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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도 눈물도 없는 당신, 몸 '사막화' 되는 질환이네요

'숨은 환자' 많은 쇼그렌증후군

자가면역질환인 쇼그렌증후군은 '숨은 환자'가 많은 병이다. 눈과 입이 마르는 불편함에도 정확한 병명도 모른 채 '완치 없는 고통'을 참는 환자가 적지 않다.

을미년 새해, 쇼그렌증후군 환우회가 환자들의 체험을 바탕으로 증상 발현과 진단, 경제적 부담을 자체 조사해 발표했다. 질환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높이고 환자를 음지에서 끌어내 올바른 치료를 받게 하자는 취지에서다.

중년녀에 많은 류머티스 질환

서모(46·여)씨는 아침이면 뻑뻑해진 눈을 뜨려 안간힘을 쓴다. 머리맡에 둔 인공눈물을 넣고야 제대로 햇빛을 마주한다. 침이 나오질 않아 국 없인 식사도 어렵다.



서씨의 남편으로 쇼그렌증후군 환우회를 이끌고 있는 최경석(46) 회장은 "건조한 바람이 증상을 악화시키므로 히터에 몸을 녹이는 일조차 이들에게는 사치"라고 말했다. 서씨는 18년째 쇼그렌증후군을 앓으며 힘겨운 투병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쇼그렌증후군은 몸이 '사막화'되는 질환이다. 눈물과 침은 물론 소화액이 나오지 않아 몸이 마른다. 건강을 지키는 면역세포가 외분비샘을 공격해 염증이 쌓이면서 발병한다. 서울성모병원 류머티스내과 박성환 교수는 "쇼그렌증후군은 침과 눈물이 마르는 구강·안구건조증이 특징이며, 이 밖에 면역세포가 관절·피부·소화기·호흡기 등 전신을 침범하면서 근육통이나 만성소화장애·기관지염 등 다양한 신체 이상을 일으킨다"고 말했다.

자가면역질환인 류머티스의 종류는 100여 가지. 이 중 쇼그렌증후군의 유병률은 진단 기준과 나이에 따라 0.1~4.6%로 보고된다. 미국에서 환자 발생비율은 연간 10만 명당 7명 수준. 레이노증후군이나 전신홍반루푸스, 전신경화증 등 다른 류머티스 질환에 비해 크게 높다. 박성환 교수는 "주로 중년여성에게 많으며, 유병률로는 류머티스 관절염(0.27%) 다음으로 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중의 인식 수준은 낮다. 우리나라는 아직 쇼그렌증후군의 유병률에 대한 정확한 통계조차 없다. 구강·안구건조증을 일반적인 증상으로 보기 때문이다. 대부분 불편함을 참거나 치과·안과·류머티스내과를 찾아 개별 증상을 치료하다 병을 키운다.

최 회장도 1997년 신혼여행에서 돌아와 증상을 호소하는 부인을 끌고 엉뚱하게 관절염 치료를 받기 위해 수개월을 허비했다. 그는 "쇼그렌증후군을 접한 지 20년 가까이 됐지만 아직도 안과나 구강내과를 전전하다가 증상이 악화된 뒤 쇼그렌증후군 진단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의료진조차 이해도가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빠른 진단 합병증 막는 열쇠

대중의 인식 수준은 올해 초 쇼그렌증후군 환우회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엿볼 수 있다. 지난 10년(2003~2014년)간 신규 가입자 15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보면 이 질환의 대표적 증상인 미각 저하와 잇몸 질환, 눈의 충혈, 마른기침을 처음 겪은 시기는 30~40대(53%)가 절반 이상이었다. 20대 이하도 18%에 달했다. 하지만 병원에서 쇼그렌증후군으로 진단받은 시기는 40~50대(54%)가 많았다. 발병 후 평균 10년이 지난 뒤까지 환자들은 병명도 모른 채 입이 타 들어가는 듯한 고통(58%)과 뻑뻑해진 눈(47%)을 견디며 산 셈이다.

늦은 진단과 치료로 경제적 부담은 가중된다.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10%(무응답 37%)가 건강보조식품이나 한약·민간요법, 치과 치료에 연간 300만원 이상 지출했다고 답했다. 쇼그렌증후군으로 진단받은 환자는 '희귀난치성질환자'로 등록돼 의료비 지원 혜택을 받는다. 요양급여 중 본인부담률은 10% 수준이다.

원인을 모르고 완치법도 없는 류머티스 질환에는 빠른 진단이 최선의 치료를 보장한다. 합병증을 예방하고 남은 삶을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한 유일한 수단이기도 하다. 박성환 교수는 "쇼그렌증후군을 방치하면 폐의 일부가 굳는 간질성 폐렴으로 발전하거나 콩팥이 망가지는 간질성 신염으로 장기가 완전히 망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고령일수록 합병증이 발생할 확률이 크다.

진단을 위해선 눈물샘 분비능 평가(Schirmer test), 침샘 분비능 및 조직검사, 혈청 내 자가항체검사 등 다양한 검사가 이뤄진다.

특별히 복용하는 약이 없고 각막수술을 받지도 않았는데 구강·안구건조증이 3개월 이상 지속되면 병원을 찾아 정밀검사를 받아야 한다. 촉촉하게 유지됐던 코나 피부가 마르거나 소화불량, 잦은 기침이 나와도 쇼그렌증후군을 의심한다.

박정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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