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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은 7달러 옷을 10달러 주고 고쳐 입어"

'소잉 선생님' 엘렌 최씨
한국선 기자…이민와 소질키워
중앙교육문화센터 강좌 개설

뭔가를 만들고 싶다는 욕구가 사람에겐 있나보다. 그래서 어린 아이들에게는 진흙놀이와 레고, 집짓기 블록이 인기다. 그러면 어른들은 이런 욕구가 없어지는 것일까.

어느 여고생이 이런 창작의 욕구를 이기지 못해서 고민했다. 그는 정말 해보고 싶은 것이 있었다. 바로 옷만들기였다. 여자 어린이는 어려서 인형놀이를 한다. 그 인형을 위해서 옷을 만들곤 하는데 대개 옷감보다는 종이옷에 머문다. 주인공인 여고생은 옷과는 거리가 있는 대학에 진학했고 학보사 기자로, 졸업후에는 인터뷰 전문기자로 활약했다. 남가주에서 소잉(sewing) 선생님으로 유명한 엘렌 최씨 스토리다.

"80년대 중반 너무 시끄러웠지요. 학생운동이나 학교 공부보다도 옷이 아른거렸습니다. 그래서 몰래(?) 옷을 배우러 다녔지요."

남편과 함께 미국에 오기전까지 여기자의 숨겨진 비밀은 '옷배우기'였다.



미국에 정착하게 되면서 세자녀의 어머니였지만 대놓고 옷을 배웠다. 웬만한 것은 한국서 몰래 배웠기에 새로운 것, 바로 옷수선을 배웠다. 옷수선하면 세탁소에서 하는 아주 간단한 것만을 떠올리기에 그게 배울게 그렇게 많은가 싶지만 양복점이나 양장점에서 손으로 옷을 만드는 그런 수준이다. 의상실 선생님은 그에게 1대1 레슨을 해줬다.

"그때야 비로소 옷에 대한 여한을 풀었지요. 직업적으로 비즈니스를 할 생각은 없었으니 만족했죠."

그에 따르면 '전문적인 옷수선'이라 하면 옷을 완전히 분해했다가 다시 만들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그래서 재미있는 사람을 많이 만났다. 1000달러짜리 옷을 사서는 몇백달러를 주고 고치는 사람들이다.

"한인들은 5달러짜리 옷을 사서 10달러를 주고 고치는 것을 어리석다고 합니다. 미국인들은 7달러짜리 10벌을 사서 10달러씩 주고 고쳐 입습니다."

의생활 문화가 달라도 이렇게 다른지 몰랐다고 한다.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자기에게 편한 옷을 사랑하는 사람들, 옷만들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배움도 마무리될 무렵 뜻하지 않게 동호인 모임을 그가 주도하게 됐다. 그리고 3개월짜리 클래스가 생긴 것이다. 2012년 처음엔 무료로 함께 했는데 뜻하지 않게 강좌가 이어졌다.

"처음에는 16명이 왔죠. 바늘 종류 구별도 못하는 사람부터 패턴 대가까지 다양했습니다."

현업에서 일하는 사람이 그를 스승으로 모시게 된 이유는 다름아닌 '소통' 때문이다. 패턴이나 디자인, 샘플메이커들이 자기 일은 알지만 협업중인 다른 과정은 몰라서 문제가 많은데 최씨에게 배우면 옷을 만드는 모든 과정을 꿰뚫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재봉틀 돌리는 법부터 옷감으로 집안에서 쓸 것은 무엇이든, 나중엔 가죽 가방 만들기까지 가르친다. 우스개 소리로 "항공모함도 만들 수 있다"고 그는 말했다. 물론 옷감으로 만들어도 된다면 말이다. 이제는 3년간 매년 10여명씩의 수제자들이 배출돼 이들과 전시회도 하고 나중에 '소잉 카페'도 계획하고 있다.

이들중 상당수가 중년인데 소잉을 하면서 정신 집중을 하고 나중엔 힐링이 된다고 한다. 최씨는 큰 문제 없이 모임이 강하게 결속되는 이유라고 꼽았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이들이 혹시 어린시절의 감수성을 기억해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엘렌 최씨의 강좌는 중앙일보 산하 중앙교육문화센터에서도 개설돼 있다.

▶문의:(213)368-2545

장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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