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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퇴임하시는 선배 교무님께

신문지면을 채우기 시작하는 이런 저런 송년 모임 소식과 주택가의 크리스마스 장식 등이 연말임을 실감케 한다. 여러 가지 생각이 스친다. 계획한 것들을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 게으름에 대한 반성, 동시에 이렇게나마 버텨온 자신에 대한 대견함에서부터 당장 마무리해야 할 연말의 사소한 업무들까지.

역시 가장 마음에 남는 것은 '인연'이 아닐까 싶다. 올해도 주위의 여러 교무님들이 이임을 하고 또 부임을 하신다. 만나면 헤어지고 헤어지면 만나는 것이 자연의 이치라고는 하지만, 정든 인연과의 이별은 언제나 어색하고 서툴기만 하다. 특히 올해는 원불교 미주 교화의 1세대라 할 수 있는 교무님께서 퇴임을 하시는 해이기도 하다. 마음속으로 존경은 해왔지만, 자주 찾아뵙지 못한 죄송함을 지면을 통해서나마 표해보고자 한다.

「000 교무님께 올립니다.

물리적인 거리상의 이유가 크긴 했지만, 같은 교구에 살면서도 자주 뵙지 못하던 교무님의 퇴임 소식에 '생사가 일이 크고 무상(無常)이 신속하니 가히 범연(泛然)하지 못할 바'라 하신 대종사님의 말씀을 떠올립니다.



선배님들의 뒤를 따르는 후배로서, 선배님들의 퇴임 후의 심경이나 생활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가로울 것 같기도 하고 현장에서의 아쉬움과 미련들이 또 다른 번뇌로 마음에 남을 것 같기도 합니다. 부디 그간 소중하게 닦아 오신 법력에 의지해서 모든 착심을 다 놓으시고 성불제중의 서원과 청정일념 챙기시는데 매진하시기를 기원드립니다.

당신의 곧고 강직한 성품에 바탕한 철저한 수행과 명쾌한 교리해석은 오랫동안 후배들에게 귀감이 될 것입니다. 제가 뵈온 이후로는 언제나 최 연장자에 속해 있으시면서도 후배들과 대중의 청을 한 번도 거절하지 않으시고 멋지게 노래 부르셨던 모습은 한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선배님들의 숭고한 뜻과 노고가 헛되지 않도록, 이 기관 이 교법이 영원한 세상에 유전하여 세세생생에 끊임없는 공덕이 드러날 수 있도록 저희 후배들은 열과 성을 다할 것을, 교무님의 영광된 퇴임을 기념하고 축하하는 이 자리에서 다시 한 번 다짐합니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라는 광고 카피가 생각납니다. 서원일념으로 앞만 보고 달려오신 당신의 열정과 수고에 경의를 표합니다. 여생을 심신간 편안한 가운데 수도에 정진하시기를 기원드립니다.

영생을 놓고 본다면 선배와 후배, 스승과 제자의 구별이 어디 있겠습니까? 영원한 동지로 늘 저희와 함께해 주시기를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건강하세요. 그리고 사랑합니다. 2014년 12월. 저의 멋진 퇴임 순간을 그려보며 마음 모읍니다.」

컴퓨터와 통신수단의 발달이 조금은 우리를 삭막하게 하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바쁘다는 핑계로, 평소에 카톡 등을 통해 자주 소식을 전한다는 핑계로 주위 인연들에게 진심을 담은 송년인사를 생략해온 지도 꽤 된 듯하다. 올해에는 가능하면 손편지, 그것도 안 되면 자그마한 카드에라도 직접 내용을 적어서 주위 인연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해볼까 한다.

양은철 교무 (원불교 LA교당)
drongiand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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