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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드웨이 집중조명]〈3>더 라스트 십(The Last Ship)

가수 스팅 작곡한 뮤지컬 넘버
스팅이 직접 특별 출연할 예정

아버지의 전철을 밟기 싫어 먼 곳으로 떠난 아들이 15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왔다. 그의 이름은 길리언. 고향은 영국 동부 해안가에 있는 월센드(Wallsend). 주민들은 조선업으로 생계를 이어가며 길리언의 아버지 또한 배를 만드는 사람이었다.

사랑하는 여자친구도 버려두고 훌쩍 떠났던 길리언이 고향으로 돌아오게 된 이유는 아버지의 죽음 때문. 길리언이 도착하기 이틀 전에 아버지는 세상을 떠나고 오랜만에 돌아온 고향은 달라져 있다.

과거의 영광은 없어지고 조선업은 쇠퇴하고 몰락했다. 조선소는 개발업자들의 손에 넘어갔다. 노동자들은 현실 앞에 자존심을 잃었다. 길리언이 사랑한 메그 또한 다른 남자와 지내고 있다.

이 지역에서 조선소 노동자들을 돌보고 미사를 집전하는 제임스 신부는 어느날 "이렇게 몰락할 게 아니라 마지막으로 우리의 꿈을 담은 멋진 배를 한번 만들어보자"고 주민들을 격려한다. 일자리를 잃었다고 슬퍼만 하지말고 마지막으로 힘을 모아보자고.



우여곡절 끝에 길리언이 이 프로젝트 전면에 나서게 된다. 그 과정 속에서 길리언은 메그의 아들이 자신의 아들임을 알게되고 아버지를 향한 원망을 극복하고 자기 아들을 향한 사랑을 발견한다.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세대 속에서 이어져 내려온 사랑의 끈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스팅이 전면에 나서

물론 '넥스트 투 노멀' '이프/덴'의 브라이언 요키가 각본을 쓴 것도 주목할만하지만 이 작품은 가수 스팅(사진)이 직접 나서 곡을 작곡했다는 사실로 화제가 됐다. '스팅'이라는 네임 밸류가 가져다줄 파급 효과에 대한 기대감을 안고 공연을 시작했지만 브로드웨이 성적은 생각보다 저조했다. 1500만 달러를 투입해 만든 이 뮤지컬은 최근 기대치보다 낮은 티켓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9월 29일 공연 시작 이후 매주 평균 7만5000달러씩 적자를 보고 있었다. 결국 '마지막 배'가 가라앉지 않도록 스팅이 해결사로 나섰다. 직접 무대에 오르기로 결정한 것. 스팅은 오는 9일부터 1월 10일까지 무대에 올라 조선소 노동자들의 우두머리 재키 화이트(지미 네일 역)를 연기한다. 투어 공연 도중 스케줄이 비는 시간을 활용해 '구원투수'로 직접 팔을 걷어붙인 셈이다.

스팅이 가장 최근 브로드웨이 뮤지컬에서 연기한 것은 지난 1989년 '3 페니 오페라'에서였다. 오랜만에 브로드웨이 무대에 오르는 터라 우려의 눈빛으로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지만 스팅은 자신만만하다. 최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스팅은 "5년 동안 이 공연에 매달려 있었고 리허설도 모두 참여했기 때문에 자신있다"며 "어느날 갑자기 뚝 떨어져 연기하게 된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과연 팬들이 뮤지컬 무대에 선 스팅을 보러 공연장으로 올지. 공연의 성패는 스팅 팬들이 좌우하게 됐다.

인기가 왜 없을까

사실 작품 자체만 놓고 보면 인기가 없다는 사실이 의문스럽다. 먼저 음악을 살펴보자. 스팅의 색깔이 자연스럽게 묻어있으면서도 뮤지컬에 적합하게 옷을 잘 차려입은 음악이다. 포크.발라드.재즈.보사노바 등 다양한 장르를 극에 맞게 녹여낸 것을 보면 과연 스팅은 음악가로서 천부적인 감각을 가진 인물.

무대 세트와 조명 등은 낡은 퇴물 조선소를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데 중점을 뒀다. 제한된 무대 공간에서 '배'라는 존재를 배경에 두고 벌어지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적절하게 뒷받침한다. 무대 레벨(level 높낮이)을 똑똑하게 이용한 점 또한 주목할 만하다.

그럼 그 무대 위에서 연기하는 배우들은 어떨까. '잘 익을대로 익은' 주인공들의 연기가 일품이다. 극 자체가 무겁고 심오한 주제인만큼 주인공들의 연기력 또한 그만큼 받쳐줘야 공연이 가능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주인공 기디언(Gideon) 역을 맡은 마이클 에스퍼는 수차례 토니상 후보로 오른 인물이며 기디언이 사랑한 메그(Meg)는 레이첼 터커가 연기했다.

터커는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위키드 '엘파바'역 등 여러 역을 소화한 실력파 배우다. 라스트 십에서는 깊이있는 가창력으로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이 동네 주민들을 격려해 '마지막 배'를 만들게 한 제임스 신부 역의 프레드 애플게이트는 연륜 가득한 배우. 극중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스토리.음악.무대.배우 그 어느 것 하나 튀지 않고 하나로 잘 조화된 작품이다. 더 라스트 십이 흥행의 벽을 뛰어넘지 못하는 이유는 아마 내용이 무겁기 때문일 것.

최근 브로드웨이 흥행작들을 살펴보면 신나고 화려한 작품이 주를 이룬다. 라이온킹.알라딘.위키드.북오브몰몬.마틸다 같은 작품이다. 휴먼드라마에 집중한 '진지한' 작품은 순위 저편으로 밀려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천편일률적인 모습의 브로드웨이는 우리가 바라는 바가 아니라는 것. 우리 인생사가 기쁠 때 슬플 때 진지할 때 가벼울 때로 다채롭게 물들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 아닌가. '더 라스트 십'의 뱃사람들이 보여주는 진지한 인생 이야기에 한번 귀기울여보길.

이 장면을 눈여겨 보세요

◆We've Got Now't Else=스팅이 연기하게 될 재키 화이트의 리드로 만들어지는 장면. 일자리를 잃고 술집에 늘어져 있는 조선소 노동자들을 다시 격려해 함께 '마지막 배'를 만들자고 외치는 순간이다. 노동자들의 힘찬 에너지가 관객을 사로잡는다. 스팅의 활약이 기대되는 장면.

◆When We Dance=스팅 특유의 느낌이 잘 담겨 있는 곡. 15년 만에 돌아온 길리안이 메그를 향한 사랑을 고백하는 노래다. 길리안과 지금의 남자 사이에서 갈등하는 메그의 모습이 나타난다. 함께 춤을 추며 옛 감정을 기억하는 두 캐릭터의 케미스트리가 장면을 압도한다. 길리안의 허스키한 목소리가 있어 더욱 아름다운 러브송.

◆The Last Ship=1막 마지막 장면에서 나오는 곡이다. 조선소를 폐쇄하는 사람들에 맞서 노동자들이 팔을 맞잡고 저항하는 장면. 장대같이 내리는 비를 맞으며 일렬로 서서 저항하다가 철조망으로 달려드는 순간 불이 꺼진다. 강렬한 장면이 뇌리에 남는다. 1막 마지막에 관객들의 시선을 단박에 사로잡는다. 무대 위에서 억수같이 내리는 비 또한 극의 사실감을 더한다.

이 노래는 2막 마지막에도 피날레 버전으로 한번 더 등장하는데 길리언과 아들을 태운 배가 먼 바다를 향해 나아가는 장면이다. 이 장면 또한 웅장하고 비장한 분위기에서 마무리된다.

이주사랑 기자 jsrlee@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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