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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대성당을 돌다 <상>밀라노 대성당…세속의 권력이 쌓았으되 생명의 말씀으로 우뚝 서다

14세기 착공, 나폴레옹 대관식 치른 명소로 유명
지붕 꼭대기 빽빽한 첨탑 속에 서서 시내 조망

성서 이야기 새긴 스테인드글래스가 실내 비춰
순교자 성 바돌로매 조각상 앞에선 경건한 마음


유럽을 여행하면서 '대성당'을 빼놓는다면 뭐가 남을까. 중세 중기부터 유럽 곳곳에서 본격적으로 축조되기 시작한 대성당과 그 앞 광장은 당시 사람들에겐 '삶'이 이뤄지는 곳이었다. 종교가 곧 삶을 지배하는 시기였다. 유럽 곳곳에서 성당이 하늘을 향해 솟아오를 때 종교 부패 또한 함께 자라나긴 했다지만 성당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경건함은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짙어진다.

이탈리아에서는 성당을 '두오모'라고 부른다. 최근 방문한 이탈리아에서는 두오모를 제외하곤 도무지 여행이 이뤄지질 않았다. 도시의 중심에 묵직하게 자리잡은 대성당은 지금까지도 사람들을 빨아들이고 있었다. 과거에는 인근 주민들을 끌어모으는 역할을 감당했다면 이제는 세계의 관광객들을 매혹시키는 관광 중심지 역할까지 도맡아 하고 있었다.

여러 두오모 중에서도 이탈리아에서 가장 크다는 밀라노 두오모로 발길을 옮겼다. (성베드로대성당은 바티칸에 있으므로 이탈리아에 포함되지 않는다.)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큰 성당이라 한다. 밀라노 두오모의 경우 600년 가까이 달하는 세월 동안 차곡차곡 지어진 성당이다. 1386년 시작해 1965년 완공했으니 여러 세대에 걸쳐 이탈리아인들과 함께 서서히 완성되며 함께 호흡해 온 셈이다. 시대를 아우르는 인간의 끈기를 이만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건축물이 또 있을까.

사실 밀라노 두오모의 시작은 신앙적인 면보다는 세속적인 면이 더 강했다는 게 역사적 비밀이다. 14세기 밀라노 공작이었던 비스콘티의 주도로 공사가 시작됐으며 나폴레옹이 이 성당에서 대관식을 치르기도 했다. 수백 년 건축 역사의 상당 부분은 담당자와 주교가 바뀌면서 건축 양식이 변경되고 만든 것을 뒤엎었다가 이리저리 옮겼다가 하는 복잡한 과정이다. 그럼 지금 이곳은 세속과 신앙 사이에서 어느 편에 치우쳐 있는 장소인지 궁금해졌다.

하늘을 향한 인간의 소망

밀라노 두오모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바로 '지붕 출입'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지난 2009년까지는 외관 공사로 인해 건물 구경 자체가 어려웠던 반면 지금은 지붕으로 올라가 대리석상을 가까이서 관찰하며 밀라노 시가지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성당 전체와 지붕을 장식하는 요소 중 아마 가장 눈여겨볼 만한 것은 바로 기괴스러울 정도로 빽빽히 솟아오른 첨탑들과 2245개에 이르는 대리석상이다. 첨탑 하나하나의 꼭대기에는 조각상이 서서 하늘과 땅을 바라보고 있으며 건물 벽과 기둥 중간중간에도 석상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같은 모양의 석상은 단 한개도 없다.

계단을 따라 대성당 지붕으로 올라가봤다. 밀라노 두오모의 특징은 지붕 옆을 따라 형성된 발코니를 걸으며 석상을 가까이서 구경할 수 있다는 것. 그렇게 한참을 걷다가 '진짜' 지붕에 다다르면 높이 솟은 첨탑 꼭대기로 금빛 마돈니나(Madonnina)상이 제일 먼저 보인다. 하늘을 향한 중세 사람들의 반짝이는 열망을 그대로 대변하는 듯하다. 그 아래 각 첨탑을 장식하는 조각상은 일제히 성당에서 바깥 방향으로 몸을 돌린 자세였다. 교회 내부를 향한 시선이 아니라 세상을 향해 돌려져 있었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밀라노 시내를 내려다보며 이들은 무슨 생각에 잠긴 것일까. 성당이 지어진 600년을 넘어 이제 앞으로 펼쳐질 밀라노의 600년을 두고 조용히 기도하고 있는 것일까.

세속이 생명으로…

내부로 들어가면 줄지어 서 있는 두꺼운 기둥과 높은 천장에 압도당한다. 600년 동안 켜켜이 쌓인 때가 기둥 하나하나에 묻어 있다. "내가 정한 기약이 이르면 내가 바르게 심판하리니 땅의 기둥은 내가 세웠거니와 땅과 그 모든 주민이 소멸되리라"는 말씀을 눈으로 보여주듯 바닥과 지붕을 떠받는 두꺼운 기둥들이 위엄있게 일렬로 서 있다.

회색빛 내부에 빛을 공급하는 원천은 높게 뚫린 스테인드글라스. 성서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아로새긴 이 장식물에서부터 빛이 들어온다는 사실은 마치 성경 말씀에 빛이 있고 생명이 있음을 시각화하는 것인 듯.

내부 한 편에는 밀라노 두오모에서 가장 유명한 조각상이 하나 있다. 바로 성 바돌로매(St. Bartholomew)의 조각상. 마르코 다그라테가 조각한 이 조각상은 근육이 유난히 도드라져 보인다. 아르메니아 선교 중 산 채로 피부가 벗겨지는 형벌을 당한 성 바돌로매를 조각했다. 예수의 열두 제자 중 한 명인 바돌로매(나다나엘)다. 자신의 피부 가죽을 망토처럼 두른 이 조각상 앞에서 인간은 다시 한번 한없이 작아진다.

당대 사람들은 이 성당을 세속적인 목적으로 지었다고 해도 수백 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 장소는 경건함을 잃지 않았다. 창세기에서 요셉이 자신을 애굽에 팔아넘긴 형들에게 "근심하지 마소서 한탄하지 마소서 하나님이 생명을 구원하시려고 나를 당신들 앞서 보내셨나이다"라고 말했듯이 세속적인 목적 또한 성스러운 생명으로 바뀌어지는 역사가 일어난 것이다.

밀라노=이주사랑 기자

lee.jussarang@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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