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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드라마 '미생'이 보여준 것

양 주 희 / 수필가

바둑을 소재로 한 드라마 '미생'. 독특한 소재로 보통의 평범한 샐러리맨의 삶을 리얼하게 그렸다. 상사맨들에게는 인생의 교과서처럼 받아들여진다. 미생을 통해 직장 생활의 생리를 이해하며 이에 적절한 처세를 알 수 있게 되었다.

방송이 끝난 후 미생의 명대사들이 회자되었다. 버려라 그것이 이기는 것이다 우리는 다 미생이다 먼지 같은 일을 하다 먼지가 되어 버렸다 회사가 전쟁터라고? 밀어낼 때까지 그만두지 마라 밖은 지옥이다 등등.

미생은 직장 생활의 치열함과 직장인들이 느끼는 나약함을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다. 시청자들은 자신의 현실을 대입해 여러 허구적 인물들에 몰입하고 있었다. 저마다의 현실적 상황에 따라 자신이 마치 오 차장이나 장그래 혹은 다른 대리나 신입사원처럼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자연스레 상상하게 되었다.

각각의 캐릭터에 대해 어떤 인물에게 몰입할지는 사실 선택일 뿐이다. 누군가는 자신이 열심히 일하는 오 차장이나 정규직이 되려고 노력하는 장그래처럼 느껴질지 모르지만 현실에선 안영이를 괴롭히는 하 대리일지 뻔질뻔질한 성 대리일지 모른다.

회사는 자신의 삶과 열정을 바쳐야 하는 무서울 정도로 냉혹한 현실이다. 직장 내 성폭행은 흔히 일어날 수 있는 문제이고 직장을 위해 가정생활을 포기할 수밖에 없으며 야근은 당연하다. 미생은 문제가 있는 우리나라 직장 조직의 현실을 풍경처럼 자연스럽게 구성하였다. 미생 안에서 모든 문제는 직장인 개인의 문제일 뿐이다. 좋은 일자리가 없는 시대에 일을 하기 위해 어떠한 굴욕적인 삶이라도 참아야 한다는 것을 인정 하거나 공감했기 때문이다.

미생을 보면서 우리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문제 노동 조건 직장문화의 모순을 발견하지만 문제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이게 직장인의 어쩔 수 없는 삶이라고 인정하면서 언젠가는 완생이 될지 모른다는 아주 조그마한 희망을 갖는 것에 만족하게 된다.

왜냐하면 이렇게 미생처럼 살 수 있는 삶도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대기업 상사에서 비록 계약직이라도 일을 할 수 있다면 아무리 직장 생활이 힘들다 하더라도 꼬박꼬박 월급을 받을 수 있다면 그 삶은 어느 정도 이미 성공한 삶이기 때문이다.

미생은 그들처럼 살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에게는 동경하는 판타지 세계다. 그들에게 미생은 더 더욱 현실로 보이고 인생의 교과서처럼 받아들여진다. 아무리 현실적으로 그렸다 해도 미생은 결국 가공일 뿐이다. 현실은 더욱 가혹할 수도 아니면 미생처럼 현실이 만들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우리 2세들의 직장은 인터뷰에서부터 다르다. 이력서를 검토한 다음 스펙과 전공과 때로는 어느 학교를 졸업했는지부터 살핀다. 조건에 합당하면 세 번의 인터뷰를 거친다. 비정규직이라는 단어는 없다. 부서가 팀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구성원과 잘 어울릴 수 있는지 같은 일을 해 본 경험이 있는지 능력에 맞는지 참으로 어려운 과정을 통과해야 하는 시스템이다.

장그래 같은 인물은 애당초에 이력서도 내지 못한다. 그리고 직장은 가르치는 곳이 아니다. 일처리가 부족하면 그냥 파면이다. 미생보다 더 혹독한 직장 생활이지만 혹독한 만큼 대가는 후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연봉은 무시할 수 없는 자존심이기에 눈 딱 감고 뼈를 깎는 노동을 즐기는 것처럼 이겨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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