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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한인회장 선거 이대로 덮으면 안 된다

엄재용 / KAIST 교수

이번 제34대 뉴욕한인회장 선거를 지켜보면서 나는 말할 수 없는 혼돈 속에 빠져든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시대가 법과 논리로 다스려진다는 21세기 2015년이 맞는가.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이곳이 법치주의가 어느 곳보다 발달돼 있다는 미국 땅이던가. 지금 이 일이 어느 민족보다도 우수하다고 자부하면서 긍지를 가지고 세계 여러 민족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살아가는 뉴욕 한인사회에서 한인들의 대표를 뽑으며 벌어진 일이란 말인가.

이번 선거는 시작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터라 그동안의 진행 상황을 유심히 지켜보지 않을 수 없었으며 그 결과 참으로 뉴욕 한복판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경악할 뿐이다. 그러기에 함께 이 사실을 겪고 있는 주위 사람들은 '한심하다' '부끄럽다' '다 집어 치워라' '처음 본다' '우리랑 상관 없는 일이다' '한인회 말만 들어도 지겹다' 등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너무나도 이해가 간다. 그러나 좀 더 깊이 생각해 보면 이렇게 회피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 다 알고 있다. 뉴욕한인회는 55년의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기에 우리가 우리의 대표 기관으로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미국사회에서 우리 한인들의 대표 기관으로 인정되는 곳이다. 그리고 또 중요한 것은 뉴욕한인회가 우리 선대들이 그리고 우리들이 십시일반 모아 마련한 한인회관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는 부끄럽고 한심하고 지겹더라도 인내심을 가지고 끝까지 이번 사건의 시시비비를 가려 뉴욕한인회가 올바로 서게 해야 할 뿐만 아니라 다시는 이런 사태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바로잡아 건전하고 아름다운 한인회를 후손들에게 물려줄 시대적 책임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일을 위해 우리는 각기 자신의 위치에서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참여해 각자의 역할을 다해야만 한다.



이 역할을 감당하기 위해 먼저 민승기 회장에게 묻고 싶다.

무슨 이유로 또 한인회장을 하길 원하는지 33대 회장 임기 중 한인회를 위해 어떤 일을 했는지 그리고 지금은 한인회를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우리는 요즘 민 회장이 3.1절 행사에서 만세삼창을 한 것과 차기 회장을 하기 위해 눈물겹도록 고군분투 하고 있는 것 외에는 한 일과 하고 있는 일을 도통 찾아볼 수 없다. 주어진 2년의 시간 동안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사람이 왜 또 다시 2년의 시간을 가지겠다고 이토록 법을 어기면서까지 무리수를 두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앞으로 자신이 아니면 한인회 발전에 큰 지장이 올 수도 있을 무슨 획기적인 일이라도 계획하고 있는지. 언론을 통해 얘기한 한인회관 건물 마스터 리스(장기 리스의 일종) 건 때문인지. 내가 알고 있기로는 비영리 단체에서 장기 리스를 주는 것은 여러가지 이해 관계가 내포돼 있기 때문에 위험천만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그렇게 하기 원하는 이유와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얼마나 우리 한인사회에 유리한 조건으로 들어온 오퍼를 가지고 있기에 이렇게도 그 일 추진에 혼신의 힘을 기울이는지 분명히 밝혀주길 바란다.

선거관리위원회에도 묻기 원한다.

이번 선관위는 여러 정황상 태생부터 정당성과 공정성에 문제가 많았다. 회칙이 요구하는 70명 이상을 채우지 못하고 성원도 되지 않은 다시 말해 요건을 갖추지 못한 이사회가 선관위원장을 인준하고 운영규정과 시행세칙을 승인해 정당성을 입증받기 어렵다. 거기에 더해 현직 회장이 차기 회장 후보로 출마하면서 선거를 공정하게 관리할 선거관리위원들을 자신이 직접 지명했다는 사실은 삼척동자가 들어도 실소를 금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와 같이 태생적인 결함을 가지고 있는 선관위가 선거를 진행하면서 안하무인격으로 법 위에 군림하고 있다. 사전선거운동 규정을 몰래 바꾸다시피 하고 그것도 모자라 소급 적용해 기호 추첨을 한 지 바로 몇 시간 후 선거운동이 시작되기도 전 한 후보의 자격을 박탈시킴으로써 축제가 돼야 할 한인회장 선거를 아비규환으로 만들어 놓았다. 그뿐만이 아니다. 자신들을 지명해준 은혜에 보답이라도 하듯 민 회장의 사전선거운동에 대한 고발 건은 경고 조치에 그치는 불공정을 범했다. 도대체 선관위는 누구를 위한 기구인가. 그리고 선관위원들은 선관위의 역할이 무엇인지 충분히 인지했는가.

언론에도 부탁한다.

워터게이트 사건은 워싱턴포스트의 끈질긴 노력으로 사건의 전모가 밝혀졌으며 미국 역사상 최초이자 유일하게 대통령이 탄핵되고 사임하는 결과를 빚었다. 그냥 덮고 가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특별히 50만 한인들과 이해 관계가 있는 일이다. 위법 사항은 아픔이 있더라도 반드시 밝혀내고 거기에 따른 응징이 따라야 한다. 그래야만 다음에 비슷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 법이다. 용서와 화합은 그 다음에 해야 할 일이다. 곪은 상처는 반드시 수술한 후 봉합하고 싸매야 하는 게 이치다.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말고 날카로운 눈으로 사태를 파헤쳐서 한인사회에 알려줘야만 한다. 이것이 바로 언론의 사명이다.

50만 한인 모두는 한인회 일을 특별히 이번 사태를 주의깊게 지켜보고 적극적으로 참여해 의사 표시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우리 한인사회를 아끼고 사랑하는 길이다. 우리의 2세들에게 좋은 유형 무형의 유산을 남겨주는 길이다. 우리 다같이 힘을 합쳐 깨끗하고 아름다운 한인회를 세워보자. 그런 한인회를 만들어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주자. 그렇게 하는 것이 우리 모두가 이런 아픔을 통해 승리자가 되는 길이다.

엄재용 버펄로 뉴욕주립대 졸업. MIT와 노스웨스턴대 켈로그스쿨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시민권자로 AT&T 시니어 테크니컬 멤버 루슨트테크놀로지 컨설팅 매니저 캡세이지컨설팅 디렉터를 거쳐 2008년부터 KAIST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하면서 뉴저지주 홈델의 집을 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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