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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거슨시 사태로 본 교회의 사회적 역할] 분노속에 교회가 외친 ‘정의’와 ‘평화’

불의에 대한 교계의 외침, 흑인 교계 적극적으로 나서
주류 목회자들도 잇따라 동참…평화적 시위 위해 교회도 개방

교회가 세상에 던지는 메시지
“단호한 규탄, 그러나 성숙하게”


지난 24일 미주리주 퍼거슨 시에서는 격렬한 시위가 벌어졌다. 18세 흑인 청년(마이클 브라운)에게 총격을 가해 숨지게 한 백인 경관(대런 윌슨)에 대한 불기소 결정이 발표됐기 때문이다. 미국 전역에서는 파문이 일었다. 경찰의 과도한 공권력 사용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흑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높아졌다. 시위는 곳곳에서 충돌로 이어졌다.

흑인 교계는 사건 직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인종 차별을 규탄하는 단호한 메시지인 동시에 평화적 시위를 요구하는 성숙의 목소리였다. 흑인교계가 퍼거슨시 사태에서 보여준 사회적 역할을 통해 한인교계의 현실을 짚어봤다.

◇작지만 큰 목소리



지난 8월 흑인 청년 마이클 브라운이 백인 경관이 쏜 총에 맞아 숨지자 퍼거슨 시에서는 대규모 폭력 사태가 발생했다.

사태가 점점 악화되는 가운데 미국은 교인수가 100여 명 남짓한 작은 흑인교회(세인트마크패밀리교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이 교회는 사건 직후 설교나 주류 언론과의 인터뷰 등을 통해 흑인 커뮤니티의 분노가 평화적으로 표출될 수 있도록 진심 어린 호소를 했다.

세인트마크패밀리교회 토미 피어슨 목사는 “앞으로 우리의 흑인 청소년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으려면 반드시 크리스천과 교회가 인종 문제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행동해야 한다”며 “인종 차별은 단호하게 거부하되 다만 그 의사를 폭력적으로 표현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24일 백인 경관의 불기소 방침이 발표되자 이 교회는 커뮤니티에 “평화적인 시위를 위해 교회 문을 24시간 열겠다”고 밝혔다. 퍼거슨시 교파 연합 단체인 ‘메트로폴리탄회중연합’을 중심으로 각 교회들도 동참하기 시작했다. 폭동을 피해 쉘터를 찾는 시민, 평화 시위에 참여하는 사람 등을 위해 각 교회가 문을 열기로 했다. 건물을 개방한 교회들은 저마다 비상식량, 물, 휴대폰 충전기 등을 구비하고 응급의료 서비스, 법률상담팀을 구성해 교회를 찾는 시민들을 적극 돕기로 했다.

토미 피어슨 목사는 “교회가 폭동이 아닌 평화적인 시위를 지지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시민들에게는 안전한 장소를 제공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교계의 적극적 행동

퍼거슨시 사태를 두고 주류 교계에서는 기독교내 진보와 보수를 떠나 적극적인 메시지를 전달했다.

먼저 24일 LA지역 시온침례교회에서는 웨인 가디스 목사, 그레고리 매클레인 목사, 밴자민 해드윅 목사 등 흑인 교계 지도자들이 LAPD와 함께 퍼거슨시 사태 해결을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미국내 보이지 않는 흑인 차별에 대한 규탄의 메시지는 명확하게 전달하되, 공공의 안전과 평화를 위한 성숙한 시위를 당부했다.

존 파이퍼 목사(디자이어링갓), 타비디 안야빌래 목사(케피톨힐침례교회), 보디 바우컴 목사(그레이스패밀리침례교회), 앨버트 몰러 총장(남침례신학교) 등 보수 복음주의권 인사들도 칼럼이나 SNS 등을 통해 잇따라 퍼거슨시 사태에 대한 기독교의 사회적 관점 및 사회 정의를 위한 크리스천의 올바른 행동 등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전달했다.

이에 앞서 지난 10월 퍼거슨시에서는 지역 교회 지도자를 비롯한 종교인 수백 명이 서로 팔짱을 낀 채 경찰서까지 행진하는 거리 시위도 진행됐다.

이날 개신교 단체 ‘소저너스’의 대표 짐 윌리스 목사는 “인종차별 문제를 침묵해온 우리 백인 목회자들이 가장 먼저 회개해야한다는 생각에 이 자리에 내가 먼저 참회하는 심정으로 나왔다”며 “이번 이슈는 흑인 교계만이 아니라 우리 백인 크리스천들도 함께 짊어져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장열 기자

rya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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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는 사회 향해 외쳐야 하는가?”

찬성 측 “편협한 신앙에서 벗어나자”
VS
반대 측 “교회의 우선적 역할 아니다”


교회가 사회적 목소리를 내는 것에 대해 한인 교계에서는 찬반 의견이 엇갈린다. ‘교회 역할’에 대한 관점 차이 때문이다. 그만큼 민감한 이슈다. 특히 지난 4월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을 때 한국 개신교계에서는 “교회가 사회적 불의나 정의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주장과 “교회는 목소리를 내기 보다 조용히 기도하며 안타까운 마음을 나눠야 한다”는 의견 등으로 갈리기도 했다. 찬반 의견을 정리해봤다.

▶반대

먼저 이를 반대하는 의견은 "교회의 1차적 역할과 목적은 '사회 참여'가 아니다"라는 주장이다.

LA한인교계 한 원로 목회자는 "교회는 '영혼 구원'에 초점을 맞추고 세상으로 나아가 하나님을 모르는 사람에게 복음을 전파하며 그리스도를 알리고자 힘쓰는 것이 교회의 우선적 역할"이라며 "오늘날 교회는 정작 본연의 역할은 등한시 한 채 사회 단체나 정치 집단이 해야할 역할까지 도맡아 목소리를 내는 것은 '본말전도'의 안타까운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자칫 목회자 개인의 이념이 교인들에게 한쪽으로 치우친 가치관을 심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교인 류상철(44·어바인)씨는 "물론 교회가 안타까운 사회 문제에 대해 성경적인 메시지로 건강하게 의견을 표출할 수 있다고 본다"며 "다만 목회자 개인의 이념이나 정치관이 성경을 덧입혀 표출될 때는 생각이 다를 수 있는 교인에게는 거부감이 생길 수 있고, 특히 사회 이슈에 대해 교회가 직접 목소리를 내기 보다는 오히려 각계각층에서 귀한 역할을 감당할 수 있는 크리스천을 교회가 키워내는 게 더 중요하다"고 전했다.

교회의 공적 신앙 영역을 이념의 잣대로만 나눠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미국교회에서 사역중인 존 김(28) 전도사는 "보수 복음주의 교회가 '개인 구원'에만 관심 있고 사회 참여를 등한시한다는 주장은 참여 방식과 목소리를 내는 형태의 차이에서 생긴 오해이며 진보든, 보수든 각자의 신앙관을 통한 역할은 존중돼야 하는 것"이라며 "물론 복음이 담아내는 개념은 매우 광범위 하지만 보수 교계에서는 성경이 마치 이 땅에서 사회 정의를 이루어가는 도구 정도로 국한되는 것을 경계할 뿐"이라고 말했다.


▶찬성

교회가 사회적 목소리를 내는 것에 찬성하는 측은 주로 교계의 편협한 신앙관을 지적했다.

주님의교회 김병학 목사는 “사실 교회가 성경적인 가치관을 바탕으로 세상에 사회정의를 올바르게 말해줄 수 있어야 하는데 오늘날 교회는 그 기능과 역할을 많이 잃어버렸다”며 “‘하나님이 다 해주실 것', '조용히 기도만 하자’는 막연한 가르침 때문에 교회가 사회 문제를 돌아보고 고민하는 것을 등한시 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교회의 역할을 제한시킨 결과로 오늘날 교계가 사회적 목소리를 잃었다는 주장도 있다.

하나님의꿈의교회 권태산 목사는 “성경에는 우리 이웃을 위한 실제적인 지침도 많다. 교회는 울타리 안에만 갇힌 게 아닌 세상 속 빛과 소금의 공동체로서, 교회에는 사회에 대한 역할과 책임도 분명히 있는 것”이라며 “그동안 정교분리 원칙에 너무 함몰되다 보니 교회가 성경 적 가치관으로 사회를 향해 바른 목소리를 내는 게 어색해졌고, 그 결과 기독교적 가치관과 상충하는 이슈를 세상에서 언급하는 것조차 힘을 잃었다”고 전했다.

한인교계가 사회적 이슈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원인에는 한국 사회의 극심한 ‘이념 갈등’이 깊게 뿌리 내린 폐해라는 지적도 있다.

ITS 신학교 김재영 교수는 “교계가 사회 정의에 대해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않는 배경에는 좌우의 이념적 갈등의 상처 때문에 생겨난 문제도 있을 것”이라며 “미주 한인 후손들이 미국땅에서 살게 될 미래를 진지하게 내다본다면 앞으로 교회들도 ‘정의’, 특히 인종갈등을 비롯한 여러 사회문제에 대한 기독교적 입장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발언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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