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로병원 노인 학대 논란·…직원·가족 진실게임
가족 "귀찮은 환자 내보내려 기록 조작"
간호과장 "잘못 있어 해고당한 것 아니다"
운영사 "정서적 차이"
▶"환자 쫓아내려 술수, 명백한 학대"
환자 가족들은 전 간호과장 문씨가 특정 노인들의 의료기록 문서를 조작하고 약을 제대로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양로병원 환자들은 몸 상태가 악화될 경우 전문 의료진의 치료를 받기 위해 일반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 그러나 간호과장은 '몸 상태가 양호하다'고 기록된 문서를 '몸상태가 나쁘다'라고 조작했고, 일부 노인에게는 제때 약을 주지 않아 의도적으로 몸 상태를 악화시켰다는 게 가족들의 주장이다. 가족모임 대표 오모씨는 "노인 환자들은 억지로 병원에서 나가야 한다는 불안감에 정신적으로 힘들었다. 피해를 입은 노인들은 입원실을 바꿔달라거나 룸메이트를 바꿔달라는 등 요구 조건이 많은 분들이었다. 간호과장은 이런 노인들을 상대하기 싫어했고, 이들을 시설에서 나가도록 의도적으로 상황을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오씨에 따르면 지난 1월 독감에 걸렸던 오씨의 어머니는 일반병원에서 독감 치료를 받고 양로병원으로 돌아가려 했다. 그러나 간호과장의 제지로 경찰까지 출동하는 소동이 일었다. 오씨는 "간호과장이 직원들을 시켜 문을 막으라고 지시했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경찰에 신고, 어머니를 안전하게 양로병원으로 모실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환자 가족 이모씨는 "간호과장은 기저귀 착용으로 난 가벼운 피부 상처를 욕창이라고 문서를 꾸미기도 했다. 욕창 환자 역시 양로병원이 아닌 일반병원으로 옮겨야 한다는 규정을 이용하려 한 것"이라고도 설명했다.
또 가족 측은 "간호과장은 정신질환이 있는 분이 꼭 먹어야 하는 약을 일부러 주지 않아 환자가 이상 행동을 보이도록 의도했다. 일반병원으로 보내기 위해서였다. 이는 명백한 과실이자 학대"라고 강력히 주장했다.
▶조사 및 간호과장 해고 조치
환자가족 모임은 지난 1월 가주 공공보건국과 해당병원 운영업체인 JPH 매니지먼트에 진상조사를 요구했다. 결과는 엇갈렸다. 먼저 조사에 착수했던 보건국 측은 문씨의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에 대해 가족들은 "조사 과정에서 문씨가 문서를 조작해 조사관에게 제출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가족들에 따르면 JPH 매니지먼트는 이후 있었던 자체 조사에서 가족들이 제기한 의혹을 받아들였다. 문씨가 갖고있던 문서들을 미리 입수한 뒤, 조사에서 문씨가 내놓은 문서와 대조작업을 벌여 문서위조 혐의를 포착해 냈다는 게 가족 측의 설명이다. 환자가족 이종옥씨는 "본사에서는 직접 환자를 만나 환자 상태를 보기도 했다. 간호과장이 '혼자 걸을 수 없다'고 의료 기록을 한 것에 대해 환자가 걸을 수 있는지 직접 확인하는 방식이었다. 이 과정에서 간호과장의 잘못이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JPH는 조사 후 지난달 27일 간호과장 문씨를 전격 해고조치했다.
▶"규정대로 했을 뿐, 잘못 없다"
간호과장 문씨는 "내 잘못이 인정돼 해고를 당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문씨는 "본사도 가족들이 강력히 문제 제기를 하니 사태를 조용히 마무리 짓기 위해 해고 조치를 한 것이다. 나 혼자만 병원을 그만두면 해결될 일인 것 같아 모든 걸 감수하고 조치를 따른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환자들을 내몰기 위해 문서를 조작하고 약을 주지 않았다는 가족 측의 문제 제기에 대해서도 입장을 설명했다. 문씨는 "환자들은 전문 의료진의 도움이 필요한 상태였다. 또 공공보건국에서는 최근 정신질환 약 사용을 자제하라고 홍보하고 있다. 규정대로 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보건국과 JPH의 조사 결과가 엇갈리자 또 다른 논란이 일었다. 가족 측은 "해고 당했다는 것 자체가 문씨의 노인학대 혐의, 문서 조작 혐의 등을 인정하는 것 아니냐"라고 주장하는 반면, 문씨는 "공공 기관에서 혐의가 없다고 결론내렸다. 잘못이 있었으면 보건국 조사에서도 드러났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와 관련, JPH측은 문씨의 해고 이유를 내놓지 않고 있다. JHP측 관계자는 "세대 차이에서 비롯된 정서적 차이가 원인이었던 것 같다. 문씨의 해고 이유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환자가족 모임은 "전 간호과장이 공식적으로 사과를 해야 한다. 가주 간호사협회 등에도 조사를 의뢰한 상황이다. 필요에 따라 보건국에 재조사를 요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오세진 기자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