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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한국의 노무현, 미국의 로날드 레이건

허종욱 워싱턴침례대 교수

한국대통령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지난 10년간 1일등을 차지해오던 박정희 전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밀려 2등을 차지한 결과에 대해 여야진영의 해석이 서로 달라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12일 여론조사업체인 한국갤럽이 지난해 10월 한달간 만13세 한국인 1700명에게 ‘가장 좋아하는 대통령’에 대한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전·현직 대통령 1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는 노무현 32%와 박정희 28%였다. 김대중 16%, 박근혜 5%, 이명박 3%, 전두환 1.9%, 김영삼 1.6%, 노태우 0.8%, 이승만 0.8%, 윤보선 0.1%, 최규하 0. 01% 순위로 이어졌다.
 
그런데 이번 조사는 사회학 교수의 입장에서 볼 때 표본추출방법과 조사방법에 대해 많은 의구심을 남겼으며 미국의 경우와 비교해 볼 때 큰 차이를 보였다. 한국 갤럽이 10년 전인 2004년에 같은 질문으로 조사한 결과를 이번 조사와 비교해 보자. 이번 조사에서는 조사대상 연령층을 13세 이상으로 초등 및 중등학생층을 포함시켰으나 10년 전에는 15세 이상으로 중등학생층 이상으로 했다. 결과로 10년 전에는 박정희 47.9%, 김대중 14.3%, 노무현 6.7%를 기록했다. 갤럽은 왜 조사연령층을 이번에 달리했는지 설명하지 않았다.
 
데일리한국과 주간한국의 의뢰로 리서치앤리서치가 지난 1월 20~21일 19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역대 대통령 가운데 어느 대통령이 임기 중 가장 많은 업적을 남겼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박정희 53.8%로 압도적으로 1등, 노무현 18.4% 2등을 기록했다. 갤럽의 ‘좋아하는 대통령’과 리서치앤리서치의 ‘업적을 남긴 대통령’이라는 질문이 주는 의미와 조사연령대의 차이에서 온 결과인것 같다.
 
그러면 갤럽의 ‘가장 좋아하는 대통령’과 거의 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는 ‘가장 좋아하는 국가지도자’를 물었던 한겨레신문의 광복 70년 기념 신년 여론조사의 결과는 어떠했을까? 같은 질문을 13세 이상이 아닌 19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물었을 때의 결과는 박정희 38.5%, 노무현 32.1%로 나타났다.
 
이번 갤럽조사는 작년 10월에 조사한 결과를 5개월이 지난 시점에 발표된 배경에도 의심을 품게했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여론조사는 집계 즉시 발표하기 때문이다. 리서치앤리서치는 집계 즉시 지난달에 발표한 데 비해 갤럽은 리서치앤리서치보다 2개월 앞서 조사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12일에 발표했다.
 
현행한국법은 만14년 미만인 사람은 형사미성년자로, 19세 이하인 사람은 선거연령미달자로 정치적 의사결정을 성숙하게 할 수 없는 연령층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때문에 대부분의 여론조사기관이 조사대상 연령층을 객관적인 국사관과 성숙한 사리판단을 할 수 있는 성인유권자로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 현 한국교육제도 아래서는 미성년자들이 전교조 선생의 교육을 받아 객관적 사실(史實)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오도(誤導)받기 쉽기 때문이다. 더구나 13세짜리 미성년이 어떻게 50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역사적인 사실들을 판단할 수 있겠는가? 또 이번 조사방법이 대면조사인지 전화조사인지도 알려지지 않아 조사방법에도 석연치 않은 점들을 보였다.
 
한국갤럽은 미국 갤럽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 가장 권위있는 여론조사기관이 미국갤럽이라는 사실은 자타가 인정하며 국제적인 공신력을 가지고 있다. 미국갤럽은 여러해 동안 미국대통령 선호도 여론조사를 해왔기 때문에 대통령 선호도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는 미국인들에게 일반상식으로 되어 있다. 미국갤럽 조사결과에 최근 이변이 일어났다. 거의 매년 1위를 달리던 링컨 전 대통령에게 예기치 못했던 이변이 몇 번 일어난 것이다. 2001년과 2005년을 이어 2011년에도 로날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링컨전 대통령을 제치고 1등을 장식한 것이다. 미국갤럽의 표본추출과 조사방법은 이 조사를 시작한 50년 전이나 지금이나 한결같다. 미국갤럽은 유권자인 성인 18세 이상을 전화면접방식으로 진행해 왔다. 미국의 성인기준은 18세 이상이다.
 
이번 한국갤럽 발표는 그동안 이 조사기관이 가지고 있던 공신력을 손상시킨 계기가 되지 않았나 하는 걱정을 자아냈다. 물론 모든 여론조사가 조사대상 인구의 마음을 정확하게 측정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의 대선 출구조사에서 보듯이 여론조사 결과가 실제 결과와 빗나가는 경우는 얼마든지 있다. 그러나 여론조사기관이 정치적 이념에 편향되어 결과를 미리 ‘결정’해 놓고 조사를 실시하는 경우가 있어서는 절대로 안되다. 한국갤럽은 미국갤럽에서 본보기를 찾는 것이 어떨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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