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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망경]변덕쟁이 두들겨 패기

서 량 / 시인.정신과 의사

사업이건 대인관계건 하다못해 남녀의 사랑에 있어서 변덕은 바람직한 정신상태가 아니다. 변덕쟁이는 이 세상 누구도 환영하지 않는다.

우리말로 '부린다' 하면 꾀를 부리고 성질을 부리고 신경질을 부릴 때처럼 꺼림직한 느낌이 보태지는 것이 흥미롭다. 자고로 군자는 몸종을 부릴지언정 변덕을 부리지 말아야 하느니라!

굳이 정신과 차원이 아니더라도 상식적인 견지에서 변덕은 크게 두 가지 종류로 구분된다. 첫째 기분이 변하는 것과 둘째로는 생각이 변하는 것. 기분과 생각은 서로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이므로 변덕이 심한 사람은 이 둘 중 어느 하나만 변한다기보다 둘 다 엉망진창이 된다. 변덕꾸러기들의 대다수는 성격장애자들이다.

변덕쟁이들은 감정의 기복이 심하다. 그 결과로 그들은 분노에 휩쓸리기 십상이고 남을 위한 배려보다는 자신의 현실적 정서적 이해상관에 심하게 치중하기 때문에 판단장애를 식은 죽 먹듯 일으킨다. 처음에는 간이라도 빼 줄 것처럼 알콩달콩하다가도 약속이라도 한 듯 상대를 해코지하는 재능을 보인다. 그런 사람하고 사업을 같이 하면 대개는 배신당한다.



'경계성 성격장애 (Borderline Personality Disorder)'에 대하여 언급을 해야겠다. 내가 근 40년 가까이 눈독을 들이고 관심을 쏟은 결과로 획기적인 생각 몇 개도 논문으로 발표한 이 골치 아픈 성격장애는 쉽게 말해서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차지하는 정신질환이다.

이런 반미치광이 같은 사람을 상종하지 않는 인생은 참으로 부러운 인생이다. 경계성 성격장애인들은 당신 부모나 직장 상사 혹은 동료로 자식으로 친척 친구 또는 배우자나 연인으로 나타나서 당신 속을 무진장 썩이기 때문이다. 정도의 차이가 중요하겠지만 당신 자신이 알게 모르게 그런 사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 번 해 보라.

변덕(變德)은 한자어다. 변할 변 덕 덕! 굳이 영어로 이 한문을 엄숙하게 직역하면 'changed morality'가 되고 이것을 거듭 번역하면 덕이 변했다는 말이니까 부도덕하다는 뜻이라며 눈을 부릅뜨고 우길 수도 있다.

변덕스럽다는 형용사로 빈번히 쓰이는 몇몇 영어단어 중 'fickle'에 대하여 알아봤다. 이 말은 12세기에 속임수를 쓰거나 교활하고 허위적이라는 뜻이었다가 13세기에 접어들어 변하기 쉽고 불안정하다는 중립적인 뉘앙스가 떨떠름하게 가미됐다. 그보다 수천 년 전 언어로 추정되는 전인도유럽어에서 'fickle'의 뿌리말은 'evil-minded' 즉 심술궂다는 뜻이었다. 변덕은 근본적으로 질이 나쁜 인간의 언행이다.

경계성 성격장애인은 정상인으로 보이면서도 어딘지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인격일 수 있고 심지어는 사회적으로 명망 있는 인사일 경우도 허다하다. 다시 분명히 말해서 정도가 심할 때는 삼척동자라도 얼른 알아보겠지만 이들은 대개 허우대가 멀쩡한 인간들이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이 고통을 당한다기 보다는 남들에게 고통을 주는 특징이 있다. 이것을 나는 오래 전부터 "They are more disturbing than disturbed." 라고 주장해 왔다.

이 어처구니 없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들이 세상에서 가장 가슴 아프게 고생하는 것처럼 떠들어대지만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시쳇말로 남에게 자신의 실책을 뒤집어씌우는 갑(甲)질에 이골이 난 그들은 뻔뻔스럽고 몰염치하기 짝이 없는 군상들이다.

'반사회적 성격장애 (Antisocial Personality Disorder)'와 일맥상통하는 이 정신병은 쓰디쓴 우울(depression)에 빠져야 그 증상이 호전될 수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좋은 약은 입에 쓰다 하지 않았던가.

http://blog.daum.net/stickpo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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