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LA기윤실 '광야의 소리'] 한인교회여, 어디로 가고 있는가

묵은해의 마지막에 보았던 영화의 여운이 아직 남아있다. '쿼바디스'라는 영화다. 성장주의, 성직주의, 승리주의에 사로잡힌 한국교회의 현실과 돈, 권력, 성에서 자유롭지 못한 목회자들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다큐멘터리다. 감독은 "어디로 가시나이까?"라는 뜻의 라틴어 '쿼바디스'를 패러디하여, 등장인물인 예수의 입을 통해 "한국교회여,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고 준엄하게 묻는다. 영화적 완성도나 호불호는 차치하고, 이 영화는 2014년의 한국교회 모습을 있는 그대로 담고 있다는데 의미가 있다.

영화를 보고서 암담한 마음에 한국교회의 여러 문제가 떠올랐다. 개교회주의, 초대형화, 교회분쟁, 기복신앙, 세속화, 젊은 세대 이탈, 반지성주의, 배타주의, 공격적 선교, 비상식적 종말론… 열거하다 보니 교회의 문제가 마치 종합세트와 같이 느껴진다. 지난 세대를 대표하는 한 노 목회자는 한국교회를 공룡에 비유하며 "거대한 공룡의 시대가 끝나고, 공룡 시체의 썩는 냄새"가 계속 나리라고 말했다. 시체 썩는 냄새가 진동하는 시대. 우리는 그러한 교회의 시대를 지나고 있다.

미주 한인교회는 어떨까.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저 문제들에서 우리 역시 자유롭지 못하다. 새해를 시작하며 비전과 부흥을 말하고 다음 세대에게 주류사회진출을 강권하지만, 구호들의 부박함이 허허롭기만 하다. 속으로 곪아있는 문제를 방치한 채 영적 허구로 영적 기갈을 채우려 하기 때문이다. 너무 비관적인 진단일까. 그리 탓한다면, 아마도 더 비관적인 현실에 눈을 감은 채 자기 위안에 빠져 있는 것인지 모른다.

난마처럼 얽힌 문제를 푸는 실마리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는데서 시작된다. 지금 가고 있는 길이 바른길인지, 정직하게 문제를 대면하는 성찰의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거기에서 우리의 교회가 성육신과 십자가의 길을 가셨던 예수의 길을 따르는지, 주님의 사랑의 정신에 따라 섬김과 나눔을 실천하는지, 하나님 나라의 복음을 바로 선포하고 있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새해가 밝았다. 교회들도 여러 구호 속에 한 해의 다짐을 담아내려 할 것이다. 허나 어지러운 말의 향연 대신 우리의 교회를 향해 이렇게 묻는 것은 어떨까. "한인교회여, 어디로 가고 있는가?".

박상진 목사 (LA기윤실 사무국장)

gopemu@gmail.com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