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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미국 셰일가스 고사 전략 실패로 끝나나

올 투자 줄지만 생산량 3% 감소 그칠 듯
장비·기술 표준화로 생산비 크게 줄여
원가 배럴당 50~75달러로 생산 가능해

지난해 11월 알리 알 나이미(80)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장관은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의에서 승부수를 던졌다. 수요 감소와 생산량 증가로 인한 국제 유가 하락에도 생산량을 줄이지 않기로 한 것이다. 유가는 자유 낙하했다. 지난해 6월 이후 국제 유가는 60% 이상 하락했다. 17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유(WTI) 4월 인도분은 배럴당 43.14달러에 거래됐다.

사우디는 그동안 '국제원유시장의 안전망'이었다. 생산량을 조절해 수급을 원활하게 하는 '스윙 프로듀서'의 역할을 맡아왔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사우디가 입장을 바꾸며, 저유가 속 '적자생존'의 시대가 도래했다.

사우디가 겨냥하는 적은 분명했다. 국제유가의 고공행진 속에 뛰어든 고비용 원유 생산자들, 특히 미국의 셰일업체였다. 알 나이미 장관은 "고비용 생산자에게 보조금을 주는 것이 중동 국가의 역할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알 나이미의 도박이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상대의 맷집이 생각보다 강해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6일 "국제 유가 하락에도 미국 셰일업계는 별다른 타격이 없다"고 보도했다.



유가 하락에 이익이 줄어들며 미국 셰일업체는 정리해고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추 건수도 줄었다. 미국 내 셰일오일 시추 설비 가동대수는 최고점을 기록한 지난해 10월에 비해 46%나 감소했다. 그럼에도 생산량은 크게 줄지 않았다. FT에 따르면 EOG리소스는 올해 투자를 40% 축소할 계획이지만 생산량은 3% 정도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석유·천연개스업체 헤스는 투자를 14% 줄였지만 생산량은 오히려 12%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연방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 1년간 텍사스 남부 이글포드와 페르미안의 신규 유정의 리그(시추설비)당 생산량은 각각 24%, 30%씩 늘어났다. 미국 셰일업체의 생산성이 높아진 비결은 비용 절감이다. 장비와 기술을 표준화해 원유를 생산하면서 비용을 낮췄다. 또한 패드 드릴링(채굴설비를 조금씩 이동시켜 주변의 셰일오일을 생산하는 기술) 등 기술의 발전도 경제성을 끌어올렸다. 생산성 있는 유정에 투자를 집중하고 수압파쇄기 등 장비와 서비스 공급자에게 단가 인하 압력 등을 가해 생산성을 높였다.

아담 시민스키 EIA 청장은 "배럴당 100달러선에서 이뤄지던 셰일오일 생산이 50~75달러에서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정유사 애니의 전 부사장인 레오나르도 마우게리는 "사우디가 미국 셰일 혁명의 실제 잠재력을 믿지 않았다. 셰일업체의 힘을 과소평가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셰일업체 고사 전략이 사우디에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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