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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영화 '인터뷰' 안 보는 이유

정 동 협 / 칼럼니스트·뉴저지

결국 소니픽처스의 승리인가? 3류급도 안 되는 영화를 만들어 놓고 세계의 주목을 받으며 한국인을 조롱거리로 만들 수 있는 나라는 몇 안 된다. 그중의 하나가 일본이다. 물론 우리와 한 핏줄이면서 원수 중의 원수가 되어 우리를 향해 총부리를 겨누고 있는 북한의 독재자 김정은을 우화한 영화이기는 하지만 결국 다른 나라에서 볼 때는 똑같은 한국 사람이다. 과거 독일이 동독과 서독으로 대치하고 있을 때 그 민족을 서로 다른 민족이라고 보지는 않았을 테니까 우리 역시 남한이든 북한이든 한국 사람임에 틀림없다.

나는 영화를 무척 좋아한다. 하지만 영화 '인터뷰(The Interview)'는 보지 않았고 볼 생각도 없다. 설사 재미있다고 해도 한국인을 비하한 영화를 보고 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씁쓸할 것 같아서다.

안젤리나 졸리가 감독을 한 영화 '언브로큰(Unbroken)'은 2차대전 당시 일본군에게 포로로 잡혀 악몽의 47일 보냈던 올림픽 장거리 달리기 선수였던 루이스 잠페리니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일본 극우단체에서 이 영화가 일본군의 잔혹한 고문 장면 등이 사실과 다르다며 상영을 금지시킬 것을 요청하고 있다고 한다. 얼마나 이율배반적인 생각인가. 하지만 일본이라면 그럴 수 있다. 그들의 논리는 끼워맞추고 합리화시키는 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이며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는 아주 치밀하고 계획적으로 움직인다.

일본은 아직도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며 '다케시마' 되찾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오래전부터 우리가 소유하고 있는 땅까지 뺏으려고 하는 이들을 무엇으로 막아야 할까. 위안부 문제만 해도 그렇다. 강제 동원이 없었다고 우기는 것 자체가 그들 말로 '무뎃뽀' 인데 이제는 일본 교과서에서 삭제하는 것도 모자라 미국 교과서의 위안부 강제 모집 징용에 대한 내용 수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한가지 서운한 점은 위안부 당사자나 혹은 위안부 알리기에 동참하고 있는 많은 한인들의 노력에 비해 우리 정부는 너무 수동적인 태도로 대처하고 있다는 점이다. 위안부라는 말도 너무나 완곡한 표현인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과 없이 사용하고 있고 그래서 'comfort women' 으로 세계에 알려지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다.



일본 강점기 때 천황폐하 만세를 외치는 일본인들의 세뇌 공작에서 우리가 완전히 벗어나기는 한 것인지 사뭇 걱정스럽다. 하긴 과거 박정희 정권 때는 잘 살기 위해서라는 명목 아래 일본인들을 기생관광으로 무더기로 끌어들이기까지 했으니 일본이 볼 때 전쟁 중에 동원된 위안부에 대한 사과와 보상을 운운하는 것 자체가 코웃음을 칠 만도 할 것이다. 70년대에는 호텔이나 유흥업소에 일본인을 상대하지 않으면 장사가 되지 않을 정도로 일본인들이 한국을 누비고 다녔는데 일본어 사용 금지 일본 문화 수입 금지 등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어처구니 없는 정책으로 국민들을 기만하고 있었던 것이다.

36년간 나라를 빼앗기고 갖은 수모를 당하고도 모자라 한국 여성들을 그들의 노리개로 내놓은 정부는 과연 어떤 생각으로 그런 짓을 했는지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생각이 떠오르질 않는다.

더 이상 일본에 당하지 말자. 얄팍한 그네들의 상술보다 무서운 것이 정치적으로 계산된 일본의 세뇌다. 그들은 무서우리만큼 칼날을 감추고 결코 서두르지 않는다. 그리고 포기하지도 않는다. 영화 '인터뷰'로 세계에 북한을(아니 한국인을) 우스개 감으로 만들고 동해는 일본해로 독도는 다케시마로 그리고 위안부는 그저 돈을 벌기 위해 직업전선에 뛰어든 매춘부로 서서히 몰아가는 그들을 수수방관했다가는 언제 또 한국을 곤경에 몰아넣을 지 모른다.

북한을 찬양해서는 결코 안 되지만 이념상 갈라져 있다고 해서 내 민족이 남의 조롱을 받을 때 간과해서도 안 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표현의 자유에도 한계가 있다'는 말은 의미심장한 한마디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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