랭캐스터 한인 일가족 살해 방화…심재환 '유죄 인정'

1급 살인 5건·방화 1건

7년 전 랭캐스터에서 발생한 '한인 일가족 살해.방화 사건'으로 기소된 심재환(45)이 모든 혐의를 인정했다. 심재환에게 적용된 혐의는 5건의 1급 살인과 1건의 방화다.

심재환은 고향 친구 권태원씨와 함께 2008년 6월 23일 랭캐스터 쿼츠힐의 한 주택에서 전 아내였던 영화씨와 영화씨의 두 자녀, 애인, 형부를 살해하고 집에 불을 지른 혐의로 사건 발생 5일만에 체포됐었다.

4일 LA카운티 형사지법에서 열린 재판 전 심리(Pretrial Hearing)에서 심재환은 "전 아내인 박영화(당시 34세)씨와 박씨의 두 자녀 홍(당시 13세)양과 찬(당시 9세)군, 박씨의 형부 조셉 시가넥(당시 60세)씨, 박씨의 남자친구였던 윤시영(당시 34세)씨 등 5명의 살해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검찰 질문에 "예(Yes)"라고 답했다.

또 LA카운티 검찰의 베스 실버맨 검사가 '집에 사람이 있는 줄 알고도 불을 지른 것', '범행에 사무라이 검과 야구 방망이를 사용한 것', '윤씨를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것' 등에 묻자 심재환은 "죄를 인정한다(guilty)"고 말했다.

검찰은 이날 "전 아내가 새 애인을 만나 새 삶을 꾸리는 것에 대한 질투와 분노가 범행 동기"라고 설명했다.

심재환의 혐의 인정은 검찰과의 사전형량조정(플리바겐.Plea Bargain)에 따른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사건 발생 5일만에 체포됐던 심재환이 지난해 10월과 11월에야 죄를 인정하고 범행 당시의 상황을 구체적으로 털어놨다고 전했다. 이후 검찰은 플리바겐을 제시해 심재환의 추가 자백을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심재환은 이 과정에서 사건 이후 실종됐던 윤씨의 살해 사실과 시신을 멕시코 국경 인근에 매장했다는 것도 자백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사형 대신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구형할 방침이다.

검찰이 플리바겐 조건으로 심재환에게 요구한 사항은 ▶공범 권태원(44) 재판에 증인으로 참석해 범행 사실을 자백할 것 ▶선고 공판에서도 유죄를 인정할 것 ▶자백에 따른 선고 결과에 항소할 수 있는 권리를 포기할 것 등이다.

심재환 측 댄 쿠퍼버그 변호인은 "용의자 스스로 최선의 방법이라고 판단해 이 조건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검찰과 협상한대로 권태원 재판에서 사실을 증언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 측은 "심재환이 증언할 경우 공범 권태원에게도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구형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태원의 선고 재판은 4월 2일 열린다. 심재환의 선고 재판은 이후에 있을 예정이다.

오세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