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 백인 경찰, 비무장 흑인 조준 총격 살해
백인 경관이 비무장 흑인을 총으로 쏴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해 미국 사회가 또다시 발칵 뒤집혔다. 숨진 흑인은 등을 보인 채 달아나고 있었고, 백인 경관은 8차례나 총을 발사했다. 쓰러진 흑인은 현장에서 숨을 거뒀다. 지난해부터 유사한 사건이 잇따랐지만 이번엔 백인 경관의 거짓말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미국 사회의 공분을 사고 있다. 8일(현지시간) 오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노스찰스턴 시민들은 시청앞에 모여 비무장 흑인 월터 스콧(50)을 총으로 쏴죽인 백인 경관 마이클 슬레이저(33)에게 항의하며 인종차별 반대시위를 벌였다.
사건은 4일 슬레이저가 스콧의 벤츠 승용차를 세우면서 시작됐다. 미등이 깨졌다는 이유였다. 둘은 실랑이를 벌였다. 슬레이저는 스콧에게 총을 쏜뒤 스콧이 자신의 테이저건(전기충격기의 일종)을 가져갔고, 생명에 위협을 느낀 나머지 총을 발사했다고 상부에 보고했다. 사건은 자칫 경찰의 정당한 공무집행 과정에서 벌어진 일로 은폐될 뻔 했다. 미국 대법원은 용의자가 살해 위협을 가하는 경우라면 달아난다 해도 경찰이 치명적인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그러나 지나가던 행인이 휴대전화로 촬영한 4분간의 동영상이 진실을 밝혀냈다. 동영상에 따르면 슬레이저와 실랑이를 벌이던 스콧은 등을 지고 달아나기 시작했고, 슬레이저는 총을 꺼내 스콧의 등뒤에서 8발을 쐈다. 둘의 거리는 5~6미터 정도. 누가 봐도 명백한 살인행위였다. 납득하기 어려운 행동과 거짓말이 이어졌다. 슬레이저는 쓰러져 얼굴을 땅에 파묻고 있는 스콧에게 다가가 그의 손을 등뒤로 올려 수갑을 채웠다. 경찰은 스콧에게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고 보고서를 작성했다. 그러나 동영상이 기록한 4분여 동안 경찰관들이 심폐소생술을 벌이는 모습은 찾아볼수 없다. 심지어 슬레이저가 숨진 스콧 옆에 전기 충격기를 던져두는 모습도 확인됐다.
시민 동영상의 위력은 컸다. 상황은 급반전했다. 슬레이저는 7일 살인죄로 기소됐다.
여론은 들끓고 있다. 지난해 미주리주 퍼거슨 시의 마이클 브라운 사망 사건 이후 미 전역으로 번졌던 인종 차별 항의를 재점화시킬 불씨가 던져진 셈이다. 애꿎은 흑인을 죽음으로 몰고가는 백인 경찰의 과도한 총기와 무력 사용 방식이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스콧의 가족은 “어떻게 교통 단속 도중 목숨을 잃느냐”고 절규했다. 하지만 이런 일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 미국의 현실이다.
더구나 이번엔 경찰이 사건 진상을 조작·은폐하려 했다. TV앵커인 제랄도 리베라는 트위터에 “그(슬레이저)가 무죄선고를 받으면 항의시위에 합류하겠다”는 글을 올렸다. 래퍼 빅 보이가 ‘#월터스콧’이라고 해시태그를 붙인 트위터는 삽시간에 온라인 공간으로 퍼졌다.
상황이 심상찮게 돌아가자 미 연방정부와 지방정부의 대응도 긴박해졌다. 키스 서메이 노스찰스턴 시장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나쁜 결정을 했을때는 경찰이든 길거리 시민이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법무부와 연방수사국(FBI)도 별도 수사에 착수했다.
이번 사건은 경찰관들에게 공무 집행 녹화 카메라를 착용시키자는 움직임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낱개 담배를 팔던 에릭 가너가 백인 경관에게 목이 졸려 숨지는 장면을 고스란히 담은 것도 시민의 휴대전화였다. 모형총을 갖고 놀던 타미르 라이스(12세)가 경찰 총에 맞아 사망한 사건은 현장에 설치된 감시 카메라에 찍혔다. 일선 경찰들은 사생활 침해 우려와 예산 부족 등을 내세우며 감시카메라에 소극적이지만, 여론의 압력을 견디기 어려울 전망이다.
뉴욕=이상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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