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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사진 도배 '1호 기사' <노동신문>… 테 둘러 모신다

북한 조선중앙TV가 새해맞이 단장을 했습니다. 10일부터 HD(고화질)방송을 시작한 겁니다. 중국으로부터 디지털TV 수신기의 수입이 급증한다니 평양에도 이젠 고화질 TV시대가 열릴 듯합니다.

선전·선동을 중시하는 북한은 TV방송에 각별한 공을 기울입니다. 우리보다 무려 6년이나 앞선 1974년 컬러TV 방송을 시작했을 정도입니다. 통치이데올로기 전파나 우상화에 TV가 유용하다는 걸 간파한 때문이겠죠. 미국의 언론학자 윌버 슈람은 사회주의 체제의 미디어를 “지도자를 위해 허풍을 떠는 ‘나팔(speaking trumpet)’”이라고 일갈했습니다. 그런데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북한은 제법 탄탄한 언론통제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북한TV를 시청하는 데는 아무런 제약이 없습니다. 북한이 99년 10월 태국 타이콤 위성을 통해 조선중앙TV를 전 세계에 송출하자 김대중 정부는 수신을 허용했습니다.

 김정은 체제 등장 후엔 북한당국이 노동신문을 각별히 챙깁니다. 김정은 참여행사를 다루는 이른 바 ‘1호 기사’는 무조건 1면 톱이고, 2~3개면에 걸쳐 무더기 사진과 함께 실립니다. 사진 한장한장마다 지도자로서의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한 치밀한 전략이 담긴 게 느껴집니다. 인쇄 전 김정은에게 보고돼 비준을 받는다고하는군요.



 김정은 관련 기사엔 격자무늬 테두리가 둘러지고, 대부분의 문장은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로 시작합니다. 개인 필명이 아닌 ‘본사 정치보도반’이란 바이라인이 붙는 것도 특징인데요. 방북 취재 때 만난 노동신문 기자는 “너무 위대한 분을 모신 기사라 어느 개인이 작성할 수 없어 집체작으로 쓰는 것”이라고 주장하더군요. 그러니 신문을 함부로 접거나 깔고앉는 건 상상할 수 없죠. 97년 9월 금호지구(함남 신포)에선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진이 실린 노동신문이 쓰레기통에서 발견되는 바람에 대북지원 경수로 발전소 공사가 한동안 중단되는 해프닝이 벌어졌습니다.

 노동신문엔 오탈자가 없기로 유명합니다. 수령이나 지도자의 이름이 잘못된다는 건 곧 죽음을 의미하니 바짝 긴장할 수 밖에 없는 겁니다. 95년 7월 김일성 사망 1주기 추모보도 때 조선중앙방송 여자 아나운서는 ‘김정일 서거’로 잘못 읽는 실수를 저질렀고, 다시는 그 목소리를 들을 수 없었죠. 평양의 컴퓨터 한글입력 프로그램이 ‘김정일’이란 단어를 연자로 등록해 단축키(ctrl+J) 한번에 입력되도록 한 것도 이런 불상사를 막기 위한 게 아닌가 합니다.

 몇 해 전까지 노동신문은 발간 보름정도 지나야 서울에서 받아볼 수 있었습니다. 당국 승인을 받은 국내 전문업체가 홍콩 등에서 구매해 국내 북한 연구기관이나 언론사에 공급해왔는데요. 김정은 등장과 함께 노동신문은 중국에 서버를 둔 홈페이지를 통해 PDF 형태의 지면보기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연중무휴로 발간되는 노동신문 파일을 오전 9시를 전후해 서울에서도 당일에 읽을 수 있는 상황이 된 겁니다. 최근엔 노동신문에 스포츠·국제소식이 늘고 TV엔 신세대 아나운서들이 세대교체를 준비중입니다.

 그렇지만 평양의 매체를 인용한 보도에 대해 “북한 선전·선동에 놀아나는 꼴”이라고 못마땅해하는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어떤 독자분은 “국가 지도자인 김정은에게 직함을 왜 안붙이냐”고 따지고, 다른 쪽에선 “독재자에게 왜 꼬박꼬박 ‘제1위원장’이란 호칭을 쓰느냐”고 항의하죠. 북한을 보는 갈라진 시선을 느끼며 취재일선을 뛰다보면 “통일이 많은 걸 치유해 줄 것”이란 믿음이 굳어집니다.

 20년 넘게 북한 기사를 다뤄온 저는 ‘평양 특파원’이란 닉네임을 쓰고있습니다.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취재원 접근이 안되는, 북한보도의 한계를 뛰어넘겠다는 꿈을 담았습니다. 올해도 벽두부터 ‘통일대박’의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는데요. 언제쯤 고려호텔 로비나 대동강변 옥류관에서 평양발 기사를 쓸 수 있을까요.

이영종 통일문화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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