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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잠하던 '원정출산' 들썩…개정 국적법 후 전용 산후조리원은 급감

친구·친지 동원한 개별적인 출산 늘어나

3일 국토안보부(HSI)는 어바인·랜초쿠카몽가·롤랜드하이츠·월넛 지역 20여 개의 중국계 산후조리원을 급습했다.

HSI와 합동수사팀은 이날 원정출산을 원하는 여성들로부터 돈을 받고 미국 관광비자를 위조하고, 아파트 단지에서 불법 산후조리원 등을 운영한 브로커들을 찾기 위해 단속에 나섰다.

이들은 산모가 무보험자이며 저소득층이라 병원을 속여 병원비를 내지 않거나 적게 낸 것으로 드러났다. HSI에 따르면 원정출산과 관련된 사기로 연방기관이 합동단속을 펼치는 건 매우 드문 일이다.

한때 미국으로 원정출산 붐이 일었던 한국과 한인사회는 어떨까. 알아본다.

2005년 원정출산을 방지하려는 목적의 개정 국적법이 제정된 후 한동안 잠잠했다. LA-괌-하와이 등지에 우후죽순 생겨났던 원정출산 전용 산후조리원도 그 수가 많이 줄었다. 하지만 자녀의 미래를 위해 태평양을 건너는 한국 엄마들의 모성애는 여전하다.

예전엔 산후조리원을 공략했다면 이제는 각개전투다. 친구·친지를 동원하고, 아는 사람이 없다면 혼자서라도 온다. 인터넷을 통해 원정출산 선배(?)들의 경험담을 꿰찬 예비엄마들은 입국심사시 예상되는 질문과 답변부터 병원정보, 출산 전 필요한 생활정보까지 공부하고 실전에 옮긴다. 그들이 공유하는 정보에는 출산 후 출생증명서·여권·소셜시큐리티번호를 받는 방법까지 포함돼있다.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여전히 '아메리칸 드림' 때문이다. 수사당국은 미국여권으로 발생하는 공교육·부모초청 혜택 등을 원정출산의 이유로 보고 있다. LA한인타운 A조리원 B대표는 "대부분 지금 당장 보단 고등학교나 대학 진학을 염두에 두고 온다. 향후 본인들도 시민권자인 자녀의 초청으로 제 2의 인생을 미국에서 펼쳐보고 싶은 꿈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와이를 경유해 LA에 온 예비엄마 H씨(31)는 "우리 아들이 고등학교 때부터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시름시름 앓아갈 생각을 하니 벌써 끔찍하다. 미국 학교에서 자유롭게 컸으면 좋겠다"며 "군대도 문제고… 아들에게 좋은 미래를 선물해주는 게 부모의 몫이라 본다"고 말했다. H씨는 "법이 개정돼 군대에 가야한다지만 솔직히 당국이 일일이 다 잡아낼 수는 없지 않냐. 빈틈은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예비엄마 유은희(33·가명)씨는 "인터넷으로 필요한 정보를 알아보고 지인에게 부탁해 호텔을 잡았다. 출산 전 4주, 아이를 낳고 4주 머물 예정이다"라며 "이번 여행에 쓸 2만 달러는 매우 큰 돈이지만 학원·과외·특별활동 등으로 나갈 사교육비를 생각하면 훨씬 투자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사이프레스에 사는 브라이언 김(42)씨는 "늦게 결혼한 친구가 최근 임신소식을 알리며 '나중에 한국에서 외국인학교 보내려면 미국에서 낳아오는 게 편하다'는 식으로 말했다.

수사당국은 매년 관광비자로 미국에 들어온 산모에게서 태어난 4만여 명의 아기가 '미국국적'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C산후조리원 D대표는 "미국에 와서 돈을 쓰는데 정부가 막을 이유가 없지 않는가. 체류할 곳의 주소와 긴급 연락처 등을 정확하게 설명하면 문제없이 들어온다"며 "요즘 추세는 산후조리와 병원비, 생활비를 합쳐 2만5000~3만 달러선"이라고 말했다.

한국인의 미국 원정출산은 2000년을 시점으로 급속히 확산됐다. 병역회피 등 사회문제화되면서 급기야 국회는 2005년 개정 국적법을 만들었다. 개정 국적법은 부모가 외국에서 영주할 목적없이 체류한 상태에서 출생한 자는 병역의무를 이행하지 않고는 국적이탈 신고를 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백정환·구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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