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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사모'의 한숨…"나도 내가 누군지 모르겠어요"

개신교엔 다양한 호칭이 있다. 이는 교회 내 직분을 나타낸다. 그렇다고 모든 호칭이 반드시 직책에 대한 의미와 역할을 내포하는 건 아니다. 그릇된 관념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목회자의 아내를 지칭하는 '사모'나 목회자의 자녀를 일컫는 'PK(Pastor's Kid)'가 그 중 하나다. 명칭에 담긴 잘못된 개념은 목사의 아내와 그 자녀의 정체성을 왜곡시키고 각종 폐해를 양산한다. '사모'와 '목회자의 자녀'들이 호칭 때문에 겪는 내밀한 사연을 두 차례에 나눠 게재한다.

장열 기자 ryan@koreadaily.com

사모 절반 이상 우울 증세 보여
주변 시선·언행 등 압박감 심해


사모도 교회의 성도일 뿐



목회자의 '아내'가 위험하다.

한국기독교상담심리치료학회가 목회자 아내(726명)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59.9%)이 우울 증세를 보였다. 그중 10%는 '심각한 우울증'을 겪고 있다.

주요 스트레스로 ▶사역의 부담(22%) ▶경제적 상황(21%) ▶교인과의 관계(20%) ▶고충 나눌 대상 없음(19%) 등을 꼽았다. 또 대다수(96%)의 응답자가 "전문 상담이 필요하다"고 했다.

오렌지카운티교회협의회 송규식 목사(부회장)는 "실제 다수의 사모가 경제적 문제와 정신적 스트레스, 교인의 시선 등 심한 중압감에 시달린다"며 "그들은 본래 다른 여성처럼 한 사람의 아내이고, 교회내 성도일 뿐인데 잘못된 통념으로 인해 많은 상처와 아픔이 있다"고 말했다.

남가주빛내리교회 박용덕 목사는 "극소수의 대형교회 경우를 제외하면 대다수는 교회에서 식사준비, 예배 반주, 청소, 심방 및 상담 등 수많은 사역을 감당한다"며 "교인 눈치보느라 언행도 조심해야 하고, 주중엔 직접 일까지 하면서 힘들게 생계를 유지하는 사모도 많다"고 전했다.

목사에 대한 기대 사모에 투영
성직주의가 낳은 교계의 폐단


목사에 대한 기대를 사모에게

'사모'에 대한 인식은 복잡하다.

남가주 지역에서 사모성경모임을 진행하는 황영실 사모는 "사모에 대한 관점과 기대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사모를 한마디로 정의하기가 매우 어렵다"며 "상담을 해보면 남편(목사)에 의해 정체성이 주어지다 보니 본인도 '사모'를 규정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사모는 보이지 않는 압박에 시달린다. 교인들은 일반적으로 목사를 '성직자'로 인식하기 때문에 사모에게도 유사한 이미지, 역할, 영성 등을 암묵적으로 투영한다.

교인 김선주(62)씨는 "만약 사모가 화려한 액세서리를 하거나 행동이 튀면 교회에선 자칫 논란이 될 수 있다"며 "사모가 '조신하지 못하게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며 문제를 삼는데, 목사에게 갖는 기대를 사모에게도 강요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는 '성직주의'가 빚어낸 폐해라는 주장도 있다.

토런스 지역 한 개척교회 사모인 이모(39)씨는 "종교개혁 이후 개신교는 '만인 제사장'의 개념을 소유했는데 목사의 권력을 강화하려다가 잘못된 교리를 교인에게 가르쳐온 결과"라며 "목회자를 '성직' 또는 '제사장'으로 강조하다 보니 교인은 목사를 특정한 영적 권위를 가진 직분으로 인식하게 됐고, 그 결과 사모에게도 이상한 관념을 부여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사모 위한 사역·제도적 장치 시급
LA에선 사모 성경 묵상 모임도…


의무는 있지만, 권리는 없어

사모의 정체성은 애매하다.

의무와 부담은 있는데, 권리는 없다. 사역자는 아닌데, 교인으로 여겨지지도 않는다. 사례비는 없는데, 노동과 역할은 주어진다. 사모의 기준은 모호한데, 편견은 분명하다.

김의진(48·LA) 사모는 "사모가 남편을 잘 내조하고 옆에서 최선을 다해 사역을 도와야 하는 책임은 분명 있다"며 "하지만 정확한 기준과 제도적 장치도 없는 상황에서 사모의 헌신을 당연하게 여기는 건 안타깝다"고 말했다.

남가주 지역에는 '사모'를 위한 모임이 곳곳에서 진행된다.

지난 2003년 풀러신학교를 중심으로 시작된 '사모성경모임'은 현재 LA(11개)를 비롯한 오렌지카운티(7개), 클레어몬트(1개) 지역 등에서 열린다. 직장인 사모를 위한 모임도 있다.

황영실 사모는 "사모들은 남편과의 갈등, 큰 사모(담임목사 아내)와의 관계 등 스트레스가 많다"며 "정말 주님으로 만족하지 않으면 이 길을 갈 수 없기 때문에 사모끼리 모여 말씀도 묵상하고 속마음을 나누는 시간을 갖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렌지카운티 지역에서는 '사모 블레싱 나이트' 행사도 열린다. 매년 100여 명 이상이 참석하는 이 모임은 레크리에이션, 이벤트 등을 통해 사모들을 직접 위로하고 격려한다.

남편이 먼저 세상을 떠나 홀로 남은 사모들의 모임도 있다. 박선숙 사모는 "남편이 없으니 교회에 남기도 어색하고, 여전히 '사모'라는 딱지를 달고 있다 보니 다른 교회에 출석하는 것도 부담스러워하는 사모가 많다"고 말했다.

미국 교계는 'Mrs'라 명칭

어두운 실상도 있다.

대부분 목사의 서열은 사모의 서열로 직결되는데, 그 안에서 발생하는 '갑'과 '을'의 관계 때문이다.

일부의 경우 극단적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애너하임 지역 유명 대형교회에서 사역했던 한 사모는 "부목사가 실수를 했는데 큰 사모(담임목사 아내)가 책임을 물어 그 사모를 불러서 따귀를 때린 적도 있다"며 "사모끼리 모일 때는 자기 남편의 목회 서열에 따라 순서대로 앉아야만 했다"고 전했다.

LA지역 중형교회에서 사역했던 한 사모는 "남편이 부목사직을 잘 유지하려면, 큰사모에게도 잘 보여야 했다"며 "이 때문에 사모들 사이에선 보이지 않는 알력다툼도 심했다"고 말했다.

미국 교계는 목회자의 아내를 특별하게 지칭 하지 않는다. 단지 'Mrs'를 붙여 이름을 부른다.

리디머교회 글로리아 퍼먼 사모는 "성경 어디에도 '사모(pastor's wife)'란 직분이나 명칭은 없으며 사모의 우선 사역지는 남편과 자녀가 있는 가정"이라며 "물론 미국 교계도 사모의 역할을 중요하게 여기고 그들을 훈련하고 돌보는 프로그램이 있지만 사모를 다른 여성 성도와 특별히 다르게 여기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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