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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우상을 깨부수라!

차라리 "눈멀면/ 아름답지 않은 것 없고/ 귀먹으면/ 황홀치 않은 소리 있으랴/ 마음 버리면/ 모든 것이 가득하니/ 다 주어버리고/ 텅 빈 들녘에 서면/ 눈물겨운 마음자리도/ 스스로 빛이 나네" (홍 해리의 시 '가을 들녘에 서서' 전문)

어쩌면 보이고 들리는 것 모두가 욕망의 덫이며 유혹의 화살인지도 모른다. 또한, 그것은 눈뜨고 귀 열어, 보고 듣는 자의 맹목적인 의지의 객관화이며 의식의 스크린에 투영된 자기욕망이라 해도 되겠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감각기관과 그 대상의 접촉을 통해 세계를 구성하고 해석하며 이해한다. 그러나 일련의 인식과정에서 사실 우리는 '날'것 그대로, '있는 그대로'를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다. 외부자극에 대해 화석화된 고정관념, 선입견과 편견, 탐욕 등에 오염된 주관적 망념의 부당한 개입으로, 대상을 왜곡하고 굴절시키기 때문이다. 그러한 고착된 망념으로 대상을 채색하는 의식작용, 다시 말해 자기색깔의 색안경을 통해 인식이 이루어지기에 우리는 대상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보이는 그대로를 보며 보고 싶은 것만 보게 된다.

살아있는 한 우리는 외부자극에 반응한다. 누구나 그 첫 번째 화살은 피할 수 없다. 그러나 그 어느 하나의 감응에 집착하는 두 번째 화살에 마음을 빼앗기는 것은 마음을 도둑맞는 일이다. 그 두 번째 화살을 맞지 않으려면, 대상과 감각의 덧없음을 통찰하여 감관의 잡도리를 단단히 해야 한다. 내 눈과 귀의 길, 코와 혀, 몸의 길 하나 조복 받지 못하고 다스리지 못하면서 어디서 무슨 길을 닦는다고 하겠는가.



그와 함께 내적인 자기정화를 통해 색안경을 벗고 마음을 비우면 세상은 있는 그대로 아름답다. 철학자 하이데거는 "사물을 있는 그대로 내버려둠으로써 있는 그대로 진리를 파악한다. 세계란 객관적 물리적 시공간이 아니라, 각자의 삶을 통해 보여주는 하나의 해석이며 풍경화요 시"라고 했다.

아무튼 우리 마음은 스스로 조작한 망령된 자기고집의 노예가 되어 아름다움도 참됨도 보지 못한다. 헛되어 진실로 헛된 것을 비워서 오직 해방된 자만이 있는 그대로 볼 수가 있다.

불교는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자신의 시선에 강한 의혹을 가지도록 주문한다. 날조한 망념에 전도된 그 견고한 우상을 깨부수고 내적 혁명과 개벽을 이루라는 지상명령이다.

그리하여 할 일을 다 해 마친 성자는 그 빈 마음자리를 꽃과 새소리에, 솔바람에게 맡긴다. 그러나 어쩔 까나 "바람이 서리 묻은 잎을 떨어뜨리네/ 떨어지는 잎 다시 바람에 날아가네/ 어쩔 까나 이 마음 맡길 데 없어/ 잎비 내리는 속에 길을 잃고 헤매이나니"(경허선사의 선시 전문)

박 재욱 / 나란다 불교센터 법사
musagus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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