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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40주년 Minority Report]"뭐가 어때요?" 부모는 '둘'…사랑은 '큰 하나'

편견·죄책감과 싸우는 '홀로 자책'이 문제
오히려 '알리고·서로 도우며' 당당함 필요

한부모 가정의 삶은 고단하다. 엄마 혼자, 아빠 혼자 생업과 가사노동, 자녀교육까지 책임진다는 것은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힘든 일이다. 두 아이를 둔 이혼 3년차 싱글맘 A씨는 "혼자 투잡을 뛰고 집에 돌아와 저녁상 차리고 설거지까지 하고 나면 절로 눈물이 난다"며 "제발 누가 아이들 픽업만이라도 도와줬으면 싶을 때가 많다"고 털어놓는다.

주변의 편견이나 막연한 죄책감과도 싸워야 한다. 혼자 딸을 키우는 B씨는 "어머니와 아이 고모가 많은 도움을 주는 데도 부족함이 느껴진다"며 "학교 선생님에게 아이가 위축돼 있고 친구들에게도 예민하게 군다는 말을 듣고 괜히 내 탓인가 싶어 마음이 아팠다"고 한숨을 내쉰다. 미혼모의 경우는 더 심하다. 유치원생 아들을 둔 미혼모 C씨는 "엄마들 모임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것은 물론 아이가 나쁜 영향을 받을까봐 우리 아들과 놀지 말라고 가르치는 부모도 있다고 들었다"며 서운함을 드러냈다.

아이들도 힘들긴 마찬가지다. 이혼한 어머니, 누나와 함께 사는 D군은 "폭력적 아빠 때문에 두 분이 이혼만 하면 모든 게 행복해 질 줄 알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며 "경제적 타격, 아빠에 대한 그리움, 힘들어 하는 엄마를 지켜보는 일, 나 혼자 이혼 가정 출신 외톨이가 된 듯한 기분에 늘 우울했다"고 나름의 아픔을 전했다. 대부분의 한부모 가정 구성원들이 되도록 가정사를 감춘 채 숨죽이며 살길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음지에서 양지로 나오려는 싱글맘, 싱글대디들의 적극적 노력과 움직임이 한인 사회에서도 점차 눈에 띄고 있다. 자체적 연대와 신앙 공동체의 도움을 통해 삶의 질을 높이고 사회 인식을 바꿔 나가려는 적극적 노력이다.



올해로 18년째 한부모 가족축제를 개최해 온 LA온누리교회 한부모 담당 김경희 전도사는 "지난 몇 년사이 축제에 참여하는 연령대가 대폭 젊어졌다"며 "한부모 가정이란 사실을 숨기기만 했던 분위기가 확실히 바뀌어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전도사는 "한부모 가정은 이혼이나 사별의 아픔은 물론 신분이나 경제적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많다. 때문에 한부모 가정 자녀 수기 모집을 통해 아이들에게 정서적 힐링을 제공하고, 교회 내 장학금 제도로 경제적 지원도 받는 등 적극적으로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한부모들이 많아진다는 점은 매우 긍정적인 현상"이라고도 진단했다. 또한 "이를 통해 부부 중심으로 폐쇄적으로 돌아가던 교회 분위기도 많이 바뀌고 한부모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인식도 차츰 바뀌어가는 것도 바람직한 변화"라고 말했다.

2010년부터 뉴욕·뉴저지 지역을 중심으로 한인 싱글맘 모임인 '한부모 협회(SPA)'를 조직, 운영하고 있는 황미미 회장은 최근 LA 지역에도 자체적 모임이 생겨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에 대해 고심 중이다. 황 회장은 "한인 싱글맘 인터넷 카페 회원 중 80% 가량이 LA지역 거주자들인데 많은 분들이 SPA와 같은 모임을 바라고 있다"며 "기회만 된다면 그 동안 동부에서 해온 그룹 토크 노하우나 서로에게 힘이 될 수 있는 다양한 정보를 전달하고 나누고 싶다"고 전했다. SPA는 매달 1회의 오프라인 모임을 통해 싱글맘들의 트라우마를 치유하고 서로에게 감정적 지지와 유대감을 심어주는 데 활동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황 회장은 "모임을 통해 싱글맘들이 서로 '둘이서도 힘든 육아를 혼자서 잘 해 내는 것이 정말 멋진일'이라는 자신감을 심어주고 당당히 세상과 소통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있다"며 "더 나아가 한인 사회 전체가 한부모 가정 자녀들이 건강하고 자랑스런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 자라날 수 있도록 축복하고 응원해주는 분위기로 바뀌어 나갈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지난 7년간 비영리단체 '가정을세우는사람들'을 이끌어 온 금병달 목사, 금정진 사모는 한부모 가정이 보다 건강하고 건설적 삶을 이어갈 수 있는 부모용 '디보스 케어(Divorce Care)'와 자녀용 '디보스 케어 포 키즈(Divore Care 4 Kids)'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금정진 사모는 "한글로 번역한 자료와 DVD 등이 15개 한인 교회로 보급되는 등 점차 건강한 홀로서기를 하려는 한부모 가정 구성원들의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다"며 "프로그램을 통해 소외 의식 대신 공동체 의식을 갖고 확대 가정을 꾸려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것은 물론 자신의 지난 과오를 돌아보고 성장해가려는 노력이 한인 사회에서도 좋은 결실을 맺어가는 듯 하다"고 진단했다.

자녀 교육에 있어서도 한부모 가정이란 사실을 알려 교사의 도움을 청하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LA통합교육구 한 교사는 "예전엔 한부모 가정이란 사실을 알려 오는 한인들이 거의 없었는데 최근엔 먼저 교사에게 이를 알리고 싱글맘들끼리 따로 모임을 갖는 분들도 확연히 늘었다"며 "아이에게 더 세심한 관심을 기울일 수 있고 싱글맘들끼리 정보 교환도 잘 되는 것 같아 교사 입장에선 반갑고 고마운 일"이라고 귀띔했다.



숫자로 본 한부모 가정

▶24,647,000 (35%)

2013년 기준 미국내 한부모 가정 자녀수 (출처 내셔널 키즈 카운트National KIDS COUNT)

▶356,000 (44%)

2013년 기준 LA시 한부모 가정 자녀수 (출처 내셔널 키즈 카운트National KIDS COUNT)

▶4,100,000

2013년 기준 미국내 빈곤층 한부모 가정수 (출처 US 센서스)


이경민 기자 rache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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