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부처' 흔들며 3타차 뒤집은 류소연
박인비와 단체전까지 2관왕
"어떻게 할까요?"
박인비는 자신이 먼저 하겠다고 했다. 매도 먼저 맞는 사람이 좋다. 압박감이 많은 상황에서는 샷도 먼저 하는 것이 유리하다. 먼저 샷을 한 골퍼의 결과가 좋을 경우 경우 뒤에 샷을 하는 사람의 부담감은 배가 된다. 류소연은 경기 후 "먼저 퍼트하는 것을 양보했다"고 했다. 먼저 하고 싶었다는 뜻이다.
박인비는 퍼트의 달인답게 그 퍼트를 쑥 넣었다. 류소연은 부담감을 느꼈다. 그러나 압박감 속에서도 퍼트를 넣었다. 버디가 들어가면서 사실상 승부를 끝낸 챔피언 퍼트가 됐다.
류소연이 절친한 언니 박인비를 유럽투어(LET) 미션힐스 월드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꺾었다. 최종라운드에서 버디 7개, 보기 1개, 더블보기 1개로 4타를 줄여 최종합계 13언더파로 박인비에 한타차 역전우승을 차지했다.
박인비는 2개 대회 연속 와이어 투 와이어(4라운드 내내 선두) 우승 도전에 실패했다. 류소연은 7번 홀(파4)에서 티샷이 해저드에 빠지면서 더블보기를 범해 3타 차로 벌어져 우승권에서 멀어지는 듯도 했다. 그러나 이후 류소연은 버디 4개를 잡으면서 쫓아갔다. 그는 경기 후 "우승 생각보다는 한 홀 한 홀에 집중하자는 마음으로 경기했다"고 말했다.
박인비가 흔들린 것도 도움이 됐다. 박인비는 3타 차로 앞선 8번 홀(파3)에서 보기를 하면서 추격의 빌미를 줬다. 류소연은 "3타 차와 2타 차는 다르다. 2타는 내가 버디를 하고 상대가 보기를 하면 한 홀에서도 따라잡을 수 있는 스코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둘은 엎치락뒤치락 흥미로운 경쟁을 이어갔지만 상대가 버디를 하면 평소처럼 "나이스 버디"라고 하며 격려도 했다. 박인비는 자신을 상대로 역전승을 거둔 류소연에게 "수고했고, 잘 했다"라며 진심으로 축하해줬다. 류소연은 "인비 언니에게 가장 부러워했던 부분(흔들리지 않는 멘털)을 내가 해내서 너무 좋았다"라며 기뻐했다. 또 박인비와 짝을 이룬 팀 경기에서도 합산 스코어 25언더파로 우승을 거둬 2관왕에 올랐다.
류소연이 지난해의 값진 경험으로 멘털이 강해졌기에 박인비와의 승부에서도 승리할 수 있었다. 류소연은 "국가대항전 인터내셔널 크라운 미국과의 와일드카드 연장전에서 일생일대의 중압감을 안고 경기를 했다. 이를 극복해 '한 단계 더 넘어섰구나'라는 자신감이 붙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한국 자매들은 막강한 파워를 뽐냈다. 올해 LPGA 투어 5연승을 포함해 LET 4개 대회를 모두 휩쓸며 세계 여자골프를 호령하고 있다.
하이커우=김두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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