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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에서] 풍요 속 헛헛함, 그리고 희망

두 주간 한국을 방문했다. 10년 만의 방문이었으니 변한 것이 많았고 놀라고 경탄할 것도 많았다. 모든 게 참 편리해졌다는 게 가장 큰 변화였다. 여행을 계획했을 때는 가능한 빨리 가고 싶었다. 기왕이면 세월호 유가족들이 밤을 지새우는 곳에 가서 손이라도 한 번 잡아드리고 싶었다. 하지만 부득이 일정을 늦출 수밖에 없게 되자 참으로 아쉬웠다.

11월 말의 광화문은 스산하기 짝이 없었다. 큰 도로에 수많은 자동차들이 쉴 새 없이 다녔고 인파가 물밀듯 찬바람에 종종걸음을 치며 다녔지만 그걸 바라보는 내 마음은 커더란 구멍이 난 듯 쓸쓸했다. 서너 개의 천막이 남아 있었고 사진전이란 이름으로 사진 몇 장이 초라하게 걸려 있어서 오히려 쓸쓸함이 더했다. 이번에 거둔 성과 중 하나는 '다이빙벨'이란 다큐영화를 본 것이다. 세월호 생존자나 실종자를 구하는 데 도움이 된다, 안 된다 하는 논란의 중심이었던 그 다이빙벨 말이다. 다이빙벨 주인 이종인 씨 말마따나 우리 주위에 사람 아닌 악마들이 많이 살고 있다는 것이다.

직업이 목사니 이번에도 여러 교회에 가서 설교를 했다.

각 교회에서 한 설교 메시지는 모두 똑같았다. 첫째는 내 주머니 늘리는 짓은 이제 그만 하자는 것이었다. 사람 욕망은 채울수록 더 커져서 아무리 많이 가져도 늘 공허할 따름이니 이젠 더 가지려 하지 말고 현재 갖고 있는 것에 만족하고 감사하며 나누고 베푸는 삶을 살자는 것이다.

나는 얼마 전에 방문했던 멕시코시티에서 보고 느낀 것과 비교해서 지금 한국 사람들은 욕망의 포로가 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둘째는 내가 한국을 떠난 21년 전과 비교해서 지금 한국교회는 '교회가 나아갈 바른 방향은 어디인가?'라든가 '올바른 기독교인의 신앙과 삶을 어때야 하는가?' 등을 심각하게 묻는 분위기가 아닌 것 같다고 얘기했다. 그런 물음 없이 그냥 세상이 흘러가는 대로, 세상이 원하는 대로 세상의 흐름에 몸을 맡겨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도 설교했다.

내가 설교를 했던 교회들은 서로 다른 교단 소속이었고 교인 구성도 크게 달랐다. 하지만 대체로 내 얘기에 공감하는 듯했다. 여럿이 눈물을 흘리며 아멘을 연발하기도 했다. 칭찬 아닌 꾸중에 가까운 얘기였는데도 말이다. 나는 희망을 봤다. 아직 한국교회는 다 죽진 않았다.

엘리야 시대처럼 어딘가에는 신실한 하나님의 백성이 남아 있음을 본 뒤, 희망의 싹을 품고 돌아올 수 있었다.

곽건용 목사 / 나성향린교회

kwakgunyong@goodneighborhood.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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