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네트워크]아프간 전쟁의 교훈
최 익 재 / 중앙SUNDAY 국제부문 기자
미국은 테러 배후로 지목된 국제 테러조직인 알카에다 소탕을 목적으로 그해 10월 아프간을 침공했다. 당시 아프간을 통치했던 탈레반 정권이 자국 내에 있던 알카에다 지도자인 오사마 빈 라덴을 내놓으라는 미국의 요구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침공 두 달 만에 탈레반 정권은 축출됐고 오사마 빈 라덴은 2011년 미 특수부대에 의해 사살됐다. 하지만 이후에도 아프간에서의 탈레반과 알카에다 소탕작전은 지속됐다.
미 역사상 최장기 전쟁으로 기록된 아프간 전쟁은 적지 않은 희생자를 냈다. 13년 동안 사망자는 총 5만 명에 달했다. 민간인 희생자도 2만 명이나 됐다. 미군 사망자는 2356명이었다. 한국군 피해도 있었다. 2007년 바그람 기지에서 다산부대의 윤장호 병장이 폭탄테러로 사망했다. 그해 탈레반은 한국인 선교팀 23명을 납치해 그중 2명을 살해했다.
테러와의 전쟁을 명분으로 시작된 아프간 전쟁이 종식된 지금 평가는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좋은 의도로 시작한 전쟁이 나쁜 결과로 끝을 맺었다"는 것이 외신들의 평가다.
왜 이런 평가가 나왔을까. 우선 무고한 민간인의 희생이 너무 컸기 때문일 것이다. 또 전쟁으로 인해 중앙정부의 행정력이 제대로 미치지 않는 헬만드주 등 남부 지역 주민의 생계는 완전히 무너졌다. 예전부터 이 지역 주민의 삶은 탈레반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 탈레반이 치안을 유지하고 주민에게 의식주의 기본 생필품을 제공해왔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이 지역에서 탈레반을 소탕한다는 것은 주민의 생존을 위협하는 것과 같은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지난 13년 동안의 전쟁에도 아프간에는 여전히 7만~8만 명의 탈레반과 알카에다 대원이 활동하고 있다. 오히려 알카에다의 분파였던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는 이라크와 시리아의 일부 영토를 장악하고 '이슬람국가(IS)'를 세웠다.
미국 등 서방은 이젠 IS 격퇴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아프간 전쟁은 이라크 침공과 함께 21세기 최악의 전쟁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쓸 판이다. 아프간 전쟁은 서방의 잣대를 명분으로 한 힘의 논리만으론 평화를 얻을 수 없다는 점을 잘 보여준 사례로 남을 것이다. 미국이 애초부터 승리할 수 없는 전쟁을 일으켰다는 말이 설득력 있게 들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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