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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최대 장로교단 '동성결혼' 수용

노회 투표 결과…시행은 목사 재량 맡겨
일부 한인교회 반발…교단 탈퇴도 고려

미국 최대 장로교단이 '동성결혼'을 수용했다.

교계는 이번 결정이 향후 기독교내 동성결혼에 대한 인식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17일 미국장로교(PCUSA)는 "결혼의 의미를 재정의하는 개정안(14-F)이 과반수 노회들에 의해 승인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PCUSA측은 "이는 목사들에게 결혼과 결혼 집례에 대한 폭넓은 재량을 허용해 줄 것이다. 여기에는 '동성 결혼식'도 포함된다"고 전했다.

PCUSA는 지난해 6월 교단 총회가 결의한 개정안(결혼의 정의를 '한 남성과 한 여성의 결합'이 아닌 '두 사람의 결합'으로 바꾸는 것)을 두고 각 노회가 찬반투표를 진행해왔다.

현재 PCUSA는 전체 노회(171개) 중 과반수가 넘는 87개 노회가 이를 승인했다. 이에 따라 남은 투표 결과에 상관없이 개정안은 통과됐으며, 개정된 교단 헌법은 6월21일부터 시행된다.

하지만 PCUSA는 논란을 피하기 위해 개정안 시행을 각 교회 및 목사 재량에 맡겼다.

PCUSA 소속 박선규 목사는 "개정안은 서로 의견이 다를 때 상호 관용을 권장하기 위한 것"이라며 "개정안이 통과됐다고 해서 어떤 목사나 교회에도 개인 판단에 반하는 결혼식을 집례 또는 허용하라고 강요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PCUSA 소속 한인 목회자들은 교단의 결정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이도환 목사는 "일단 이번 개정안은 강제적 시행이 아닌 목회자의 신앙적 양심에 따라 개인이 결정할 수 있는 것"이라며 "하지만 동성결혼 자체를 반대하는 한인 교회 사이에 교단 탈퇴 움직임이 가속화되거나 교회 내 목회자와 교인 사이의 견해 차이로 분열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실제 선한목자장로교회를 비롯한 일부 한인교회들은 교단 결정에 반대, 탈퇴를 준비 중에 있다.

앞으로 기독교내 동성결혼 인식에 대한 변화 추이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현재 기독교내 성공회, 루터교단, 그리스도연합교회 등은 이미 동성결혼을 허용했으며, 감리교단 등은 이를 논의 중에 있다. 반면 보수 복음주의권 교단(PCA.OPC) 등을 비롯한 가톨릭은 결혼에 대한 전통적 견해를 따르고 있다.

LA한인교계 한 목회자는 "사실 미국 교계에서 '동성애'는 덮어둬야 할 이슈가 아니라 테이블로 갖고 나와서 머리를 맞대고 실질적인 대안을 논의해야 할 문제였다"며 "어쩌면 보수 기독교가 더 이상 이를 외면할 수 없을 만큼 동성애 이슈는 이미 너무 가깝게 다가와 있다"고 말했다.

정동훈 목사는 "대부분 PCUSA를 보수 교단으로 알고 있지만 동성애자 목사 허용 등 예전부터 다양한 행보를 보여왔기 때문에 이번 결정이 새삼스럽지는 않다"며 "다만 미국에서 가장 큰 교세를 가진 장로교단이 동성결혼을 수용했다는 점은 앞으로 교계 내에서 동성애에 대한 인식이 급격히 변화되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PCUSA는 소속 교인 180만 명인 미국 최대 장로교단이다. 한인교회는 420여 개가 소속돼 있다.

장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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