스콧이 테이저건으로 위협하는 장면이 없다. 오히려 등을 보인채 달아났다. 슬레이저 경관은 스콧의 등을 향해 총 8발 총을 발사했고 이중 5발이 스콧의 등에 맞았다. 슬레이저 경관은 스콧이 쓰러진 것을 확인한 뒤, 검은 물체를 스콧 옆에 떨어뜨렸다. 이 물건이 테이저건인 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주요 언론은 슬레이저 경관이 정당 방위를 주장하기 위해 테이저건을 스콧 옆에 떨어트렸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현장을 조작했다는 뜻이다.

-스콧은 왜 달아났나.

▶주류 언론들은 슬레이저 경관이 차를 멈춰 세웠을 당시 스콧이 보험증 등 필요한 서류가 없어 도주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스콧은 과거 열 차례 체포된 전력이 있다. 이혼한 전 아내와의 사이에 네 자녀가 있는데 양육비를 제때 주지 않은 게 문제였다. 이 때문에 스콧은 여러 차례 법원으로부터 출석을 명령받고도 따르지 않았다. 노스찰스턴 법원 기록에 따르면 스콧의 밀린 양육비는 1만8104.43달러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는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으면 기소될 수 있다. 숨진 스콧의 형 앤소니 스콧도 방송 인터뷰에서 "동생이 양육비를 내지 않았던 게 마음에 걸렸던 것 같다"면서 "경찰은 마치 사냥하듯 내 동생을 쏴 죽였다"고 말했다.

-결정적인 증거가 된 슬레이저 경관의 총격 동영상은 누가 어떻게 찍었나.

▶출근길에 사건 현장을 우연히 지나던 페이딘 산타나(23)씨가 가지고 있던 삼성 핸드폰으로 찍었다. 그는 8일 방송과 인터뷰에서 "경찰과 스콧이 바닥에 쓰러져 몸싸움을 벌이다 스콧씨가 일어나 달아났다"며 "뒤쫓아가던 경관은 경고없이 총을 쐈다"고 말했다. 영상을 찍은 그는 신변에 위협을 느껴 타지로 이주까지 생각했다. 그러나 스콧이 테이저건을 빼앗으려 했다는 사실과 다른 보도가 나오자 스콧의 가족에게 연락해 동영상을 전달했다. 그의 동영상 제보로 사건의 실체가 밝혀지면서 '영웅'으로 떠오르고 있다.

-슬레이저는 어떤 경관인가.

▶해안경비대 출신의 5년차 경관이다. 경찰국 개인평가서에서 그는 "열정적"이고 "용의자 상대시 안전한 전략을 쓰는 훌륭한 경관"으로 묘사되어 있다. 2011년 테이저건 사격훈련에서는 50발 중 50발을 모두 명중시켜 최고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경찰기록에 따르면 그를 상대로 2차례 고발장이 접수됐다. 2013년에는 "용의자에게 이유없이 테이저건을 쐈다"는 내용이었고, 올해 1월 흑인여성이 아이가 괴롭힘을 당했다는 신고를 누락했다는 내용이다.

-슬레이저 경관 가족들의 반응은.

▶슬레이저의 어머니 캐런 샤프씨는 9일 ABC 방송과 인터뷰에서 "내 아들은 정말 친절한 사람이다. (그런 일을 했을거라고) 상상조차 할 수 없다"며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그의 아내는 임신 8개월째고, 2명의 의붓자녀가 있다. 경찰국은 슬레이저가 해고됐지만, 아기가 태어날 때까지 의료보험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앞으로 슬레이저는 어떻게 되나. 연방수사국과 법무부의 향후 조사는.

▶슬레이저는 살인혐의를 받고 있다. 혐의가 인정되면 종신형, 경우에 따라서는 사형 선고가 내려질 수도 있다. 향후 조사는 왜 슬레이저 경관이 조준 사격을 했는지 그 배경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여론이다. 퍼거슨 사태의 재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경찰을 규탄하는 지역 주민들의 항의 시위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선주자들도 잇따라 비난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트위터를 통해 "너무 가슴 아픈 사건이나 동시에 너무 익숙한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오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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