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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서 피해자 유가족 절규보고 충격 다 털어놔

심재환 심경변화 이유는
"정말 잘못 뉘우쳤는지는…"
유가족들 "법정서 사과해야"

'전처 일가족 살해·방화 혐의'로 체포됐던 심재환(45)이 7년 만에 심경변화를 일으킨 것은 피해자 유가족들의 절규 때문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에 따르면 심은 사건 발생 5일 만인 지난 2008년 6월 28일 멕시코에서 용의자로 체포된 이후 줄곧 범행 사실을 부인해왔다. 검찰은 사건 현장에서 증거를 채취하고, 관련자 증언을 확보하는 등 혐의 입증을 위한 수사를 벌였지만 그는 순순히 범행을 자백하지 않았다. 수차례 인정신문이 연기됐고, 사건 발생 후 2년이 다 돼서야 열린 첫 인정신문에서 심재환은 '무죄'를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유가족들이 출석했던 지난해 6월 예비심리 이후 변화가 감지됐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심재환의 변호를 맡고 있는 LA카운티 법원 소속 댄 쿠퍼버그 관선 변호사에 따르면 그는 당시 법정에서 눈물로 호소하는 유가족들의 모습을 보고 심경의 변화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유가족들의 극에 달한 슬픔이 용의자를 압박한 것이다. 쿠퍼버그 변호사는 "법정에서 본 유가족들의 애통해하는 모습이 심재환에게 직접적인 충격을 줬다. 크게 혼란스러워했고, 고통스러워했다"며 "그러다 검찰에 자백했다. 자신의 혐의를 인정했고, 실종 상태였던 윤씨를 살해한 것, 윤씨의 사체를 묻은 장소 등도 모두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피해자 윤시영(당시 34세)씨의 아버지 윤철규(71)씨는 당시 예비 심리에서 참고인으로 출석해 판사에게 "사는 게 사는 게 아닙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고, 하루하루 숨쉬는 것 조차 죽을 만큼 고통스럽습니다"라고 호소했다.

윤씨는 사건 이후 6년 동안, 시신조차 발견되지 않은 아들의 소식을 기다리며 애만 태우고 있었다. 아들이 운영하던 태권도장의 빚을 떠안은데다 신장병까지 악화되면서 가족들과의 삶은 만신창이가 됐다. 윤씨 뿐만이 아니었다. 또 다른 희생자 박영화(당시 34세)씨의 유가족들도 "잠에서 깨어있는 시간들이 매우 힘겹다. 이 고통의 시간을 그만 끝내주면 좋겠다"며 판사 앞에서 오열했다.

심재환은 마침내 4일 유죄를 인정했다. 이를 지켜 본 영화씨의 사촌 언니 조슬린 박(57)씨는 "정말 잘못을 뉘우쳐 혐의를 인정했는지는 모른다. 법정에서 정식으로 가족들에게 사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영씨의 아버지 윤씨도 "재판이 결론이 나야 실감 날 것 같다. 아직은 그저 마음이 무겁고 힘겹기만 하다"고 심경을 밝혔다.

오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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