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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눈높이 맞추는 성탄절

안 성 남 / 수필가

유명 야구 선수가 불우 아동을 방문하여 희망을 주는 행사에 동참하게 되었다. 동행하였던 기자가 그의 몸가짐을 보고 나서 나중에 이런 말을 하였다. "그는 아이들에게 참 훌륭한 태도를 보여 주었다. 키가 작은 그 아이들을 대할 때마다 꼭 무릎을 굽히고 앉아 눈높이를 맞추고 나서 아이들과 대화를 시작하였다."

어른들에 비하여 키가 작은 아이들은 그 어른들이 그냥 서서 내려다보며 아무리 친절한 말을 들려주어도 고개를 뒤로 젖히고 바라보아야 하는 어색한 자세로는 그 말이 그리 근사하게 들려지지는 않을 것이다.

또 하나 이런 이야기도 있다. 나병 환자촌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선교사가 결국에는 그도 그 병이 옮아 나병 환자가 되고 말았다. 그때 그는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고 한다. "이제야 제가 정말로 그들의 친구가 되어 당신의 말씀을 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건강한 사람들이 와서 아무리 위로의 말이나 생명의 말씀을 전하여도 건강치 못한 그 사람들에게는 강 건너에서 쓸 데 없이 지껄이는 것으로 밖에 들려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똑같이 같은 병에 괴로움을 겪는 사람이 전하는 말은 그것이 아주 작고 평범한 한마디라도 마음으로 전하여지는 귀한 것이 되어 줄 것이다.

미국이라는 곳으로 옮겨와 살면서 느끼게 되는 것이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 중요한 한 가지가 같은 눈높이의 인간관계가 비교적 잘 조성되어 있다는 것일 것 같다. 부모 말을 듣지 않는 아이들에게도 강압적으로 혹은 폭력적으로 "그냥 시키는 대로 해라"가 아니고 마주 앉아 그 행위의 옳고 그름을 차근차근 풀어나간다. 아이와 눈높이를 맞추어 이해시키고 납득하게 하는 것이다.

물론 여기 사회도 칼자루를 잡은 자와 칼날을 잡은 자의 갈등이 분명 존재하겠지만 사람 사는 생활의 측면에서는 직장 상사와 아래 직원 선생과 학생 선배와 후배 고참과 신참 간에 비교적 같은 눈높이를 유지하며 관계를 맺어가는 모양새를 여러 곳에서 발견할 수가 있다. 아마도 그래서 적지 않은 모순을 안고 있지만 이만큼이나 괜찮은 사회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기독교 청교도 정신을 건국 이념의 기초로 삼아 세워진 나라이다. 그리고 기독교는 예수 그리스도로 시작되었다. 우리가 성탄절이라고 부르는 즐거운 행사는 이 분이 이 땅에 태어난 것을 기념하고 기뻐하는 것이다. 무엇을 기뻐하고 즐거워하는 것일까.

성경에 의하면 예수의 탄생은 세상을 창조하신 창조주의 선물이다. 높은 곳에서 호령만 하는 존재가 아니고 그 높은 존재가 사람의 몸을 입고 사람으로 이 땅에 오신 놀라운 사건이다. 사람과 눈높이를 맞추어 희로애락을 같이 느끼는 존재로 오시어서 같이 고통 받으며 슬퍼하며 그러면서 구원의 길을 보여 주신 것이다.

예수가 살았던 그 시대에는 같은 사람이어도 여러 가지 높이의 사람들로 살아야 했던 때이다. 노예에서 황제까지 절대로 같은 높이가 될 수 없는 불평등의 사회로 굴러가고 있었다. 그런 시대에 기독교의 목소리는 모든 사람을 같은 눈높이로 대접하여 주는 놀라운 생각이었다. 불평등에 고통 받던 사람들에게는 진실로 복음이었을 것이다.

어린아이들은 같은 또래의 아이들끼리 좋아한다. 이들과 어울리고 싶으면 어린아이의 마음이 되어 다가서야 같이 놀 수 있다. 어른의 재미 없는 마음으로 아무리 웃는 얼굴을 만들어 보여도 아이들은 따라 웃지 않는다. 눈높이가 같아질 때에 어린아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들 사이도 더 가깝게 같이 웃을 수 있다.

모든 사람들이 같은 눈높이로 마주 앉아 함께 웃을 수 있는 진짜 크리스마스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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