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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삼거리 카페에 앉아

이수임 / 화가·맨해튼

"나 왕년에 재벌 아들들이 따라다닌 것 알아?" "그럼 왜 그런 사람과 결혼하지 않았어?" "하려고 했는데 인연이 아니었나봐?"

옆에 앉아 듣던 다른 친구가 거들며 "나도 한때는 명문대 나온 남자들이 따라다녔지. 그 중 한 남자는 내가 반응을 하지 않자 병색이 돌며 앓기까지 했어." "그래서 그 남자 청을 들어줬어?" "아니 함께 일하던 다른 여자를 사귀다 결혼했어."

두 여자의 나이가 든 얼굴과 몸매를 흘끗 보면서 과연 젊었을 때 재벌 아들과 명문대 남자들이 따라다닐 만큼 근사했을까 상상했다. 갸우뚱하며 "뭔가 착각했던 것 아니야?" "왜 착각 좀 하면 안 돼?"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말을 꾸욱 누르고 "하기야 착각은 자유지만."

"자기를 따라다니던 남자는 없었어?" 그중 한 친구가 나에게 물었다. "한 놈이 주기적으로 따라다니기에 반색했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조울증 환자로 조증(mania)일 때는 따라다니다 울증(depression)일 때는 아는 척도 하지 않았어. 불쌍한 그의 누이가 여러모로 미안하다고 사과하길래 잠깐 착각하다 정신 차렸지." "그런데 결혼은 어떻게 했어?" "영주권이 필요해서 내가 따라다니다가."

'긍께 나가 아조 속창아지 읎는 년이요. 맨날 입주뎅이로 영주권 영주권 타령하며 남자 따라다니다 영주권 받은 죄를 요로코롬 꼬소하게 받는 거시랑께요. 참말로 요로코롬 해서까지 영주권 받을 일이 아니당께. 아니꼽고 드럽고 치사하고 섭한 맴이 창자를 긁어 내리지만 어짜스까! 시방도 생각만 허면 가심 쏙이 벌렁벌렁하고 대끄빡이 깨져오지만 꾸욱꾸욱 눌러 참고 있어야제 어쩌것소. 참말로 야그허는 것이지만 남편이 상전이랑께 써글 넘의 내 신세.'

집에 가서 저녁밥을 해야 하는 내 신세와는 달리 이혼하고 자유롭게 혼자 사는 느긋한 두 친구를 쳐다보며 그냥 토해 내고 싶어 끓어 오르는 열을 참고 입술을 뜯으며 혼자서 곱씹었다. 누구를 위한 삶을 사는 것인지? 남편이 옆에 있어 든든하다가도 옆에 있어 불편한 결혼 굳이 왜 했을꼬.

"엄마 나 결혼 하지 않을래요." "잘 생각했다. 20살이 넘은 자식에게 이래라저래라 할 일도 아니고 네가 알아서 네 마음 가는대로 살아라."

삼대독자 외아들에 친 손녀만 넷을 둔 우리 친정아버지 왈: "동네 사람들이 나 보고 '영감이 불쌍하기도 하지 손주도 없이 자식들은 모두 외국에 나가 살고 쯧쯧쯧.' 한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다. 내 배에서 나온 불효 자식도 버거운데 손주가 있다 한들 오죽하겠니? 안 그래? 다른 곳에서 낳아오지 않은 것만도 다행으로 생각하며 살아야지. 난 이렇게 혼자 조용히 사는 것이 좋다."

나도 혼자 있는 것이 좋은데 별것을 다 아버지를 닮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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