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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도 한인도 "누구나 당할 수 있다"

참가자들 "미국 사법체계 문제 드러낸 것" 주장
지난 25일 밤 3000여 명 행진, 새벽까지 이어져

당연히 흑인들이 시위 참가자 중 대다수일 것이란 기자의 예상은 빗나갔다. 18세 흑인 청년 사살 백인 경관에 대한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카운티 대배심의 불기소 처분에 항의하기 위해 지난 25일 밤 맨해튼 타임스스퀘어에 집결한 시위대의 인종 구성은 뉴욕시의 그것만큼이나 다양했다. '가해자'로 인식되는 백인이 절반 정도를 차지했고 한인을 비롯한 아시안도 눈에 띄었다.

오후 11시가 넘은 늦은 시간임에도 브로드웨이와 49스트릿 교차로에 있는 경찰서 앞에서는 500여 명이 남아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앞서 유니온스퀘어에 모인 시위대는 오후 7시부터 타임스스퀘어를 향해 행진을 시작했다. 전날 1차 시위 때보다 많은 3000여 명이 몰려들었다. 시위대 중 일부는 행진 도중 도로와 링컨터널 등을 점령해 한때 미드타운의 교통이 마비되기도 했다.

타임스스퀘어에서 만난 시위대는 "쏘지 말라(Don't Shoot)"라는 등의 피켓을 들고 "우리가 원하는 것은 정의다. 이번 사건은 명백히 경찰에 의한 공권력 남용이자 인종차별"이라고 주장했다.

자신을 애덤이라고만 밝힌 한 백인 참가자는 맨 앞에서 시위를 진두지휘하며 "현재 미국사회는 폭력으로 가득 차 있다. 무고한 18세 청년이 경찰의 총에 맞아 죽었는데 대배심이 불기소 결정을 내린 것은 미국 사법체계가 얼마나 썩어 있는지를 여실히 드러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왜 시민을 보호해야 할 경찰에 의해 소수 인종이 죽어야 하는지를 모르겠다"며 "내가 여기 나오지 않으면 나 역시 그들과 똑같다는 생각 때문에 나왔다"고 강조했다.

한 흑인 참가자는 "흑인들은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죄를 짓지 않더라도 매일 매일 불안 속에 살고 있다"며 "자식을 낳더라도 이 자식을 이 땅에서 어떻게 차별당하지 않고 키울 수 있을까라는 고민까지 한다. 하루 하루가 전쟁과도 같다"고 토로했다.

현장에는 한인 참가자도 있었다.

뉴스쿨에서 순수예술과 정치학을 공부한다는 유학생 최수현(21)씨는 불기소 처분 뉴스를 듣고 무엇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친구들과 시위 현장에 나왔다고 했다. 냄비를 들고 시위대 앞에서 구호 박자를 맞추는 일을 했던 그는 "사실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유사 사건이 많을 것"이라며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이번 사건은 단순한 인종 차별이라기보다 미국 사법체계의 문제"라며 "인종을 뛰어넘어 문제 해결에 대한 인식을 함께해야 비로소 한 걸음 진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또다른 한인 참가자는 "쏘지 말라"고 쓰여진 셔츠를 입고 있었다. 그는 "이번 사건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한인도 예외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날 시위는 26일 이른 새벽까지 이어졌으며 경찰은 시위대 중 10명을 공무집행방해와 풍기문란 등의 혐의로 체포했다. 그러나 부상자는 없었다.

경찰은 성난 민심을 달래려는 듯 강경한 시위 진압은 하지 않았다.

빌 브래튼 시경(NYPD) 국장은 시위에 앞서 "시위대가 기물 파손 등의 범죄 행위를 하지 않는다면 시위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라"고 일선 경찰에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사진=서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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