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에서] 가짜가 진짜를 이기는 모순
한국의 연예 방송 중에 '히든 싱어(Hidden Singer)'라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원래의 가수와 다섯 명의 모창자들이 밀폐된 칸막이 방 안에서 한 소절씩 노래를 부르면 청취하고 있던 백 명의 방청객들이 '진짜 가수'와 모창자들을 구별해내는 프로그램입니다. 모두 네 번에 걸쳐 노래를 부르는데, 각 단계마다 가장 원곡의 가수 같지 않은 모창자들을 한 사람씩 뽑아서 차례대로 골라냅니다.
모창 참가자들이 진짜 가수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노래를 비슷하게 잘 부릅니다. 방청객들 중에는 동료 가수들도 많이 앉아 있습니다. 그러나 얼마나 비슷한지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지 못해 헛웃음만 연발합니다. 정말 황당한 것은 원곡의 진짜가수가 첫 단계에서 가짜로 몰려 떨어지는 것입니다. 가짜들이 진짜 가수의 음악적인 재능이나 카리스마를 훨씬 능가합니다. 어찌보면, 이 시대의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에는 진짜와 가짜를 분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얼마 전에는 진짜 명화를 그대로 묘사한 가짜 그림이 너무도 정교해서 원작품보다 세배나 더 비싼 가격에 팔렸다고 합니다. 가짜가 진짜를 이긴 것입니다. 가짜가 판을 치는 이유는 그만큼 진짜가 매력적이고 좋기 때문입니다. 돈이 되고, 이득이 되고, 장사가 되기 때문에 가짜들이 끊임없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한 때는 참기름, 휘발유, 벌꿀 같은 것들의 가짜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공급이 늘어나고 가치가 떨어졌기 때문에 더 이상 가짜를 만들지 않습니다.
많은 분들이 기독교를 욕하고 폄하하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기독교가 좋기는 좋은 가봐, 가짜가 판을 치는 것을 보니”. 세상 사람들의 푸념입니다. 가짜 학위 소유자들 중에서 목사가 단연 1위이고, 사업비리사범의 1위가 교회 장로들이라고 합니다. 아주 멋진 궁합입니다. 자연히 사람들이 기독교를 '개독교'라고 부릅니다.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자신의 생명을 담아 우리에게 주신 소중한 가치들이 '가짜'라는 오명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예수님이 진짜이기 때문에 그분을 따르는 우리들도 마땅히 진짜이어야만 합니다. 가짜가 진짜를 이기는 말도 안 되는 모순들이 기독교 안에서만큼은 그만 일어났으면 좋겠습니다.
김세환 목사/LA연합감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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