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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유물 사태 해결 위한 마지막 관문

김문호/사회부 부장

대한인국민회 유물 사태의 실마리가 찾아진 듯해 다행이다. 지난주 한국 국회의원들이 LA를 다녀간 뒤로 유물의 한국행과 한인사회 잔류를 두고 대치하던 한인단체 간 분위기가 꽤나 부드러워졌다. 무엇보다 유물 추가 훼손만큼은 막아야 한다는 공통된 의지를 보였다는 점에서 희망적이기까지 하다.

기자가 국민회 유물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사실 같은 이유에서였다. 발견된 지 11년이나 된 유물이 박스에 담긴 채 나성한인연합장로교회에 방치되고 있다는 말에 황당했었다. 훼손을 막기 위해서는 당장에라도 한국(독립기념관)에 보내야 한다는 의견에 공감했다. LA한인사회에 유물을 보존처리하고 보관할 만한 시설이 없으니 한국에 조건부 위탁했다가 관련 시설을 갖췄을 때 돌려받자는 제안이니 문제될 것이 없었다. 당장 썩어 가는 100년 이상된 서류 책자 신문 등의 문건류를 약품처리하고 스캔해 연구할 수 있도록 하자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일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는 않았다. 이민 선배의 얼이 담긴 유산을 발생지인 LA한인사회에서 길이 보존해야 한다는 의견이 만만치 않았다. 그런 의견 중에는 유물을 활용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사심'이 있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나름대로 논리는 분명했다. '한국으로 유물을 보냈을 때 확실한 반환 보장이 어렵다'며 반대하는 주장도 있었다. 유물의 한국행을 반대하는 쪽은 인근 사립대학인 USC의 도움을 받아 무상 보존처리할 것을 제안했고 LA법원에 가처분신청을 전제로 한 소송도 제기했다.

이런 식이라면 타협안을 찾기가 좀처럼 어려워 보였다. '선 USC 보존처리 후 한국행'이란 타협안이 거론되기는 했으나 실제 진척되지는 않았다. 처음부터 통일된 협상안은 없었고 되는 대로 합의점을 찾아 보려는 난맥상만 도드라졌다.

지난 2003년 대한인국민회 기념관 복원 공사 중 발견된 유물은 발견 당시에도 이미 훼손이 심했다. 한국의 전문가들이 몇 차례 실사를 하면서 유물의 귀중함을 알리며 시급한 보존처리를 강조했었건만 아무도 귀담아 듣지 않았다. 먼저 한국으로 보내든 USC에서 약품처리를 하든 당장 썩어가는 유물을 위해서는 빠른 타협과 결정이 필요했지만 평행선을 달리는 주장들로 봐서는 요원해 보였다.

하지만 의외로 쉬운 곳에 문제 해결의 열쇠가 있었다. 두 명의 국회의원이 중재자로 나서 '유물의 훼손부터 막고 보자. 한국으로 보냈다가 한 달이면 돌아 올 수 있다. 유물의 반환은 보장하겠다'고 설득하면서 접점이 찾아지기 시작했다. 협상 과정에서 두 국회의원이 '(반환을 보증하는)혈서라도 쓰겠다. 볼모로라도 잡히겠다'며 애절하게 매달린 탓도 있었지만 그보다 우리 모두의 마음엔 똑같이 확고한 민족과 역사의식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 어떤 대의명분도 유물의 훼손을 정당화할 수 없다는 것과 자칫 역사와 민족 앞에 영원한 죄인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양측 모두 알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아직도 상황이 끝난 것은 아니니 조심스럽다. LA에 와서 '사고를 친' 국회의원들은 한국에 돌아가 관련 부처 장관과 동료 의원들을 설득해 '반환 보증서'에 서명을 받아야 한다. LA에서는 대립하는 단체간 대화를 통해 어떻게 유물을 처리할지를 두고 타임라인을 세워야 할 것이다. 아직 법원에 제기된 소송도 그대로 있으니 이부터 해결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국민회 유물을 두고 갈등과 분열로 치닫던 LA한인사회가 대화와 타협의 성숙한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 그래야 선조와 후세들에게도 부끄럽지 않을 것이다. '미주 초기이민과 독립운동사를 기록한 유물을 지키기 위해 우리 세대는 큰 노력을 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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