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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신년운세 점집 두드리는 한인들] 점집찾는 기독교인 많아…인터넷엔 젊은 고객

2000년대 들어 급격한 감소 추세
인터넷 통해 고객 지역범위 확대
방문.전화상담 등 30달러~100달러

보이지 않는 미래는 기대와 불안의 공존이다. 앞날에 대한 불확실은 늘 '내일'을 궁금케 하는 이유다. 1월 들어 LA지역 '점집'에는 신년 운세를 물으려는 한인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오늘날 점집의 존립은 종교와 사회에 여러 메시지를 남긴다. 신년이 되면 점괘를 알아보기 위해 점집 문을 두드리는 현상을 통해 그 의미를 알아봤다.

◆점집은 분명 줄었지만…

'점집'이 줄고 있다.

철학원, 운명상담소, 보살집 등 일명 '점집'들이 문을 닫고 있어서다.



역술 업계에 따르면 LA 및 오렌지카운티 지역의 경우 수십 개에 이르던 점집이 2000년대 들어 급격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LA지역에서 정식으로 운영되는 업소는 지윤철학원, 구도원, 명성철학원, 목화역학원, 이연수 상담소 등 10곳이 채 안 된다.

LA지역에서 역술 활동을 했던 이모(73)씨는 "예전에 LA 지역에서 역술인 모임이 있을 땐 30~40명씩 모였는데 지금은 그런 모임도 없어졌다"며 "한국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외형상 점집이 감소했다고 수요까지 줄어든 것은 아니라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역술인들은 "자신의 미래에 대해 궁금해 하는 심리는 시대가 바뀌어도 잘 변하지 않는다"고 했다.

오히려 점집은 인터넷의 발달에 따라 변화를 꾀했다. LA지역 지윤철학원의 경우 현재 웹사이트까지 운영중이다. 25년 역술 경력의 지윤 원장은 "수년 전부터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보편화되면서 역술 시장이 급격히 변하기 시작했다"며 "흐름을 재빨리 읽어낸 역술인들은 오히려 인터넷을 통해 고객의 지역 범위가 확대됐다"고 밝혔다.

◆점집 찾는 기독교인 많아

연초는 역술업계의 대목 기간이다. 현재 LA지역 역술업소에는 새해를 맞아 자신의 미래를 알고 싶어하는 한인들이 점괘를 보고 있다. 상담비용은 30~100달러까지 다양하다. 한 예로 지난 6일 LA지역 J역술원의 1일 상담 횟수를 분석한 결과, 직접 방문(3건), 전화 및 인터넷(6건) 등 9건의 상담 의뢰가 있었다.

역술인들은 특이하게도 "손님의 대다수는 교인"이라며 "종교의 소유여부와 점을 보는 것은 별개"라고 입을 모았다.

이연수상담소 이연수 원장은 "예약을 통해 하루에 3~4명씩 상담을 하는데 주말에는 더 몰린다"며 "굿이나 무당과 달리 우리는 명리학이라는 학문을 통해 사주를 보기 때문에 무속이란 이미지가 덜해서인지 상담소를 찾는 손님 중에는 기독교인이 많다"고 말했다.

지윤 원장 역시 "손님 중 약 80%가 기독교인이며 특히 웹사이트엔 젊은층 고객이 다수"라며 "최근에는 경제적 어려움과 청빙 문제 등으로 철학원을 찾은 선교사와 목사도 있었다"고 밝혔다.

◆점술이 불편한 종교

점술은 종교엔 상당히 불편한 요소다. 신에 대한 전적인 의지를 강조하는 종교와 무속은 서로 상충해서다.

특히 종교성이 강한 한인사회에서 점술은 민감한 개념이다. 최근 퓨리서치센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미주 한인 중 기독교 신자 비율은 71%(개신교 61%.가톨릭 10%)다. 10명 중 무려 7명이 기독교 신자인 셈이다.

기독교에서는 점괘를 보는 행위를 '우상숭배'로 여길 정도로 금기시 하지만, 남몰래 운세를 보는 교인도 많다. 점술을 터부시하는 종교는 비단 개신교와 가톨릭뿐이 아니다. 타종교도 이를 권하지 않는다.

나란다불교센터 박재욱 법사는 "원래 석가모니는 점이나 토정비결을 '사술'로 여긴다"며 "불교가 점을 권하지 않는 이유는 운명론적 결정론을 부정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원불교LA교당 양은철 교무도 "인생은 각자의 마음작용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며 "사주를 미신으로까지 치부할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완벽하다고 말하기도 어려워 예측 수단으로서의 효용성은 줄어들 것"이라고 전했다.

장열 기자
rya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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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신년운세 점집 두드리는 한인들] 기독교내 '무속의 요소'
60~70년대 개발기와 IMF 이후
불안함.물질주의 맞물리며 발전
'말씀 뽑기''기복 설교' 등 내재


기독교 색채가 짙은 한인사회에서 무속이 공존할 수 있는 원인은 무엇일까.

UCLA 옥성득 교수(한국기독교학)는 "전통종교, 민간종교, 무속 등의 문화가 익숙한 토양에서 생성된 한국 기독교는 '종교혼합주의' 형태를 띠는데, 특히 기독교내 무속의 요소는 한국전쟁 후 혼란기를 겪으면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며 "이는 60~70년대 들어 한국 오순절 파의 급성장과 함께 흐름이 빨라졌고, IMF 이후 신자유주의경제체제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가속도가 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기독교와 무속, 시대적 불안함과 물질주의 등이 서로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이다.

교계에서는 기독교내 스며든 무속적 요소를 더욱 심각하게 여긴다.

교인 신정준(43.풀러턴)씨는 "점괘를 보는 행위나 새해 때 교회에서 하는 '말씀 뽑기'나 별반 다를 게 없다"며 "교회 측의 의도가 아무리 옳다 해도 그런 부분은 교인에게 무속과 신념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폐해를 양산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연말, 연초가 되면 행해지는 특별새벽기도회, 대학 입시 기도회, 다양한 헌금 종류, 예언 및 치유 집회, 기복 중심의 설교 등은 교계 내에서 얼마든지 무속적 형태로 변질될 수 있는 위험 요소로 지적된다.

주님의교회 김병학 목사는 "근본적으로 성경이 흔들리면서 기독교 본질의 십자가와 고난 등의 의미와 해석이 흐려졌기 때문"이라며 "그 폐해가 교회 내에서 공공연하게 드러나다 보니 교인들이 무속적 요소에 자연스레 익숙해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장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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