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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2014] 대한인국민회 유물

역사가치 높은데…타협안 못 내놓고 방치
한국 조건부 위탁 추진하자
일부서 단체 결성 강력반대

대한인국민회 유물 처리가 답보상태로 해를 넘기게 됐다. 지난 2003년 대한인국민회 총회관 복원공사 중 다락방에서 나온 2만여 점의 유물은 한국 독립운동사와 초기 미주한인이민사가 기록된 문건류(서류, 문서, 신문 등)로 보존처리가 시급한 상황이다. 하지만 유물을 한국으로 조건부 위탁하자는 쪽과 이에 반대하는 쪽의 의견이 대립하면서 유물은 아직도 방치되고 있다. 작성된 지 100년 넘은 일부 서류들은 이미 훼손 정도가 심해 복원이 가능할까 싶을 정도라는 게 역사학자들의 애타는 심정이건만 좀처럼 타협안은 나오지 않고 있다.

지난 2011년 12월과 2012년 4월, 두 차례에 걸쳐 유물 내용을 실사한 한국 독립기념관 학자들은 '국민회 유물 중 약 5000~6000점은 상급의 사료적 가치가 있으며, 역사적 인물에 대한 해석을 달리해야 할만한 내용을 담은 보물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고 밝힌 바 있지만 연구는 커녕 약품처리 등 보존조차 제대로 못하고 있어 관계자들은 애만 태우고 있다.

국민회 유물이 논란의 중심에 있게 된 데는 이민 110년이나 된 한인사회에 수장고 시설을 갖춘 마땅한 박물관이 없는 데서 비롯했다. 지난해 4월 LA시로부터 6가와 버몬트의 주차장 부지를 사실상 무상임대(50년간 연 1달러)받아 한미박물관을 건립하려는 움직임은 있었다. 그러나 이후 거의 진척된 게 없어 앞으로도 상당기간 한인사회엔 유물을 보존·보관하고 연구할 만한 시설은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런 이유로 그동안 유물을 관리해 온 대한인국민회 기념재단과 유물을 보관 중인 나성한인연합장로교회는 '한국으로의 조건부 위탁'을 결정했고, 지난해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일을 추진해 왔다. '한인사회에 수장고 시설을 갖추면 반환받는 조건을 명시해 일단 독립기념관에 위탁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9월 4일 유물 공청회를 기점으로 '한국행 반대' 의견이 대두했고, 기념재단 활동에도 제동이 걸렸다. 유물의 한국행을 반대하는 한인들은 '유물을 한국으로 보내기보다 인근 USC와 UCLA를 활용해 보존·보관한 후 궁극적으로 한인사회에 마련할 박물관으로 이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대 인사들은 한미역사보존위원회(이하 보존위)라는 단체를 만들어 지난달 LA민사법원에 가처분신청(TRO)을 전제로 한 관련 소송을 제기했다. 아직까지 추가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법정다툼은 미뤄지고 있지만 여차하면 선조의 유물이 미국법정에서 수난을 당할 판이다.

타협안으로 'USC에서 약물처리 후 독립기념관으로 보내자'는 움직임이 일부 있었지만, 보존위 측 인사간에도 의견이 일치하지 않아 협상테이블조차 꾸리지 못하고 있다.

김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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