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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빚은 질그릇…그윽한 정취를 담아

작은 항아리 단지에는 물김치를
뚜껑있는 백자에는 갈비찜 담아내

LA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가을이 물결친다. 1시간 거리 미만인데도 제법 기온이 뚝 떨어지며, 단풍이 여물어가는 풍경을 만난다. 낙엽 빛깔을 닮은 도자기를 찾아 샌버나디노 '예술사랑' 도자기 마을을 찾았다.

가을 들꽃들이 지천으로 흐드러졌다. 도자기 전시장인 작은 나무 집 안으로 잔잔한 가을 햇살이 찾아들었다. 나무 질감과 잘 어우러지는 투박한 질그릇들이 가득 진열돼 있었다. 무더기로 줄 맞춰 찍어낸 제품이 아닌 도예가의 손길과 정성으로 빚어지는 도자기 그릇. 한 그릇 한 그릇 음식을 정성스럽게 담아내고, 그냥 두기만 해도 작품의 향기를 느낄 수 있다.

도예는 애초부터 거창한 예술 작품으로 시작했다기보다는 움집을 짓고 살던 오랜 옛날부터 식생활을 해결하기 위한 도구였다. 현존하는 도예 유물들은 거의 그릇으로 쓰였거나 음료를 담아내던 용도가 상당수다. 세월에 그을린 연륜을 보태 질그릇의 매력은 아직도 여전하다. 보통 도자기 그릇을 선택할 땐 색과 모양을 보기도 하지만, 원재료인 '흙'과 '불'이 주는 정서적 안정감은 작은 식탁 안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예술사랑'에서 도자기를 굽는 안주인 김 마리아나씨는 "도자기 그릇은 그 나라의 문화가 고스란히 담겨 있어서 더 정감이 가는 듯하다. 중국은 화려하고 일본은 얄팍한 느낌이 들지만, 우리나라 도자기는 투박하면서도 색이 점잖은 편이다. 섭씨 1300도의 높은 온도에서 구워내기 때문에 화려한 색은 나오지 않지만, 내구력이 강하고 고상한 멋이 한국인의 성품과 잘 어울린다. 겉절이나 나물 같은 채소 반찬을 올리면 소박한 멋을 내고, 화려한 한식을 올려도 고급스런 멋을 풍겨 오래 두고 사용할 수 있는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가을의 느낌을 물씬 풍기는 도자기 그릇들은 짙은 갈색, 청회색, 백색, 옥색 등의 빛깔을 띤다. 유약을 발라 면이 매끄러운 것도 있고, 유약을 바르지 않거나 부분적으로 처리해 거친 질감을 살리기도 한다. 자연의 색을 그대로 따 왔기 때문에 서로 색이 다른 그릇과 짝을 맞춰도 매우 잘 어울린다. 작은 항아리 같은 단지엔 물김치나 한식 디저트 음료를 담아 서빙하기도 좋고, 아무렇게나 막 빚은 듯한 작은 나눔 접시들도 독특하다. 종지에 작은 손잡이가 달려 그릇을 고르는 맛이 새록새록 든다. 뚜껑이 달린 우묵한 백자 그릇은 갈비찜을 담거나 고급스런 요리를 담아내는 데 썩 잘 어울린다.

나무 질감이 선명한 탁자가 있다면 질그릇 티테이블도 완성할 수 있다. 나뭇잎 모양의 작은 접시엔 간단한 한식 디저트를 올리고, 코일식으로 감아 만든 찻잔엔 그윽한 커피를 담는다. 도자기로 만든 1인용 드립 도구로 차를 내려 마시는 것도 재미있다. 다과상에 가을 꽃 하나 꺾어 올리면 깊어가는 늦가을의 정취가 흠뻑 묻어난다.

치노힐의 김미영씨는 도자기 그릇 매니아다. 직접 구운 그릇과 구입한 질그릇들이 장식장에 가득하다. "그릇은 늘 밥상 위에 두고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너무 비쌀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메인을 차지하는 그릇들 몇 개만 있으면 나머지는 마켓이나 그릇 가게에서 어울릴만한 싼 그릇들을 매치시키면 1~2달러로도 만족스러운 식탁을 차려낼 수 있어요. 색깔과 질감과 비슷하다면 아무 그릇에나 잘 어울리는 게 도자기 그릇의 매력 같아요."

손잡이가 달린 컵을 사용할 때는 꼭 찻잔의 용도로만 사용하기보다는 말랑말랑한 음식이나 유동식 같은 디저트를 담아내는 개인용 그릇으로 사용해도 좋다. 옹기 모양의 그릇엔 꽃을 소복이 꽂아 센터피스로 활용해도 운치 있다.

단순하며 요란스럽지 않은 도자 플레이트는 찻잔이나 종지와 함께 매치하면 간단한 브런치도 차려낼 수 있고, 색깔이 다른 접시를 겹쳐 놓으면 데코레이션 효과도 있다.

화려하진 않지만 음식을 담아냄으로써 비로소 완성되는 아름다움. 쌀쌀함이 묻어나는 늦가을엔 간결한 삶의 사색을 즐길 수 있는 질그릇을 사랑해 보자.

가까운 곳에서 도자기를 구우세요.

▶예술사랑: 15551 Cajon Blvd San Bernardino CA 92407 / (909)573-9929

▶에코 세라믹스: 2805 La Clenega Ave LA CA 90034 / (310)815-1525

▶도예가 김영미 오픈하우스: 300 Harvard Blvd #B / (213)249-8824

글·사진 = 이은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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