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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 & 라이프] 게티 센터에 '봄'이 왔다

유이나/선임 기자

인간에게는 대부분 양면성이 있다고 하지만 석유 재벌 J 폴 게티(Jean Paul Getty: 1892~1976) 만큼 극단적으로 두 얼굴을 가진 사람은 없는 것 같다. 특별히 돈과 결혼 문제에 있어서 그는 이중 인격의 모습을 보였다.

12억 달러 재산가로 1966년 기네스북에 세계에서 가장 돈 많은 사람으로 올랐던 게티는 돈 한푼 쓰는데 벌벌 떠는 자린고비였지만 문화 예술에 대한 사랑을 나누는 데는 더없이 넓은 마음을 보였다.

게티는 자신의 사유지 전화기에 동전 박스를 설치해 놓았을 뿐 아니라 1973년 손자 존 폴 게티 3세가 이탈리아 로마에서 유괴됐을 때는 아들에게 연 4% 이자를 받고 돈을 빌려줬을 정도다.

하지만 게티 센터가 입장료를 받지 않고 그 훌륭한 미술품을 공개하게 된 것은 폴 게티의 문화 예술을 향한 무한한 나눔의 마음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게티의 양면성은 여자 문제에서도 심하게 나타났다. 20대부터 갑부가 된 폴 게티는 결혼과 이혼을 다섯 차례나 거듭하며 끊임없이 플레이보이 행각을 펼쳤으나 친구들에게는 늘 '한 여자와 오래 오래 사는 것이 꿈'이라고 말하곤 했다.

"결혼 생활만 잘 유지된다면 전 재산을 다 쏟아넣어도 안 아까울 것 같다"던 게티는 그러나 정작 아내들에게는 늘 '돈 아껴쓰라'고 잔소리를 퍼부었다는 것.

게티가 47세 되던 해 5번째로 그와 결혼했던 루이스 더들리 린치는 2013년 펴낸 회고록에서 '참 힘든 남자였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하나 루이스 역시 회고록에서 게티의 문화 예술에 대한 사랑은 그 누구도 따를 자가 없었다고 인정한다.

청년시절부터 미술품 수집에 열정을 보였던 폴 게티는 콜렉션이 많아지자 1954년 퍼시픽 팰리세이즈의 말리부 저택을 뮤지엄으로 전환했다. 지금은 게티 빌라로 불리는 이 말리부 뮤지엄이 바로 현재 게티 센터의 전신이다. 뮤지엄을 오픈하며 그는 '콜렉션을 전세계 모든 이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꿈을 꾸었다.

현재 게티 뮤지엄이 보유한 미술품은 수만여점. 주로 20세기 이전의 유러피안 페인팅과 드로잉, 매뉴스크립트, 조각, 장식품을 소장하고 있지만 최근엔 미국과 아시아 미술품에도 관심을 기울여 전세계 작품이 골고루 소장돼 있다.

미학의 건축가 리처드 마이어가 설계한 아름다운 건축물에 태평양 바다를 굽어볼 수 있는 환상적 위치까지 더해 현재 게티는 연 관람객 130만명을 끌어 모으는 관광 명소가 됐다. 게티의 꿈은 이뤄졌다.

요즘 게티 뮤지엄에 가면 지난해 게티가 크리스티 경매에서 6512만 달러를 주고 구입한 에두아르 마네의 걸작 '봄(Spring)'도 볼 수 있고 파블로 피카소의 화제작 '여인(Femme)'도 감상할 수 있다.

마네의 '봄'은 당시 파리에서 활동하던 여배우 잔느 드마르시가 양산을 들고 있는 모습을 그린 초상화·인상주의의 대표적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마네는 사계절을 대표하는 파리 여성의 초상을 그리려 했으나 '봄'과 '가을'만을 완성한 뒤 2년 후 1883년 51세를 일기로 사망, 이 그림은 매우 귀한 걸작이 됐다.

피카소의 '여인'은 큐비즘을 대표하는 '아비뇽의 처녀들(Les Demoiselles d'Avignon)'이 탄생한 1907년에 습작으로 그린 작품. 바르셀로나 아비뇽의 밤거리 여인을 모델로 그린 작품으로 기하학적 구성이 뛰어난 작품이다.

마네의 '봄'은 게티 소장품이니 언제라도 감상할 수 있지만 피카소의 '여인'은 스위스 바젤의 바이엘러 재단 소장품으로 복원차 잠시 머물고 있는 작품이라 3월이 지나면 스위스로 떠난다. 서둘러야 볼 수 있다.

주차료 15달러만 내면 고상하게 봄을 하루종일 흠뻑 즐길 수 있는 곳. '힘든 남자' 게티가 우리에게는 참 좋은 일을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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