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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자 자녀 'PK'…"난 늘 가면을 써야 했다"

이름표가 너무 무겁습니다

'PK' 명칭이 정체성 대신해 교인들 시선과 중압감 극심
늘 따라붙는 'PK' 명칭 목사 대한 왜곡이 낳은 폐해
PK 대한 교인들 시선 변해야 목사 자녀도 여느 아이와 같아


목회자 자녀는 과연 특별한 존재일까. 그들에겐 늘 'PK(Pastor's Kids)'라는 호칭이 붙는다. 선교사의 자녀는 'MK(Missionary Kids)'로 불린다. 때론 이름보다 명칭이 그들의 정체성을 대신한다. 그릇된 관념이 배인 명칭은 그들에게 정체성의 혼란을 불러오고 각종 폐해를 양산한다. 본지는 교회내 잘못된 인식이 빚어낸 각종 사례를 취재해봤다. 지난주 '사모(목사의 아내)'에 이어 두번째로 목회자 자녀의 현실을 짚어봤다.

교인들의 시선과 꼬리표

목회자의 자녀들은 보이지 않는 감옥에서 산다.



암묵적인 교인들의 시선과 'PK'라는 꼬리표는 그들에겐 항상 본래의 '나'를 가리는 철장이다.

존 파이퍼 목사의 아들 바나바스 파이퍼(칼럼니스트)는 유명 목사의 아들로 살아오면서 느낀 애환을 담아 지난해 '더 패스터스 키드(The Pastor's Kid)'라는 책을 펴냈다.

바나바스 파이퍼는 "교인들은 목사의 자녀가 신앙심이 좋고, 교회를 사랑하며, 가족과의 관계가 좋을거라 생각하기 때문에 늘 가면을 써야 했다"며 "목사 자녀도 신앙을 고민할 수 있고, 때론 못된 짓도 하며, 부모에게 반항하면서 다른 아이와 다를바 없이 성장한다"고 말했다.

기독교학문연구회가 발표한 '목회자 자녀 스트레스 개념연구' 논문에서는 좀 더 구체적인 사례가 제시됐다.

목회자 자녀가 꼽는 주요 스트레스는 ▶항상 착하게 행동해야 할 때 ▶교인 앞에서 늘 행복하게 보여야 할 때 ▶설교와 다른 아빠의 삶이 보일때 ▶교회일을 하는게 당연한 것처럼 여겨질 때 ▶집안 경제를 책임지는 엄마를 볼 때 등이다.

"아빠 시무하는 교회 안나가"

목회자 자녀들은 말못할 아픔이 많다.

황보승겸(27·LA)씨는 "아버지가 목회를 하면서 가족을 많이 배려해주었기 때문에 다른 이들에 비해 부담은 덜 했지만 PK로 살아가는 압박감이 얼마나 심한지 잘 안다"며 "예전에는 가족들이 교인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워 아버지가 시무하는 교회를 나가지 않고 일부러 다른 교회에 출석한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류(30·어바인)씨는 "고등학교때 염색을 하고 귀를 뚫은적이 있었는데 교인들이 내 또래중 유독 나만 지적하면서 아버지(목사)에게 한마디 한적이 있었다"며 "그때 아버지 사역에 방해가 된 것 같아 정말 죄송했지만, 한편으론 내가 PK라는게 너무 싫어 교회를 떠나려 했다"고 전했다.

특히 목회자 자녀가 어릴수록 본인의 정체성은 아버지의 신분(목사), 주변 시선, 당위적 규범 등 타의에 의해 규정되는 경우가 많다.

진의환 목사는 "PK라는 특정한 시선 때문에 목회자 자녀는 어렸을때 부터 행동이나 비전의 폭이 좁고 제한적일 때가 많다"며 "그들이 남몰래 안고 있는 상처를 보듬어주고 자존감을 높여 주는 사역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극단의 경우 중압감을 벗어나기 위해 탈선을 선택한 경우도 있다.

목회자 자녀인 김정환(35·엔지니어)씨는 "학창시절땐 어딜가나 자유롭지 못했고 좋은 이미지와 경건한 모습, 뛰어난 학업 성적 등을 암묵적으로 강요받았다"며 "지금은 모든걸 이해하지만 그땐 그런 기대가 몸서리치게 싫어서 신앙을 버리고 심하게 탈선한 적도 있었다"고 고백했다.

김경 교수(서울여대·목회상담학)는 "외부로부터 조건부적 가치에 시달리게 되면 오히려 자아의 불일치성으로 인한 불안함, 우울증, 지나친 경계와 방어에 시달린다"며 "목회자 자녀는 존재 그 자체로 사랑받을 가치가 있음을 경험해야 한다"고 전했다.

사역보다 가정의 건강 우선

목사의 자녀는 왜 특별하게 여겨질까.

교계 관계자들은 "목사에 대한 왜곡된 인식이 낳은 폐해"라고 지적한다.

미국교회에 다니는 레이 김(28·라이트하우스교회)씨는 "한인교계 못지 않게 미국에서도 'PK'를 특별하게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며 "이는 교인들이 '목사'에 대해 갖는 높은 기대감을 목회자 가정에도 똑같이 부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는 그동안 목회자를 특정 직분으로 이해하고, 성직에 대한 거룩한 개념만을 강조해온 결과다.

데이브 로(42·어바인) 목사는 "목회자를 '제사장'처럼 특별하게 인식하다보니 교인들은 그 자녀들 역시 특별하게 바라보게 됐다"며 "목사와 교인이라는 직분, PK와 교인의 자녀는 특별한 차이 없이 모두가 성경적으로 같은 '성도'라는 것을 반드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역 이전에 목회자가 가정에 대해 성경적으로 올바른 인식을 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부모가 선교사인 신상원 전도사(웨스트민스터신학교)는 "미국내 각 신학교에는 이를 위해 '가정'에 대한 다양한 강의들이 개설돼 있다"며 "사역자의 길을 걷기 전에 먼저 가정이 하나님 나라의 가장 기본적이고도 핵심적 공동체임을 인식하고 자녀들의 상황을 잘 살펴 건강하게 돌보는 노력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인교계 PK 사역 미미…홍보 시급

PK들 속 깊고 성숙해
좋은 리더 될 자질 많아


나성영락교회 교육관에서는 매주 토요일마다 'PK모임'이 진행된다. 모임에 참석하는 목회자 자녀들.


LA지역의 경우 목회자 자녀들이 매주 토요일(오후 6시30분) 마다 나성영락교회에서 모인다. 지난 2007년부터 시작된 이 모임은 매주 10여명 내외의 미자립교회 목회자 자녀들이 참석한다. 성경공부, 기도 등을 함께 하며 교제를 나누고 있다. 이 모임을 담당하는 김현권 목사(나성영락교회·PK 사역 담당)는 “목회자 자녀는 좋은 리더가 될 수 있는 자질이 많다”고 전했다.

-‘PK 사역’에 대한 교계의 관심은.

“현재 PK를 위한 모임이나 사역은 LA나 오렌지카운티를 통틀어 몇개 없다. 그나마 모이는 인원도 소수다. 한인교계가 PK 사역에 대해 무관심하다기보다 아직 거기까지 손을 댈 여력이나 여유가 없다고 봐야 한다.”

- PK들은 상처가 많나.
“꼭 그런건 아니다. 그들을 가까이서 만나보니 또래에 비해 성숙하다. 아무래도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이 고생하며 사역하는 걸 옆에서 봤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각도 깊고 배려심도 많은데다 일도 잘한다. 그렇다보니 각 분야에서 좋은 리더가 될 수 있는 자질이 많다. 이들을 잘 돌보고 끌어줘야 한다.”

-교인들은 PK를 특별하게 본다.
“교계내 오래된 고정관념이다. 너무 위험한 생각이다. 그 인식은 정말 바뀌어야 한다. 목회자 자녀도 다른 자녀들과 똑같다. 그들이 목사의 자녀라 해서 특별하게 봐선 절대 안된다.”

- PK사역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은.
“아무래도 작은 교회들이 이런 사역까지 감당하기엔 재정적, 환경적으로 쉽지 않은 부분이 있다. 그래서 큰 교회들이 지원을 하되, ‘파라 처치(para church)’ 개념으로 작은 교회들과 연합해 사역이 진행될 필요가 있다.”

- 현재 사역에 가장 필요한건.
“홍보다. 일단 많은 PK들이 참석했으면 좋겠다. 목회자 자녀들은 곳곳에 너무나 많은데 그들을 위한 사역이 워낙 없다보니 모임 자체를 모르는 PK들이 너무 많다. 누구나 편하게 와서 식사도 같이 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교제 했으면 한다.”

▶문의:(626) 429-4333

 PK가 제일 듣기 싫어하는 말은?
 
목회자 자녀를 취재하기 위해 교계 관계자들로부터 10여명 이상의 PK를 소개 받았다. 목회자 자녀들과 인터뷰를 하면서 들어본 실제적인 고충은 대개 공통적이었다. 그들이 주로 듣기 싫어하는 말을 취합해봤다. 대체적으로 아버지(목사)와 관련된 말이었다.
 
 ▶“목사 아들은 주변에 본이 돼야 한다”
 ▶“아버지가 어디 교회 목사님이야? 교인은 몇명이니?”
 ▶“앞으로 너도 아빠처럼 목회자의 길을 가면 좋겠다”
 ▶“엄마가 고생이 많겠네. 어머님은 어디서 일 하시니?”
 ▶“목사 아들은 좋은 옷 입으면 안돼. 보는 눈이 많아”
 ▶“아빠가 목사면서 쟤는 왜 저렇게 행동해”
 ▶“넌 PK니까 당연히 교회 일 많이 해야지”
 ▶“자, 네가 한번 기도해봐. 목사 아들이잖아”
 ▶“예배 때 꼭 앞자리에 앉고 절대 졸지 마라”
 ▶“목사 아들인데 (성경에 대해) 그것도 몰라?”



장열 기자 rya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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