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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12월은 침묵하는 달

시부저기 이 해도 끝지고 있다. 공연히 마음이 서성거리게 되는 때이기도 하다.

"해마다 해는 가고 끝없이 가고/ 날마다 날은 오고 끝없이 오네/ 해가 가고 날이 오고 오고 또 가니/ 시절 따라 사람 일이 이 속에 바빠". (김삿갓의 '시시비비' 중에서) 끝없이 오가는 세월은 태연한데, 사람은 그 속을 가쁘게 살고 있다.

그해 12월의 들목에 서면, 우리는 탄식하듯 '어느새'라는 말을 내뱉고는 한다. 사실 '어느새'란 말만큼 12월과 잘 어울리는 말도 없을 것이다. 우리는 어느새, 어느새 하면서 흐르는 세월에 몸을 맡기고 속절없이 낡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말을 빌려, 숙명적인 '고독한 풍화'라 해도 되겠다.

아무튼 매해 이즈음이면, 한해를 경영하면서 이 또한 곧 지나가고야 말 그 부질없는 것들에 대한 미련과 회한, 그리고 다양한 상처들로 인한 고통스런 감회를, 차이는 있으나 누구든 안고 있게 마련이다. 그래서인지 소설가 모파상은 12월을 한해의 밑바닥에 깔린 검은 달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그러나 그와는 달리, 북미 인디언 크리크족은 12월을 '침묵하는 달'이라 불렀다. 그 은유적 명명에는 한해의 마지막 달을 침묵 속에서, 뒤숭숭하고 잡스런 마음을 비우고 갈무리하여, 새로운 한해를 채비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일종의 경건한 정화 의식인 셈이다.

깊은 침묵 속에서 가만히 귀 기울이면, 여태 사라지지 않고 의식의 스크린에 떠오르는 앞서간 시간의 흔적들을 보고들을 수가 있다. 자신을 타자 화한 내적 성찰을 통해 괴롭거나 아니면 못내 그리워 했던 그 흔적들의 무상함을 비추어보면, 거기에 함몰되거나 속박되지 않고 바로 놓아 버리게 된다. 그래서 침묵은 자기정화의 산실이며 내일을, 새로운 해를 신선하게 맞이할 마중물이 된다.

그러고 보면 모파상은 12월을 음울하게 규정했지만, 12월은 희망 찬 태양을 잉태한 더 없이 소중한 달이기도 하다.

사실, 한해를 충분히 산 사람이나 신산스런 삶을 산 사람이나, '타는 목마름'으로 간절해야 할 것은 망각의 시간 저편에 사장된 어제들이 아니라, 언제나 또 내일인 것이다.

보라! 저기, 새해의 밝은 태양과 생명의 봄이 기다리고 있다. 그러므로 '얼음장 밑에서도 물고기는 헤엄을 치고 눈보라 속에서도 매화는 꽃망울을 튀'우나니 지금 여기에서 그대, 희망가를 불러도 좋다. "가장 훌륭한 시는 아직 쓰여지지 않았다/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아직 불려지지 않았다/ 최고의 날들은 아직 살지 않은 날들//불멸의 춤은 아직 추어지지 않았으며/ 가장 빛나는 별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별//"이기에. (나짐 히크메트의 시 '진정한 여행' 중에서)

박재욱 / 나란다 불교센터 법사
musagus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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