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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린다고 커피 5잔 먹어봐야 효과 없어 … 우울증세만 늘어요

커피엔 2000가지 성분, 건강하게 마시려면

17세기 유럽에서 커피는 의사의 처방에 따라 약국에서만 구입할 수 있는 일종의 의약품이었다. 천식을 앓은 것으로 알려진 프랑스 소설가 프루스트는 “어릴 때 카페인을 처방받아 숨을 쉬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는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실제로 커피는 로스팅·추출기법·첨가물에 따라 신체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진다.

특정 약을 복용하거나 지병을 앓고 있는지, 카페인에 민감한지 여부도 따져봐야 한다. 우리나라는 19세 이상 성인이 하루 평균 1.8잔의 커피를 마시는데 단일식품으로는 섭취 횟수 1위다(2013, 국민건강영양조사). 취향에 따라 고르던 커피, 내 몸에 맞는 ‘맞춤 커피’로 즐기는 방법을 소개한다.

당뇨·고혈압, ‘필터’로 원두 지방 걸러야

건강을 생각하는 맞춤커피의 첫 번째 조건은 원두커피다. 믹스커피의 프림은 지방성분일 뿐만 아니라 설탕까지 있어 칼로리가 높다. 원두커피라도 본인의 질환에 따라 추출법을 달리하는 것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 당뇨·심장질환·고혈압처럼 혈관 관리가 중요한 질병이라면 티백 커피나 핸드드립·커피메이커 방식을 택한다. 종이 필터로 커피를 내려먹는 것이다.

기계로 추출한 커피에는 ‘크레마’라 부르는 부드러운 거품이 내려지는데 이는 원두의 지방 성분이다. 고소한 향·맛이 나지만 혈관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는 좋지 않다. 커피를 종이 필터에 내리면 지방 성분의 95%가 걸러진다.

필터를 쓰지 않고 원두를 갈아 끓이는 방식의 커피는 콜레스테롤 수치를 증가시키고 관상동맥·심장 질환의 발병을 증가시킨다는 연구 보고가 많다.

빈혈·구내염, 철분·아연 식품 함께 먹지 말기

커피 속 클로로겐산 같은 항산화 성분은 철분 흡수를 방해한다. 특히 젊은 여성 중에는 빈혈이 많은데 이 중 상당수는 철결핍성 빈혈이다. 철분보충제를 먹으며 빈혈치료를 받을 때는 되도록 커피는 마시지 않는 게 좋다. 이외에 카페인은 아연 흡수를 방해한다. 구내염에 자주 걸리는 사람은 아연이 함유된 비타민을 먹을 때 커피를 되도록 삼간다. 철분·아연이 풍부한 굴이나 시금치·닭고기 요리를 먹었다면 충분히 소화시킨 후 커피를 마신다.

타이레놀·아스피린 먹을 땐 커피 금물

카페인도 일종의 약 성분이다. 다른 의약품과 체내에서 만나면 부작용으로 이어진다. 타이레놀·아스피린 같은 소염진통제를 먹을 때는 커피와 약 성분 간 상호작용으로 신장에 부담을 준다. 감기약에 있는 에페드린 성분은 카페인과 만나면 심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 만성질환을 앓는 장년층은 보통 5개 이상의 약을 먹고 있는데 이들 약과 커피 성분이 충돌할 수 있으므로 담당의와 상의한다.

경구피임약 복용 여성, 양 줄여야

술 한 잔에 얼굴이 빨개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열 잔을 들이켜도 낯빛 하나 변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알코올을 분해하는 능력이 개인마다 다른 것처럼 커피 역시 마찬가지다. 커피의 주요 성분인 카페인을 분해하는 속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특히 경구피임약을 복용하는 여성과 노인은 카페인을 분해하는 속도가 느리다. 일반적으로 4시간이 지나면 체내 카페인 농도는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 이를 반감기라고 하는데 경구피임약을 복용하는 여성은 두 배가량 시간이 늘어난다. 또 젊은 사람의 반감기는 2.5~4시간이지만 나이가 들수록 대사능력이 떨어져 카페인을 분해하는 데 필요한 시간이 늘어난다.

폐기능 검사 전엔 마시지 말아야

물을 충분히 섭취한 후 원두커피 한 잔을 마시면 숙취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술을 마시면 알코올이 분해되면서 아세트알데히드가 나오는데 이 성분이 뇌에 흡수되면서 숙취가 온다. 커피가 아세트알데히드를 줄여주지는 않는다. 다만 커피를 마시면 각성 효과가 생기면서 숙취로 인한 고통을 분산시킨다. 천식 증상을 완화하는 데도 커피가 도움을 준다. 천식을 앓던 루스벨트 대통령은 7세부터 커피를 마셨다. 천식치료제가 없던 시절이다. 실제 커피가 체내에서 대사되면서 테오필린이란 성분이 나오는데 이는 천식치료제의 대표적 성분이다. 기관지를 확장하는 데 효과적이다. 단 폐기능 검사를 앞두고는 커피를 마시면 안 된다. 폐기능이나 천식이 좋아진 것으로 오진이 나올 수 있다.

습관적으로 커피 마시는 사람, 농도 3분의 1로

늘 커피를 옆에 두고 습관적으로 마시는 사람이 있다. 하루 네 잔을 초과하는 커피(성인 기준 카페인 400㎎)는 심혈관계에 부담을 줄 수 있다. 향을 음미하며 마시는 시간을 늘린다. 커피 농도를 3분의 1 수준으로 약하게 마신다. 하루 일곱 잔을 마시더라도 연하게 먹으면 문제가 없다. 학업·야근 등의 이유로 잠을 깨기 위해 마시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카페인도 체내에 많이 들어가면 포화상태가 된다. 일정 수준 이상에서는 더 이상 각성 효과가 없고, 우울감 증가 같은 부작용만 남는다.

임신부, 출산 가까워지면 커피양 줄이기

임신 초기에는 카페인 반감기가 4시간인 반면 임신 말기에는 18시간이 지나야 체내 카페인 농도가 절반으로 떨어진다. 분해 속도에 맞춰 커피를 마시는 시간의 간격을 늘리거나 양을 줄인다. 커피 한 잔에는 보통 100㎎의 카페인이 있다. 이 정도는 태아에 무방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임신부의 경우 하루 300㎎까지 안전하다고 명시했다. 단 녹차·홍차·콜라같이 카페인이 함유된 다른 음료를 포함한 총섭취량을 고려해야 한다. 수유 중이라면 아이에게 젖을 먼저 먹인 다음 커피를 마신다.

골다공증 있으면 30분 전 우유 한잔

커피는 칼슘이 체내에 흡수되는 것을 방해한다. 평소 칼슘을 충분히 섭취하고 있으면 상관없지만 체내 칼슘 양이 부족하면 문제가 된다. 골다공증이 있으면 우유 한 잔을 먼저 마셔 칼슘을 보충한 다음에 커피를 마시는 것이 좋다. 라테로 만들어 먹기보다 우유를 따로 한 잔 먹는 것을 권한다. 커피와 우유를 함께 먹으면 우유의 칼슘이 체내에 제대로 흡수되지 못한다.

저혈당, 초콜릿 곁들인 원두커피

커피는 당뇨를 예방한다. 커피 속의 대표적인 항산화 성분인 클로로겐산이 혈당 수치를 떨어뜨린다. 식사 후 소장에서 포도당이 흡수되는 것을 지연시켜 혈액으로 포도당이 방출되는 것을 늦춘다. 클로로겐산은 폴리페놀 화합물의 일종으로 커피콩 특유의 착색 원인물질이다. 생두 10g을 기준으로 로부스타종에는 600㎎, 아라비카종에는 300㎎이 있다. 이외에 커피 속 마그네슘·칼륨은 혈압을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다. 따라서 저혈당인 사람은 커피를 자주 마셨을 때 혈당이 더 떨어지기 쉽다. 원두커피를 초콜릿·쿠키 한두 개와 곁들여 먹는다.

디카페인으로 마셔도 항산화 성분은 풍부

카페인에 반응하는 신체의 민감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밤에 커피를 마셔도 잠이 잘 오는 사람이 있는 반면 커피 한 잔에 심장이 두근거리는 이가 있다. 카페인에 민감한 사람은 커피를 마셨을 때 즉각 얼굴이 빨개지고 심장이 두근거리는 증상이나 설사 반응이 있다. 이 정도로 민감하다면 카페인이 10분의 1 수준인 디카페인 커피를 마신다. 디카페인이더라도 커피 속 항산화 물질의 양은 변함이 없다. 커피에는 2000가지 이상의 성분이 있는데 이 중 카페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항산화 성분이다. 유럽은 개인이 섭취하는 항산화 성분의 60%가량을 커피에서 얻는다는 연구가 있다. 항산화 성분은 중간 정도의 로스팅에서 가장 풍부하다. 너무 검지 않고 진갈색 정도로 윤기가 날 때다.

위염·위궤양, 치즈 곁들이거나 더치커피

위장이 건강하지 않은 사람은 커피를 마실 때 속쓰림을 호소한다. 카페인에 산 성분이 있어 위산 분비를 늘리기 때문이다. 또 위와 식도 사이에 괄약근을 느슨하게 만든다. 작용 정도가 미미해 건강한 사람에게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렇지만 식도역류 증상이 있는 사람은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커피를 마실 때 치즈를 곁들이면 위를 보호하고 속쓰림을 완화한다. 커피의 풍미는 놓치지 않으면서 카페인 농도가 낮은 더치커피도 좋다. 실온에서 장시간에 걸쳐 찬 물로 한 드롭씩 내리는 커피다. 80도 이상의 뜨거운 물에서 내리는 커피에 비해 카페인이 3분의 1 정도로 낮다.

이민영 기자
도움말=계명대 의대 생리학 배재훈 교수, 참고도서 『내 몸에 커피 내 안의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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