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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불 아래서] 헌 집 줄게 새 집 다오

한성윤 목사 / 나성남포교회

어릴 적 동네 곳곳에는 모래 더미가 항상 있었습니다. 가난을 이겨나가던 시절, 너도나도 서울로 모여드는 사람들이 살 곳을 마련하기 위해 집을 짓고 세우느라 그랬겠지요. 어찌 되었든 모래 더미야말로 우리에게는 최고의 놀이터 중 하나였습니다. 속이 젖은 모래에 손을 넣고 그 위를 다시 모래로 덮고는 노래를 부릅니다.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 집 다오.' 두꺼비에게 물 길어오라고 시키는 이 동요는 마지막에 '두껍아 두껍아 너희 집에 불났다. 쇠스랑 가지고 뚤래뚤래 오너라'로 끝났습니다.

노랫말이 무얼 말하는지는 전혀 몰랐지만, 꼭 노래는 불렀습니다.

어떤 이들은 전설을 앞세워 이 두꺼비는 가락국의 시조인 김수로왕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새 나라를 시작하는 노래인 셈인데 함께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알을 품은 어미 두꺼비가 평소에는 피해다니던 독사를 찾아갑니다. 당연히 독사에게 먹힙니다. 그런데 그 뱃속에서 자신의 독을 뿜어내어 독사도 죽입니다.

이제 그 안에서 새로운 두꺼비 새끼가 태어납니다. 물론 사실과는 거리가 멀지만, 생명을 던진 어미 두꺼비 같은 새 나라의 시조를 높이려는 마음이 엿보이기도 합니다.

새로운 집을 세우려면 헌 집을 내어주어야 합니다. 한 나라를 세우는 일에도 자신을 던졌습니다. 그런데 천하보다 귀한 자신의 영혼을 위해 우리는 아무것도 내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가진 것을 꼭 붙잡고 더 가지려고만 합니다. 그래서 우리 집은 세워지지 않고 벌판만 휑하니 남았고 결국 우리는 불타버린 기둥 조각들을 붙잡고 살아갑니다. 누가 더 많이 남았는지, 누가 멋있게 탔는지 으스대면서 말입니다.

서로 돌아볼 틈도 없습니다. 언제 폐기처분이 될지 모르는 세상에서 우리는 같은 운명의 폐기물을 붙잡고 살고 있으니까요. 미국에서만 한 해 동안 1억3천만 대가 넘는 휴대전화가 버려집니다.

아이들은 새 장난감이 되어버린 이 전화기를 기분에 따라 바꾸고 버립니다. 성공하지 못하고 인정받지 못하면 버려지는 세상과 너무 닮은 것은 그저 우연일까요.

모래 위에 집을 짓고 나면 길을 냈습니다. 다리를 만들고 굴을 팠습니다.

그 위에 고무신 뒤꿈치를 앞으로 밀어 넣어서 만든 자동차로 씽씽 신나게 달렸습니다. 열심히 만든 모래성은 해가 나서 마르면 다 무너지지만, 아이들 중 누구도 속상해 하지 않았습니다. 물을 뿌리고 더 멋지게 다시 만들면 되기 때문입니다. 두꺼비 집은 버려지지 않습니다.

그렇게 우리 인생에 다시 손을 넣고 모래를 덮고 노래를 부르시는 분이 있습니다. 자신을 독사의 입에 밀어 넣던 어미처럼 자식을 위해 죽음의 날카로운 이빨에 자신을 밀어 넣으신 분이 계십니다. 나 하나 좀 험하게 산다고 무슨 관심이나 있으실까 하는 우리 인생에 또 손을 넣으시고 새 집을 내시는 분이 계십니다.

당신은 타버린 기둥이 아닙니다. 하나님은 오늘도 새 집을 지으십니다.

sunghan0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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