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 엽기 살해 원인은 '집'
재산 놓고 심각한 고부갈등
LA 40대 한인 여성 이은영씨
토막살인.방화 혐의로 체포
〈본지 28일자 A-6면>
가족들에 따르면 재산 문제로 인한 고부갈등이 범행 동기로 보여 충격을 주고 있다. LA카운티셰리프국은 지난 25일 오전 6시30분쯤 터스틴시에서 이은영(42)씨를 이영자(77.사진)씨 살해 혐의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붙잡힌 이은영씨는 숨진 이씨의 큰며느리다. 피해자 이영자씨의 유가족에 따르면 숨진 이씨는 금전적인 문제로 큰아들 부부와 갈등을 겪다 큰며느리인 은영씨에게 살해당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아들도 범행에 가담했는지 여부도 조사 중이다.
사건 수사는 이씨가 체포되기 5시간여 전인 새벽 1시5분쯤 LA에서 동쪽으로 30마일쯤 떨어진 다이아몬드바 지역에서 발생한 주택 화재로 시작됐다.
현장에서 방화 여부를 수사하던 셰리프국은 '이씨가 시어머니를 찾아가 죽이고 시어머니 집에 불을 지른 뒤 터스틴으로 도주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 신원이 공개되지 않은 제보자는 이씨의 차량 정보까지 전달했고 셰리프국은 터스틴경찰국과 공조해 이씨 추적에 나섰다. 이어 5시간쯤 뒤 터스틴경찰국은 화재 현장에서 약 25마일 떨어진 터스틴의 터스틴랜치로드와 그린웨이드라이브 교차로에서 이씨의 흰색 SUV를 발견하고 이씨를 체포했다.
체포 당시 이씨 차량 내부는 여러 개의 비닐봉지와 피묻은 종이봉지 농구공 유모차 등 각종 잡동사니들로 가득차 있었다. 셰리프국은 "차량에서 발견된 여러 봉지 안에 유해(remains)들이 나뉘어 담겨 있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셰리프 측은 이씨가 시신을 쉽게 운반하고 유기하기 위해 시신을 여러 부분으로 토막낸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까지 이씨에게는 1건의 살인 혐의만 적용됐지만 향후 방화나 시신훼손 혐의도 추가될 수 있을 전망이다.
아직까지 셰리프국은 직접적인 사인이나 범행 도구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범행 동기도 공식 발표되진 않았으나 가족들에 따르면 숨진 이씨의 집을 놓고 벌어진 고부간의 갈등이 참변을 낳은 것으로 보인다.
숨진 이씨의 사촌 남동생 이모씨는 "화재 발생 이틀 전인 23일에 누나와 통화했다"면서 "(며느리 이씨는)오직 누이에게서 돈을 빼앗아 가려고만 했고 누나의 집마저 차지하려 협박까지 했다"고 말했다.
남동생 이씨에 따르면 숨진 이씨는 사건 발생 이틀전인 23일 마지막으로 통화했다. 그는 "며느리로부터 '왜 자식들이 부모를 죽이는 일이 벌어지는지 알 것 같다'는 등 생명에 위협을 느낄 정도의 폭언을 들었다고 했다. 그냥 애들한테 집을 줘야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게 마지막 통화였다"고 덧붙였다.
갈등의 원인인 집을 이씨가 큰아들 부부에게 넘겨주기로 결심한 이틀 뒤 이씨는 살해당했고 큰며느리는 살인 혐의로 체포된 셈이다.
엽기적인 살인 사건 소식에 숨진 이씨의 이웃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가족들에 따르면 숨진 이영자씨는 한국에서 경기대학교를 졸업하고 평화봉사단과 주한미국대사관에서 일했던 재원이었다. 40여 년 전 서른을 훌쩍 넘긴 나이에 뉴욕으로 시집을 오면서 삶이 어려워졌다. 민주평통 LA지역협의회 2.3.4대 회장을 지낸 고 이관옥씨의 며느리이며 남편은 이관옥씨의 의붓아들인 이달호(2011년 사망)씨였다.
붙잡힌 이씨는 외국 국적 항공사의 스튜어디스 출신으로 알려졌다. 체포된 이씨는 보석금 100만 달러가 책정돼 LA카운티 구치소에 수감됐다.이씨의 인정신문은 당초 27일 열릴 예정이었으나 4월 24일로 연기됐다.
정구현.백정환.오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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