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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TALK] 경청과 소통의 예술,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김동민 / 뉴욕클래시컬플레이어스 음악감독

뉴욕에서 연주 단체를 세운지 6년 째 접어들다보니 만나게 되는 사람들이 많다. 처음에는 주로 만남을 요청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요즘은 종종 만남을 요청받기도 한다. 저명한 아티스트와 합동으로 공연을 해보자는 제안을 받는가하면 좋은 연주자를 어떻게 섭외했는지 알려달라는 상담 요청도 받는다. 아예 특정 아티스트를 지목하고 개인 e메일을 내놓으라며 연주료는 얼마나 줬는지 대놓고 말하라는 막무가내도 있었다. 참고로 아티스트와의 계약에서 가장 중요하게 지켜야 하는 부분 중 하나는 개인정보와 돈에 관한 부분이다. 출연료는 누설금지 제1조항이고 개인 e메일은 반드시 본인 동의를 구한 후 공유해야 한다.

통상적으로 아티스트를 섭외할 때 개인적인 친분이 있다고 해도 매니지먼트를 통해서 진행한다. 명망있는 인물 중에는 각 대륙마다 매니저를 두기도 하는데 피아니스트 손열음 같은 경우도 유럽 일본 한국에 각각 공연관련 스케줄을 돕는 매니저가 있고 조수미나 정명훈 같은 특급 아티스트들 역시 마찬가지다. 대륙을 넘나들면서 계속 떨어지는 테트리스 게임의 벽돌처럼 빡빡한 일정의 공연을 해야하는 유명 아티스트들에게 연주 조건이 어떤지 연주료는 얼마인지 리허설 스케줄은 어떻게 되는지 등을 일일이 직접 챙기기는 것은 골치 아픈 일이다.

이런 뒤치닥거리(?) 이외에 매니지먼트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 있다면 연주를 섭외해 오는 것이다. 연주 단체들을 위해 소속 아티스트 소개 자료를 제작하고 공연 제안서를 보내 연주 기회를 따내는 역할이다. 연주가 많아진다는 것은 공연 수입이 늘어난다는 경제 논리와 맞물려 있기 때문에 회사 입장에서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신인 연주자들의 경우 어떤 매니지먼트에 소속되었는지가 연주자로서의 성패 여부에 중요한 요인이 된다. 반대로 이름 있는 아티스트들은 쏟아지는 초청 러브콜을 선별해야 하는데 이를 잘 조정하는 것이 생각처럼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뉴욕클래시컬플레이어스(NYCP)의 첫 번째 시즌이었던 2011년 첼리스트 M과 함께 연주할 기회가 있었다. M과는 유학 시절 아파트 윗층과 아래층에 함께 살기도 했고 학교 오케스트라에도 같이 속해 있었다. M은 졸업 후 세계적인 첼로 콩쿨과 권위 있는 음악상을 차례로 휩쓸며 이름을 날리게 되었다. 첼리스트 요요마를 대신하여 무대에 서기도 했고 젋은 나이에 유럽의 전통있는 오케스트라의 수석으로 초빙되어 활동하기도 했다. 지금은 미국의 유명 오케스트라의 수석주자로 틈틈이 독주 무대를 갖는 인물이었기에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NYCP의 협연자로서 손색이 없었다. 그는 오랜만의 연락에 반가워하며 흔쾌히 연주 요청을 받아들였다.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어 곧바로 연주 곡목과 날짜 장소 등에 대해 구두협의를 마치고 다시 연락하자는 여운을 남겼다.



시간이 흘러 M과의 연주가 다가올 무렵 한 통의 e메일이 도착했다. 그의 매니저였다. 다시 연락하자는 그의 이야기가 골치아픈 현실이 되었던 이유는 계약서의 내용 때문이었다. 그 계약서에는 '나중에 꼭 같이 연주하자'는 옛 친구와의 우정과 약속은 온데간데 없고 다섯 자리 숫자만이 '우린 절대 떨어질 수 없어!'라며 냉정하고 뻔뻔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당시 NYCP는 그 금액을 지불할 능력이 없었다. 중부에 거주했던 M은 이 연주를 위해 개인 일정의 많은 부분을 희생하면서 여행 계획을 잡아둔 상태였다. 그야말로 진퇴양난이었다. 연주를 코 앞에 둔 마당에 하늘이 무너져내리는 순간이었다.

특급 매니지먼트사 가운데에는 악명 높은 곳도 있다. 회사 명성에 비해 대우도 형편없는지 직원들이 수시로 바뀐다. 지인 한 명도 이 회사에서 슈퍼스타급 아티스트를 돕는 일을 잠시 하더니 일을 정리하고 회사를 나왔다. 이런 곳은 돈이나 명성이 아니면 대화가 어렵다. 반면 유능한 매니저는 이런 황당한 순간을 지혜롭게 리드해나간다. 다행히 M의 매니지먼트 베이스가 뉴욕에 있어서 맨해튼에서 미팅을 갖고 현실적인 수준의 협상을 했다. 음악회는 무사히 진행되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M과의 옛 약속은 멋지게 이루어졌고 언제라도 다시 부르면 꼭 오겠다는 확답도 받았다. 유능한 사람은 상황을 가만히 지켜보는 사람이 아니다. 능동적인 자세로 경청하며 꾸준히 소통하는데 힘을 기울인다. M의 노련한 매니저를 통해 배운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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