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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신년운세를 궁금해 하는 사람들

지금껏 살면서 직접 찾아가 복채를 내고 사주를 본 적은 한 번도 없는 듯하다.

어머니와 스승님, 대학 동창이 당신들 사주를 보면서 덤으로 본 나의 사주를 전해들은 것이 사주에 관한 내 경험의 전부이다. 3번 모두 무난한 가운데 말년 운이 좋다는 정도의 비슷한 내용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2년 전인가 가까운 동료가 본인의 사주를 보면서 내 사주도 함께 보았다며 '점괘'를 일러주는데, 이전 것들과는 많이 다른데다가 여러 가지로 안 좋은 내용들이 많았다. 며칠 간 은근히 신경이 쓰였다. 며칠 후 그 친구와 대화 중에 그 친구가 나의 사주 중에서 '일(日)'을 하루 다르게 알고 있었던 것을 알게 된 후에야 겨우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겉으론 안 믿는다고 했지만, 전혀 무시하지도 않았었나 보다.

새해가 되면 많은 사람이 한 해의 운세를 궁금해 하며, 재미삼아 혹은 진지하게 사주나 토정비결 등을 보곤 한다. 원불교 성직자라고 하면, 대뜸 사주를 묻는 분이 자주는 아니지만 계시기도 하다.



사주를 전문적으로 공부한 사람이 아니라 함부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원불교 입장에서는, "미신으로 치부할 이론은 아니지만, 완벽하다고 말하기도 어렵고, 시대가 발전하고 인지(人智)가 발달할수록 미래 예측 수단으로서의 효용성은 줄어들 것이다" 라고 말할 수 있겠다.

불가에서도 영생과 업에 의한 인과를 인정하기 때문에 사람의 운명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는 부분은 동의를 하지만, 동시에 같은 운명을 타고났다고 하더라고 각자의 마음작용에 따라 인생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즉 우리의 인생은 타고난 것과 후천적 마음작용 모두에 의해 결정된다. 불우한 환경에서도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지만, 똑같은 노력을 한다고 해서 누구나 조수미, 김연아가 될 수 있는 것도 또한 아니다.

스승님께서는 과거에는 사주가 맞을 확률이 높았지만, 인지가 발달할수록 우리의 인생을 결정하는데 후천적 마음작용의 비중이 더 커지기 때문에 마음공부를 통해 얼마든지 사주팔자를 뜯어고칠 수 있다고 하셨다.

중국 초나라와 한나라를 거쳐 당나라에 이르러 관상학을 집대성한 '마의선인'은 당신의 저서 '마의상서' 끝 부분에, "사주불여관상(四柱不如觀相), 관상불여심상(觀相不如心相)" 이라 적었다. 즉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사주나 관상보다는 후천적인 마음작용이 우리의 인생에 더 중요하다는 말이다.

한 제자가 물었다. "길일양신(吉日良辰)은 마음에 있는 것이니, 그것을 가리는 것은 소용이 없는 일입니까".

"다 사람이 만든 것이니 별것 없다".

"집터 가리는 것도 의미가 없습니까".

"큰 의미는 없으나, 대개 보아서 산천 정기가 빠지지 않고 응해주는 곳이 좋다".

"궁합을 보니 좋지 않은데, 본인은 결혼을 하려고 하니 어쩌면 좋겠습니까".

"서로 좋아하는 것은 궁합이 맞아서 그러니 결혼하도록 해라".

이것이 사주나 궁합에 대한 원불교의 대체적인 입장이라 하겠다.

이제와 어찌 할 수 없는 이미 타고난 사주나 관상에 관심을 갖기보다는, 그나마 우리가 어찌 해 볼 수 있는(이것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심상을 가꾸기에 노력하는 것이 보다 현명한 처사가 아닐까 한다.

양은철 교무 (원불교 LA교당)

drongiand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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