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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40주년 특별기획-내 고향을 가다 II: 경상남도 합천군] 첩첩산중 해인사, 그 속에 팔만대장경을 품다

가야산 등 1000m 고봉 둘러
일명 극락으로 향하는 산행
습도 높아 목판엔 최악 조건
바람 돌아나가게 과학적 설계
800년 세월 거뜬히 견디어 내



합천은 첩첩산중에 있다. 면적의 72%가 산지다. 가야산(1430m)부터 두리봉, 남산, 오도산 등 해발 1000m 이상의 산들로 둘러싸여 있다. 가야산 깊은 곳에 합천을 완성하는 해인사가 있다.

해인사로 오르는 계곡은 홍류동이라고 한다. 가을 단풍이 짙어 흐르는 물조차 붉다는 뜻이다. 6km 계곡길을 7개의 다리, 500m의 나무데크로 단장해 '가야산 소리길'로 만들었다.

"불교용어로 소리는 '극락으로 가는 길'이라고 합니다. 아름다운 소리를 뜻하기도 한 중의적인 표현이죠. 해인사 가는 길은 극락으로 향하는 산행이에요."



붉은빛과 맑은 물소리 사이로 정순한 문화해설사가 설명했다.

"조심하세요. 고개 숙이세요."

사방의 아름다움을 보고 듣느라 미처 앞을 보지 못했다. 나무에서 늘어진 가지 하나가 앞을 가로막았다.

"하심(下心) 나무에요. 고개를 숙여야 지나갈 수 있도록 일부러 가지치기를 안 했어요. 나를 낮춰야 극락에 갈 수 있죠."

길의 소리가 끝나면 절의 풍경소리가 들린다. 해인사다. 불교의 삼보인 불(佛), 법(法), 승(僧)중에 부처님의 가르침인 '법'을 담고 있어 법보사찰이라고 한다. 법은 팔만대장경이다.

"대장경은 '세 개의 광주리'라는 뜻이에요. 부처님의 말씀인 경(經)과 지켜야 할 도리인 율(律), 가르침을 해석한 론(論)을 말합니다."

설명을 들으면서 경내를 지나 본전에 올랐다. 그 뒤가 팔만대장경이 보관된 장경판전이다.

"법전까지 밟은 계단이 107개에요. 보통 사찰의 계단은 108개인데 1개가 부족하죠?"

마지막 계단은 장경판전 앞에 놓여있다. 디딤돌 하나로 팔만대장경의 가르침을 얻으려는 자들에게 마음가짐을 주문한다.

장경판전에는 현대가 과학이라고 하는 선조들의 지혜가 곳곳에 장치되어 있다. 1251년 완성된 팔만대장경이 800년에 가까운 세월을 견딜 수 있었던 것은 그 지혜 때문이다.

심산유곡인 가야산은 습도가 높다. 여름엔 89%, 겨울에도 76%에 달한다. 습기 때문에 목판이 뒤틀릴 수 있는 열악한 조건이다. 그래서 장경판전은 바람을 최대한 품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벽면 아래위 살창의 크기와 건물 앞.뒷면 살창의 크기가 모두 다르죠. 계곡의 바람이 실내에서 아래위를 최대한 돌아나가게 하기 위해서에요. 또 바닥에는 소금과 숯, 횟가루를 깔아 수분을 흡수할 수 있도록 했죠. 정말 과학적이죠?"

아무것도 아닌 듯 보이는 길게 뻗은 처마는 빗물을 막기 위한 것이고, 고온에 구워낸 청기와는 피뢰침 역할을 해 화재를 막기 위한 것이라했다.

세심한 안전장치로 보호된 팔만대장경도 과학이다. 뒤틀림을 막기 위해 추운겨울에 나무를 벌목했고, 바닷물에 2년간 담가 1년간 건조했다. 큰 가마솥에 넣고 쪄서 다시 말린 뒤 옻칠을 해야했다. 가로 70cm, 세로 25cm, 두께 3.5cm의 목판 한장을 만드는 과정은 험난했다.

경판을 새기는 작업도 불심 없이 불가능하다. 전국 각지에서 선발된 목수, 서예가, 스님들은 한 글자 조각할 때마다 세 번 절을 했다고 한다. 경판 한 장에 새겨진 글자는 450여 자다. 1300번 절을 해야 고작 경판 1장을 끝낼 수 있었다.

해인사를 나오는 길에 절이름의 뜻을 물었다. "화엄경에 나와요. '해인(海印)'은 바다가 잔잔해져 모든 사물이 맑게 비친 깨달음의 경지를 뜻합니다."

'호국불심' 팔만대장경을 품은 그릇은 내가 낮아져야 이룰 수 있다는 깨달음이다.

정구현 기자
koohyun@koreadaily.com

☞합천군은?

■ 지명 유래: 좁은 내라는 뜻이다. 산으로 둘러싸여 좁은 계곡이 많다는 데서 유래했다. 조선 태종 13년(1413년)부터 합천이라 칭했다.

■ 위치: 경상남도 북서부

■ 면적: 983.39km²(LA시의 약 75.5%)

■ 행정구분: 1읍 16면

■ 인구: 4만 9601명(2014년)

■ 군수: 하창환(재선 2010.07~)

■ 군정 목표: 군민과 함께하는 행복한 합천

■ 특산물 : 합천황토한우, 합천토종돼지, 합천쌀, 합천파프리카, 합천우리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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