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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불아래서] 하나님은 혼자 웃지 않으십니다

한성윤 목사/나성남포교회

볏짚으로 이엉을 엮어 얹은 지붕 끝에 고드름이 내려 달리건만, 숨바꼭질이라도 하는지 추위쯤은 아랑곳하지 않는 아이들의 깔깔거리는 소리가 골목길을 누비고 다닙니다.

하지만, 동장군도 어쩌지 못하던 웃음도 더는 달리지 못하고 멈추어야 했던 파란 대문집이 있었습니다. 막다른 골목도 아니었지만, 웃음소리를 담 너머로 절대 넘기지 않겠다는 듯이 그 집 대문은 그렇게 높게 서 있었습니다.

우리가 듣기로 그 집에는 무서운 할아버지, 할머니 부부가 살고 계시고 할머니는 오랫동안 병상에 누워계셨습니다. 어른들은 그 주위에서 놀지 말고 소리도 내지 말라고 단단히 주의를 주셨습니다.

할아버지가 갑자기 호통소리와 함께 문을 열고 나올까 봐 아이들도, 웃음소리도 까치발을 하고 그 집 앞을 지나다녔습니다. 그때만 해도 귀했던 정구공이 담장을 넘어가지 않았다면, 그 집은 그렇게 금지구역으로 남았을 것입니다. 감히 초인종을 눌렀던 한 아이가 대문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을 때, 우리는 숨을 죽이고 굴뚝 뒤에 숨어서 곧 하늘을 진동할 천둥소리를 기다렸습니다. 그래서 그 아이가 손에 호빵을 쥐고 나왔을 때, 우리는 모두 어안이 벙벙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곳에는 할아버지도 할머니도 없었습니다. 중년의 부부가 살고 있었고 혼나기는커녕 또 놀러 오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나중에 들어가 본 그 집에서 우리는 병원에서만 보던 침대에 누워있는 아이를 보았습니다. 어색하게 만났던 우리는 아이들답게 호기심을 참지 못했고, 그래서 곧 친해졌습니다. 그 친구는 생각보다 너무 잘 웃었습니다.

방에 큰 거울이 걸려있었는데, 아직도 아련히 남는 말을 우리에게 했습니다. "너희 아니? 내가 웃으면 거울도 웃는다". 싱겁기는…

일본의 만담가인 우쓰미 케이코씨 아버지의 좌우명이 '내가 웃으면 거울도 웃는다'라는 글을 읽었습니다.

친구의 추억이 없었다면 '거울은 먼저 웃지 않는다'는 말에 당연히 무릎을 쳤겠지만, 먼저 웃어주지 않는 거울을 보고 살아야 했던 친구를 생각하니 오히려 마음이 짠해졌습니다.

세상은 먼저 웃어주지 않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이제 알듯이 우리가 웃어도 웃어주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만나는 모든 이에게 웃음으로 대하면 웃음으로 돌아오는 거울이 세상이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혼자 방을 지키며 거울을 보았던 친구는 자기 얼굴이 아닌 친구들의 얼굴에서 웃음을 찾았습니다. 그 후로 많은 시간이 흘렀고 저 역시 혼자 거울을 보며 버텨야 하는 시간을 만났습니다. 이제는 어린 시절이 지난 탓인지 주위의 얼굴에서도 웃음을 찾지 못하고 거울을 향해 계속 억지웃음을 지으며 버텼습니다. 이렇게 자라지 못한 어른에게 먼저 웃어주었던 거울이 있었습니다. 내가 웃어야 웃던 거울이 아니라 행복해서 웃게 하는 얼굴을 만났습니다. 이제는 혼자 거울만 보며 웃지 않습니다. 그 대신 하늘을 봅니다.

하나님은 혼자 웃지 않으십니다.

sunghan0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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