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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일에 '욱', 뇌·혈관이 '억'

심신 파괴하는 충동조절장애

무엇이 사람을 그토록 분노하게 만들까. 최근 잇따라 발생한 충격적인 사건의 키워드는 '분노'다. 땅콩 회항, 어린이집 폭행, 주차 시비 야구방망이 난동, 결별한 연인의 차량 돌진 사건…. 사소한 일에 욱하고, 말 한마디에 발끈한다. 잠재된 분노는 질병이다. 뇌와 혈관을 겨냥해 신체 건강을 공격한다. 전문가들은 "자신의 분노 패턴을 파악해 분노를 다스리지 않으면 부메랑이 돼 심신을 파괴한다"고 경고한다. 분노를 성인병처럼 평소에도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분노를 일으키는 질환, 정신장애

분노조절장애의 의학적 진단명은 충동조절장애다. 분노를 억제하지 못하고 자주, 과도하게 표출하는 것을 통칭한다.

분노는 왜 생길까.

한국 가천대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강승걸 교수는 "충동조절장애 중에서 자기애성 인격장애, 히스테리성 인격장애, 반사회적 인격장애, 양극성 장애(조울증), 편집적 인격장애, 간헐적 폭발장애 환자들에게서 분노와 폭력성이 동반된다"고 말했다.

자기애성 인격장애는 자신이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해 실제 위치 이상의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여긴다. 고위층인 경우가 많다. 반사회적 인격장애는 남의 권리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서 공격성을 보인다. 사회규범을 따르지 않아 범법행위를 반복하기도 한다.

쉽게 흥분하고 공격적이어서 폭력적인 성향을 띤다. 흔히 알려진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가 해당된다.

반면에 간헐적 폭발장애는 외부 자극에 폭력이나 기물 파괴 등 공격적 충동을 억제하지 못한다. 다른 정신장애가 없는 경우만 해당된다. 그래서 실제 진단되는 경우는 드물다. 폭발적 행동을 주체할 수 없다는 것이 다른 점이다.

부당한 대우라고 느낄 때 분노

모든 분노가 질환은 아니다. 하지만 질환에 따른 분노를 포함해 대부분의 분노가 발생하는 과정은 비슷하다. 바로 '분노의 알고리즘'이다.

사람은 어떤 자극을 받으면 그 자극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나름의 의미로 해석한다. 이를 '자동사고'라고 한다. 자동적으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행동·말·상황을 접할 때 순간 느끼는 감정이다. 그 뒤에는 자동사고에 따른 감정이 따라온다. 이 감정에 본능적으로 반응한다. 감정이 폭발해 행위를 취하는 것이 바로 분노의 표출이다.

분노를 차단하는 기회는 또 있다. 화가 났더라도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이다. 이성으로 억제하는 것이다.

강박관념 강한 사람이 위험

자동사고가 객관적인 사고와 격차가 클수록 심각성을 의미한다. 비정상·비이성적 방식으로 분노를 표출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자동사고를 부정적으로 만드는, 즉 분노에 약하게 만드는 요소가 있다.

우선 말과 생각에 'Must'가 많은 유형이다. '절대로 ~하면 안 돼' '자고로(당연히) ~해야지' 등의 표현이다. 이런 말을 잘 쓰는 사람은 자기 주장이 강하고 확고하다. 자기의 생각대로 이뤄져야 한다는 믿음과 기대가 크다. 이런 생각은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상황이 진행되지 않거나 반론이 제기됐을 때 과민하게 반응한다.

좌절도 분노와 연관이 깊다. 좌절을 겪어보지 못했거나 반대로 지나친 좌절을 맛본 사람일수록 분노에 취약하다. 좌절을 모르는 사람은 자신의 의지가 꺾이는 좌절에 대처하는 법을 모른다. 학습된 습관형 분노일 경우가 많다. 분노를 하면 내 주장이 받아들여지거나 일이 해결되는 경험이 쌓이는 경우다. 반면에 지나친 좌절은 분노를 키운다. 쌓인 분노는 외적인 원인으로 탓을 돌린다. 충동적 표출형 분노가 여기에 해당한다.

분노, 도대체 왜 늘어날까

사건·사례가 증가하는 이유로 여러 가지가 꼽힌다. 전문가들이 공통으로 꼽는 것이 바로 핵가족·한 자녀 출산 등 가족문화다. 가족 구성원이 줄어들면서 자신의 욕구를 거르는 장치가 없어져 분노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신 소장은 "과거 대가족일 때는 웃어른과 형제에 의해 좌절이 적절하게 통제됐다"며 "분노를 컨트롤하는 타워가 없어지는 것과 연관이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분노를 다스리려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얼마든지 생활습관 개선을 통해 치료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류장훈 기자

분노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

기억·사고력 떨어뜨리고
혈압 높아져 돌연사 위험


분노를 줄여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건강에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직접적으로 뇌에 영향을 미친다. 분노를 하면 인체에 여러 변화가 생긴다. 가슴이 두근거리면서 맥박이 빨라진다.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가 증가하면서 뇌에 혈액순환이 잘 안돼 뇌세포가 손상된다. 하버드의대 연구에 따르면 가장 화났을 때의 기억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좌측 전두엽 부위의 혈액순환이 감소했다. 전두엽은 기억력과 사고력을 담당하는 기관이다.

이성적 판단과 행동을 주관하는 영역이다. 이곳에 혈액순환이 잘 안 되면 뇌세포의 활성이 떨어지면서 손상된다. 우 소장은 “분노는 결국 전두엽의 기능을 저하시키고, 뇌세포를 손상시켜 급기야 뇌가 쪼그라든다”고 말했다.

이뿐이 아니다. 돌연사를 일으키는 심장질환을 유발한다.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가 증가하면 혈관이 수축되고 혈소판이 자극을 받아 응집력이 증가한다. 혈전이 만들어지기 쉬운 상태다. 또 혈압이 높아져 심장에 무리가 간다. 결국 심장근육에 산소가 부족하게 돼 돌연사의 원인인 부정맥을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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