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마음으로 충분…10달러 이상 기부 안받아요"
볼리비아 교육센터 짓는
'꽃거지' 한영준씨
'꽃거지'라는 단어는 아마도 몇년전 한국의 모 스탠딩 코메디인 개그콘서트에서 한 캐릭터에서 따온 것같다. 가난하지만 결코 굴하지 않는 그 단호함을 갖고 있던 캐릭터를 떠올려 보면 그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한영준씨에게서 그가 꽃거지를 잠시 멈추고 일시 정착한 이유를 물어봤다. 그는 현재 약혼녀와 함께 미주 순회 설명회(?)를 하고 있다.
"2012년 캐나다로 갔다가 그곳에서 만난 친구들과 함께 북미와 남미를 종단하게 됐습니다. 그러다가 만난 곳이 볼리비아였습니다. 그리고 한동안 정착하게 됐습니다."
공정여행을 표방하며 무전여행과는 좀 다른 삶을 살아온 그를 잠시 소개해야 그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우선 무전여행은 적은 예산으로 여행하는 것이라면 공정여행은 그 적은 예산 조차 없이 여행하는 경우다. 특별히 목적지에 맞춘 시간이 없기에 중간에 사람을 만나서 음식과 잠자리를 제공받으면 그 보답으로 노동을 해주기도 한다. 그는 스리랑카에서 가난한 가족을 만나 집을 짓는 공사를 해준 적도 있다. 대부분의 여행이 대자본을 투입한 기업들에게 수익이 돌아가지만 그의 '공정여행'은 현지사람들의 주머니로 들어가게 된다. 여행이 관광지 순례와 다른 까닭이다.
"볼리비아를 여행하다가 포코포코라는 지역에서 멈췄습니다. 알고보니 남미에서 가장 어렵게 사는 곳이었습니다."
남미의 볼리비아에서 그가 목격한 것은 가난한 원주민들이었다. 기득권은 백인들이나 백인 혼혈인 메스티조들이 장악하고 있는 문명의 사각지대였다.
"여행을 멈추고 이들을 어떻게 도울까를 고민했습니다. 근본적인 것을 도울 방법을 생각해 내야 했습니다."
한씨가 보기에 그곳엔 교육센터가 필요했다. 위생도 열악하고 성교육도 없고 언어도 가르쳐야 했다. 그곳 원주민어만 가지고는 사회진출이 어렵고 결국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볼리비아는 또한 소년 노동이 허용되는 나라였다. 아이들은 공장, 농장에서 어렵게 노동을 해가면서 살고 있었다. 오죽하면 전기와 수도는 물론 기타 기반 시설이 하나도 없는 '그냥 아무 것도 없는 곳'이었다.
"외부인들도 안가는 곳입니다. 비포장 도로를 2~3시간 타고 들어가야 갈 수 있는 곳이니 NGO나 국제 구호단체의 손길이 전혀 닿지 않는 곳입니다."
한씨는 그곳의 상태를 설명하면서 '중세같다'는 단어에 쉽게 동의하지 않았다. 하지만 차도 없고 화폐도 없고 흙집에서 살며 자급자족하는 경제를 중세같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듯싶다. 한국식 새마을 운동을 하고 싶어했다. 교육을 받아서 수입이 늘어나면 그들의 삶이 완전히 변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가 개척한 포코포코 마을은 24개 촌락으로 이뤄져 있다. 그곳을 이동 도서관.학교가 순회하면서 현지인들을 교육시키려고 준비중이다. 다행인 것은 이런 외부인들의 '진심'을 어렵지 않게 받아들일 만큼 순수한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이들에게 진심을 전해준 한영준씨도 순수했다. 그래서였을까. 교육센터를 짓는 일에 수많은 사람들이 모금에 나서 이제 골조 공사는 다 끝나고 내부 인테리어 작업을 하고 있다. 총 공사비로 15만달러를 잡았는데 한국에서 수만명이 그를 돕고 있어 비전이 실현중이다. 또한 월 5000달러의 운영비를 조달하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중이다.
그를 만나서 가장 감명 깊었던 것은 그가 모금을 함부로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시말해서 아무 돈이나 받지 않는다. 대개 선한 사역의 경우 출처를 묻지 않고 받는다. 하지만 그는 교회나 종교와 관련된 단체의 돈은 사양하고 있다. 선교가 나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어떤 목적성이 있는 것은 순수하지 않다고 생각해서다. 심지어는 기업체들에서 수많은 연락이 왔건만 그 또한 사양하고 있다. 그리고 큰 돈도 안받는다. 그래서 그에게 기부하려면 1센트에서 10달러까지만 가능하다. 페이팰을 이용해서 소액만을 받기에 누구나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다.
"작은 마음만 받아도 충분합니다. 도움을 받는 사람들이 불편하면 안되겠지요. 그래서 절대 10달러 이상은 받지 않습니다."
한씨가 LA에 온 이유는 줄리엔 정씨의 주최로 열린 포럼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아울러 올여름 현지에서 의료 활동을 펼칠 의료인을 초청하기 위해서다. 그의 고집스러움이 공정여행을 통해서 익힌 탁월함으로 느껴지는 것은 개인적인 생각만은 아닌 듯싶다.
▶문의: 002jesus@gmail.com, www.hopeflower.org
장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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