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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 환자와 우울증] 평소 재미있어 하던 것에 시큰둥…불안·신경질 많아져

매달 2번째 목요일(오후2시~4시)에 6가와 루카스(637 S.Lucas Av. #602)에 위치한 굿 사마리탄별관 6층에서 유방암환자 서포트 그룹 '샤인'이 모인다.

유방암 극복기인 '샤인'의 저자인 캐서린 김씨가 9년 전에 같은 유방암을 가진 한인여성들을 돕기 위한 모임으로 시작해 지금은 192명이 등록되어 있다.

"유방암 환자들이 힘들어하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우울증세라서 이번 모임에 특별히 정균희 정신과전문의를 모셔서 좋은 조언을 듣게 되었다"며 회원들을 반겼다.

모임 후에 정균희 정신과전문의에게 몇가지 물었다.



- 실제로 유방암 환자들이 우울증으로 많이 찾아오나?

"유방암 뿐 아니라 모든 암 환자들이 치료 중이나 혹은 후에 우울증세(자살충동 포함)가 보이면 의사들이 정신과쪽으로 레퍼를 한다. 일반인 중 10%~30%가 우울증을 갖는다면 유방암환자는 25%~30% 정도가 된다. 반대로 우울증을 치료하면서 암에 걸렸었다는 걸 알게 되는 경우도 많다."

- 유독 암이 우울증을 유발시키는 이유는 뭔가.

"미국암협회(ACS)에서 발표한 심리적 요인으로 첫째가 5년이 지나 병이 나았다해도 재발하면 어쩌나 하는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이다. 두번째가 만성 피곤과 기운없음과 불면증 등이다. 일반인이 불면증 하나만 생겨도 하루종일 피곤하여 다운되기 마련이다."

- 일반 우울증과 다른가.

"UCLA에서 오랜동안 미국인 환자치료를 하다가 한인환자와 다른 점으로 개인적으로 느끼는 것이 한국 정서는 '확실한 답'을 듣길 원한다는 점이다. 정신과 전문의 입장에서 정신분열증이나 조울증은 자신있게 말해준다. 그러나 암환자는 '두고 봅시다'고 할 수 밖에 없다. 암은 실력있는 의사라도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암환자들이 다른 질병보다 심적으로 부담이 큰 이유이기도 하다. 불확실한 미래가 지금 전반적으로 현대인의 불안증이기도 하다. 사회가 좀 복잡한가. 예측불허일 때 인간본성은 불안해진다."

- 우울증을 어떻게 아나.

"가장 먼저 가까운 사람 즉 가족이 안다. 부쩍 불안해한다거나 센서티브해져서 신경질이 많아진다거나 주의력과 기억력이 떨어지는 등의 증세로 알 수 있다. 평소 재미있던 것을 시큰둥하기도 한다. 이 때 빨리 정신과 의사를 찾아 보도록 권하는 것이 바람직한데 이유는 더 나빠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 다른 질병에도 잘 생기나.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정확한 의학 원인을 찾지 못했지만 가설 중 하나가 암은 암세포가 뇌에 전이되지 않았다 해도 뇌자체에 독소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브레인 톡신' 혹은 암치료를 상징하는 '키모'라는 단어를 붙여서 '키모 브레인'이라 부르는데 그만큼 암이란 병자체가 우리의 뇌를 비정상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 키모 브레인이란 걸 아는 것만해도 암환자 이해에 도움될 것 같다. 어떤 치료가 있나.

"그룹 테러피가 효과적이라 본다. 그룹 속에서 '나도 그런데'라는 공감이 우선 나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을 주면서 힐링효과도 빠르다. 일종에 브레인의 싱크로나이즈라 할 수 있다.동시다발적인 반응이라 할까. 누군가 화내면 옆으로 전해지는 것을 이해하면 쉬울 것 같다. 내가 겪고 있는 우울증세를 여러 사람 속에서 함께 공유함으로써 더 빨리 해결책을 발견할 수 있다고 할까. 무의식적인 집단감정(혹은 정신)의 교류인 셈이다."

- 암환자의 우울증 치료의 초점을 '희망'에 둔다고 하셨는데 …

"사실 암환자 뿐이겠는가.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우리에게는 하나의 큰 도전이다. 중요한 것은 나와 주변에서 발생되는 모든 일들을 '엄연한 현실'의 한 부분으로 받아 들이느냐 하는 것으로 치료의 시작으로 본다. 내가 왜 암에 걸렸나 하면서 현실 부정을 하면 좌절로 당연히 빠진다. 힘들지만 인생의 한 부분으로 즉 내가 살아있기 때문에 겪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그럼 나는 암을 치료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지?'하는 해결책을 찾기 위한 '희망'으로 나아갈 수 있다."

- 잘 이해가 안간다.

"많은 사람들이 희망을 '감정(feeling)'으로 아는데 희망은 '행동(doing)'이다. '뭘할 것인가'가 바로 희망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서 '아침으로 오믈렛을 먹어야지'하면 벌떡 일어나 그것을 먹기 위해 몸을 움직여 만들기 시작한다. '~를 해야지'하는 것이 바로 희망을 갖는 것이고 이 희망이 의지를 불러일으켜 우리 몸을 그 방향으로 가게 한다. '암에 걸렸다. 모든 게 끝났다, 해서 뭘하나'라고 희망을 버리면 몸도 따라서 다운될 수 밖에 없도록 만들어진 것이 바로 인간이다. 특히 암환자에게 희망이 중요한 것은 바로 몸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암진단 받고 가능하면 정상생활을 할 수 있으면 하라고 권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 그룹 테러피를 하면 희망갖기가 잘 되나.

"희망은 혼자서 갖기 힘들다. 여럿이 함께 있을 때 희망도 굳건히 자리할 수 있다. 또 이같은 단체 속에 있을 때 자신의 정체성(나는 누구지?) 또한 찾을 수 있는 것이다."

- 특히 한인 여성 암환자들이 가족때문에 힘들어 한다.

"한인여성들은 남편이 혹은 자녀가 내가 힘들다고 표시하면 더 스트레스 받지 않을까 하는 염려때문에 아픈 티를 못낸다.이중으로 힘들어하는 모습이다. 이럴 때마다 '암환자인 당신 걱정부터 하세요. 지금 가족 걱정할 때가 아니에요. 설사 당신이 없어도 잘 살아갈 테니 가족 걱정일랑 접어 두세요'하고 말한다. 아프면 아프다고 힘들면 나 힘들다고 남편에게 자녀에게 터놓고 말하는 것이 정신이나 육체를 덜 힘들게 한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가족이라면 그걸 못받아 줄 리가 없다고 생각한다(웃음)."

- 마지막으로 조언은.

"거듭 강조하지만 이것도 내가 살았기 때문에 당면하는 것이란 현실감각을 잃지 말 것. 희망갖고 혼자가 아닌 여럿(그룹) 속에서 교류하면서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주고 싶다'는 쪽으로 방향전환을 할 것. 암에 걸렸다고 해서 내가 누군가에게 줄 것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인간속성은 내가 줌으로써 상대방으로부터 생명력을 받게끔 되어 있기 때문이다. 암에 걸렸다고 '인생 여정'이 끝난 것 아니란 얘기다. 이럴 때 좀더 지평이 넓혀져 이 모임처럼 함께 고통을 나누며 공감해 주는 고마운 이웃들과 어울릴 수 있는 것이다. 힘을 내시길!"

김인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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